최근 울산시 남구청이 삼산배수장 인근 인도와 태화강 둔치를 잇는 육교를 설치한다고 밝히면서, 삼산배수장 골프연습장 설치를 둘러싼 구청과 주민 간 갈등이 또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남구청은 육교와 함께 골프연습장 설치 계획을 계속 추진, 주민들의 악취 고통을 덜어주겠다는 입장이나, 삼산 주민들은 "주민이 원하지도 않는 과잉친절은 사절"이라며 냉소적인 반응 보이고 있다. 체육시설 건립을 두고 벌어진 행정기관과 주민들의 이례적인 갈등이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되풀이되는 양상이다.

골프연습장 건립을 둘러싼 논란은 지난 3월 남구청의 설치 계획이 알려지면서 불거졌다. 삼산배수장 인근 아파트 주민들과 사회단체들은 골프연습장 설치가 환경을 악화시킬 뿐 아니라, 구청장의 수변공원 조성 공약을 어기는 것이라며 반발했다.

지난달 김두겸 남구청장과 지역 주민들과의 면담 자리에서 심한 견해차가 확인됐다. 구청이 '주민 일부가 사람을 동원해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고 지적하자, 주민들은 '구청이 돈벌이에 급급해 하고 있다'며 맞받아쳤다. 양측간 고성이 오가는 등 험한 분위기도 연출했다.

결국 남구의회가 집행부가 요구한 '삼산배수장 체육시설 설치 설계용역비' 7000만원을 전액 삭감하면서, 사업 추진에 일단 제동이 걸렸다. 주민들은 울산시청과 남구청에 공개질의서를 보내는 한편, 의회마저 사업을 반대하고 있다며 구청에 대한 압박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골프연습장 설치에 대한 남구청의 의지는 확고하다. 남구청은 최근 시비 29억원을 들여 너비 2.5곒, 연장 90곒, 높이 5.5곒 규모의 나무데크형 산책육교를 설치한다고 밝혔다. 삼산배수장 인근 주민들의 교통사고 위험과 불편 예방을 위해 보완책으로 산책육교 설치계획을 세운 것이다.

남구청은 육교 설치와 함께 배수장 악취 저감을 위해 골프연습장 설치를 계속 추진한다고 덧붙이면서, 육교 설치가 골프연습장 설치와 무관하지 않음을 내비쳤다.

남구청은 삼산배수장의 악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민간업자 유치가 최선이라는 입장이다. 삼산배수장은 집중 호우시 남구지역의 침수를 예방하기 위해 지난 1989년 준공됐으나, 신정동 주택가의 오수와 하수도관의 누수 등이 유입되면서 악취 피해가 극심했다.

남구청에 따르면 하루 배수장으로 유입되는 오수 2만여곘 가운데 악취제거 시설의 처리 용량은 5000곘에 불과하다. 결국 악취의 완전 해소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에서 수변공원 조성에 한계가 크고, 따라서 민간자본을 활용해 악취 저감 시설을 늘리자는 것이다.

남구청 성봉경 건설도시국장은 "행정기관의 예산으로 악취를 해소하기는 힘든 상황에서 민간업자에게 악취와 오수관리를 맡도록 하고, 그 이익금을 재투자하면 실질적인 환경 개선 효과를 얻을 것"이라면서 "배수장이 인근 아파트와 100곒 이상 떨어져 있어 소음 피해도 거의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남구청은 "골프연습장은 일부 부유층의 전유물"이라는 지적에 대해 "현재 배수장의 시설을 감안할 때 골프연습장이 가장 적합하며, 골프인구가 8%에 이르고 있어 일부 계층을 위한 시설이 아니다"고 반박하고 있다.

배수장의 유수지를 모두 복개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유수지 위에 그물을 칠 수 있는 골프연습장이 가장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남구청은 최근 유수지 상부 공간에 대형마트를 입점 시킨 서울 중랑구 면목유수지와 축구장 등 체육시설을 건립 중인 강남구 대치유수지를 둘러보는 등 자체적으로 타당성 조사에 돌입했다.

김두겸 남구청장은 "부식될 수밖에 없는 지하매설물인 하수관로는 평균 누수율이 30%나 돼 배수장에 오수 유입이 끊이질 않아 깨끗한 수변공원 조성은 불가능하다"면서 "영원히 악취 나는 동네로 전락하지 않도록 체육시설을 입주시켜 '골프연습장 옆 동네'라는 이미지를 심는 동시에 수익의 일부를 환원 받아 환경 개선 투자를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삼산 주민들은 골프연습장 설치와 악취 문제 해결은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판단이다. 현재 오염물질 처리시설로도 배수장 물의 BOD가 20ppm(태화강 3~5ppm)인 상황에서, 민간업자가 악취를 완전 해소하기에는 한계가 크다는 논리다.

주민들은 골프연습장 설치가 오히려 수질과 악취를 악화시킬 것으로 예상한다. 배수장 위를 복개할 경우 오염물질이 농축되는 효과가 발생, 악취가 심해질 것이 뻔하고, 그 악취가 태화강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타고 인근 아파트로 퍼질 것이라는 논리다.

남구의회 임현철 의원은 "골프연습장은 태화강 경관 훼손과 소음, 교통체증, 주차난 뿐 아니라 습지식물의 생태계를 손상시킬 것"이라면서 "특히 저류지를 플라스틱 차단막으로 덮을 경우 메탄이나 암모니아 등 유해물질을 농축시킨 뒤 하수구로 역류시켜 악취 피해가 가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주민들은 남구청의 골프연습장 설치 계획이 결국 일부 민간업자의 이익만 늘려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와 관련, 주민들은 남구청장 공약이행을 요구하고 있다. 김 청장이 지난 2006년 지방선거 당시 통해 '삼산배수장 부근 수변공원 조성 및 악취 차집 시설 설치'를 공약을 추진하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 청장은 "당 차원의 공약일 뿐 개인적 의견이 아니었다"고 해명했으나, 주민들은 "지방자치시대의 민선구청장으로서 무책임한 태도"라며 비판하고 있다.

현재 삼산지역 주민들은 수변공원 조성이 주민 대다수의 의견임을 증명하기 위해 주민 1만명을 대상으로 '골프연습장 설치 계획 백지화와 수변공원 조성' 서명을 받고 있다.

진계현 삼산배수장 골프연습장 건립반대 대책위원회장은 "구청은 일단 골프연습장을 설치하고 그 효과를 지켜보자는 식인데, 시설이 설치된 뒤 발생하는 부작용을 되돌릴 수 없다"면서 "사업 계획 단계인 지금 구청이 사업을 포기할 수 있도록 주민들의 여론을 모을 것"이라고 말했다. 허광무기자 ajtwls@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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