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다는 아들 반강제로 참여시킨 봉사활동 걱정도
자녀들에 재미·보람줄 수 있는 프로그램 함께 고민
어려운 이웃 보살피며 한층 성숙해진 모습에 뿌듯

"우리가족 취미는 봉사활동입니다."

배승규(41)·박미정(41)씨 가족은 매월 둘째주 토요일 봉사활동을 펼친다. 아들 병하(13)와 딸 유담(11)이도 함께 길을 나선다.

가족이 어떤 일을 공유하며 즐거움을 얻기란 쉽지 않다. 박씨 가족은 지난 2006년 처음 봉사활동을 할 때와 달리 지금은 완벽한 봉사활동의 하모니를 선보이고 있다.

울산북구자원봉사센터는 지난 2006년 가족봉사단 1기를 탄생시켰다. 가족간 화합과 결속력을 높이고 여가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이기주의를 탈피, 지역사회 공동체 의식을 형성하는 데 가족봉사단의 목표를 뒀다. 올해 3기까지 총 150여명이 각종 사회복지시설에서 땀을 흘리고 있다.

초등학교 4학년과 2학년 때 봉사활동을 시작한 병하와 유담이는 지금 키도 컸지만 생각의 깊이가 더 깊어졌다. 처음 봉사활동을 제안했던 박씨는 뿌듯하기 그지없다.

박씨는 "가족들에게 처음 봉사활동 이야기를 꺼냈을 때 아들이 바로 싫다고 말했다"며 "봉사활동을 하면 이야기도 더 많이 나누고 좋을 거라고 했지만 끝내 내켜하지 않아 아들을 반강제로 참여시켰다"고 고백했다.

이들은 팀을 나눠 사회복지시설을 방문해 봉사활동을 벌였다. 박씨 역시 자녀들과 마찬가지로 봉사에는 초보였지만 매사에 열심히 했다.

그는 "장애아동이나 어르신을 대할 때 솔직히 처음에는 거리감이 있었지만 엄마인 내가 바로 아이들의 모델이 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임했다"고 말했다.

처음 '귀찮은' 기색이 역력했던 아들의 얼굴에는 어느새 '즐거운' 기색이 엿보였다. 지난해 태연재활원에서는 한 가족당 한 아이씩 결연을 맺고 활동했는데 병하는 "형~"이라고 부르며 금방 친해졌다.

박씨는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세상에는 여러가지 상황에 처한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 같다"며 "나만 생각하지 않고 다양한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생활하는 지혜를 배워가는 것이 눈에 보인다"고 말했다.

올해 가족봉사단 1기는 늘푸른노인요양원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빨래, 청소, 식사도우미, 말벗 등 여러가지 일을 해낸다. 빨래나 청소 등은 노력봉사라 자칫 아이들이 지루해 하지 않을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들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빨래를 하나 널더라도 어른과 아이들이 역할을 나눠 빨래 짜기, 털기, 널기까지 각자에게 주어진 일을 척척 해낸다.

가족봉사단은 여러 가족들이 모여 또 하나의 가족을 형성한다. 특히 1기 가족봉사단은 벌써 3년째 한 달에 한 번씩 만나다보니 부모들은 부모들끼리, 아이들은 아이들끼리 자연스레 정이 쌓였다.

2006년 처음 활동할 때는 북구자원봉사센터에서 정해준 프로그램 대로 봉사활동을 벌였다. 지난해부터는 가족봉사단 1기 내 회장과 총무, 팀장 등 임원진 두고 직접 고민해 봉사활동 프로그램을 짰다.

봉사활동 프로그램을 짜다 보면 으레 어른들 위주로 흘러간다. 가족봉사단인 만큼 아이들이 재미와 보람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그 무언가를 찾기 위해 늘 고민한다.

올해는 이를 조금이나마 해소하기 위해 매월 둘째 주 토요일에는 고정적으로 사회복지시설에서 봉사활동을 펼치고 넷째 주 토요일에는 다양한 체험 및 야외 봉사활동을 벌이기로 했다.

피서철에는 바닷가 환경 정화 활동을 벌이고 수확기에는 배 과수원을 찾아 부족한 일손을 보탠다. 또 겨울에는 송정 저수지 일대를 찾아 철새 먹이주기를 할 계획이다.

박씨는 "넷째 주에는 가능한 가족들만 참석하지만 대체로 반응이 좋다"며 "아이들과 어른 모두 서로에게 배워가며 즐겁게 봉사활동을 하니 가족들의 마음가짐이 더 알차지고 있다"고 말했다.

홍은행기자 redbank@ksilbo.co.kr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