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소형차 "천리마(국내 엑센트 모델)"가 상하이에서 신차발표회를 가졌다.

 이어 다음달 10일에는 현대차 "뉴EF쏘나타"가 중국 북경에서 1호차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 때문에 북경시내에서 자동차로 1시간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북경현대기차"는 뉴EF쏘나타 생산을 위한 마무리 작업에 여념이 없다. 공사차량이 먼지를 날리며 생산공장 증설공사가 한창이다. 이전까지 프라이드를 생산했던 "둥펑위에다기아"도 천리마 생산을 위해 국내 공장처럼 프레스, 차체, 의장, 도장공장이 자동화 장비와 최신식 설비로 새 단장을 했다. "천리마"와 "뉴EF쏘나타" 중국 판매개시는 이제 국내 업체들도 본격적으로 중국 자동차산업 경쟁레이스에 합류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둥펑위에다기아차 이현철 생산관리부장은 "천리마는 중국시장을 성공적으로 공략하기 위한 선발대 역할을 할 것이다. 시장조사 결과 천리마의 특성이 중국 서민들의 구미에 부합하는 차종으로 평가 받았기 때문에 천리마의 선전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회사 관계자의 말처럼 천리마는 현대·기아차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경영여건도 좋은 편이다. 1천여명이 근무하는 이곳 직원들의 한 달 평균 임금은 800위안(약 12만원). 우리나라 근로자의 평균 한달 임금의 10% 수준에 불과하다. 상여금은 애당초 없다. 그러나 이곳 사람들의 근무 의욕과 만족도는 높다.

 회사 관계자는 "값싸고 영질의 노동력과 현지 직원들의 성실한 근무태도, 노사안정이 보장되기 때문에 국내와는 다른 근무분위기 속에서 일하고 있다”면서 천리마의 성공적인 중국시장 진입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중국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법이 존재한다. 그러나 사회주의국가 특성상 단체행동권은 법으로 엄중처벌하고 있기 때문에 파업은 있을 수 없다. 기업하는 사람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조건인지도 모른다. 엄청난 시장규모와 더불어 값싼 노동력, 노사 안정 등이 해외 기업들을 중국으로 끌어들이고 있는 것이다.

 기아차 합작공장인 "둥펑위에다기아"가 있는 장쑤성 옌청시는 상하이에서 4시간 가량 떨어진 인구 800만명의 중소도시다. 과거 우리나라의 70년대 모습을 연상케 할 정도로 낙후된 도시지만, 중국의 발전과 발맞춰 하루가 다르게 급성장을 하고 있다. 상하이나 베이징에 비할 수는 없더라도,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 수가 상상 이상으로 많고, 자동차가 생활화된 곳에서나 일어나는 러시아워가 이곳에서도 출퇴근 시간이면 목격할 수 있다.

 특이한 것은 옌청시 택시의 대다수가 소형차다. 바로 기아자동차에서 판매하고 있는 붉은색 프라이드 차종이다. 지난 98년 기아차는 국내업체로는 최초로 "둥펑위에다기아’라는 이름으로 중국 땅에 첫 발을 내디뎠다. 99년부터 연간 프라이드 5만대를 생산하고 있는 "둥펑위에다기아’는 올해 11월부터 1천400㏄급 소형차 "천리마"를 새로 투입했다. 생산능력도 2010년까지 35만대로 늘린다는 야심찬 계획을 수립한 상태다.

 천리마 출시에 이어 북경시가 현대 EF쏘나타를 북경시 택시 표준사양으로 결정함으로써 국산차의 중국내 위상은 높아졌다. 현대차가 6만7천대 규모의 북경시 택시 시장을 장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한 향후 중국 정부가 중국 전국 택시 표준 사양으로 역시 뉴EF쏘나타를 결정할 가능성이 있어 더욱 고무적인 일로 평가되고 있다.

 북경자동차와 50대 50 합자로 설립된 "북경현대기차"는 뉴EF쏘나타에 이어 2004년에는 "아반떼XD" 생산도 계획하고 있다. 준중형차급 이상 고부가가치 모델의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대·기아차 북경사무소 구영유 부장은 "중국 현지 생산규모가 2010년께 현대차 50만대, 기아차 35만대 등 총 85만대에 달할 전망이어서 중국에서의 성공여부가 현대·기아차 그룹이 세계 5대 메이커로 부상하는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 경제의 새로운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는 13억 중국 시장은 세계자동차산업에도 신천지로 부각되고 있다. 때문에 아우디, 벤츠, BMW, 렉서스 등 최고급 승용차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한국산 자동차는 아직까지 쉽게 발견할 수가 없다.  그만큼 중국진출이 늦었다는 반증이다. 국내 업체로는 현대·기아차만이 고군분투를 하고 있다. 또 한편으로는 중국인들이 아직까지 한국산 자동차를 선호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중국시장의 엄청난 잠재력을 감안할 때 안타까운 현실이다. 중국 소비자들의 뇌리 속에 한국산차는 미국, 일본, 유럽차보다 한 단계 떨어지는 차종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 점은 중국시장에 진출한 국내 업체들의 가장 큰 핸디캡이다.

 그러나 한국 자동차에 대한 이미지를 바꾸려는 우리 기업들의 노력과 과감한 투자가 더해지면서 중국에서의 입지를 다져가고 있는 점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분명 중국은 매력 있는 시장이다. 천리마와 뉴EF쏘나타를 선두로 국산차가 중국시장에서 선전하기를 국민들은 기대한다. 이상환기자 newsguy@ksilbo.co.kr

□ 북경현대차 노재만 사장(인터뷰)

북경현대차의 노재만 사장(53)은 "현대차가 3대 메이커를 중심으로 과점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중국시장에서 오는 2010년까지 완성차 50만대 이상을 생산할 수 있는 대량생산업체로 추가 승인을 받아낸 것은 그 자체가 매우 이례적인 일로 중국자동차 생산시장에 상당한 판도변화를 예고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현대차의 북경진출의 의미는.

 "현대차라는 국내 제조업체가 중국에 생산거점을 확보했다는 개별기업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국내 자동차산업이 한단계 도약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받을 만한 일이다. 특히 2008년 북경올림픽을 계기로 중국의 자동차 시장은 폭발적인 수요증가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만큼 현대차는 세계적인 자동차 메이커로 확고한 위치를 굳히게 될 것임이 분명하고, 또 국내부품산업의 성장 등에 미치는 긍정적인 파급효과도 적지 않을 것이다"

 -북경현대차의 생산시설 확충 및 판매망 계획은.

 "현재 16만평에 달하는 공장부지를 내년까지 24만평으로 확장해 내년에는 3만대를 생산할 계획이다. 또 현재 북경당국과 추가 부지 25만평을 이미 마련해 놓고 있어 향후 생산확대에 지장을 없을 전망이다. 또 우선 내년까지 중국내에 모두 40곳의 딜러망을 구축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모두 500여명이 넘는 신청자가 몰릴 정도로 인기가 높다. 이와 함께 딜러를 통해 부품도 동시에 공급·수리해주는 체제를 구축하겠다" 이상환기자 newsguy@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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