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기업 150곳·중기업 1곳…재원 대부분이 시민 혈세
기업 이윤활동 통한 주민복지 사업 추진 기대 힘들어
IT·BT 관련 기업유치에 필요한 행정지원책 강구해야

울산의 중심 '중구'가 쇄락의 길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갈수록 슬럼화돼 가고 있다.

수년전부터 상권자체가 신흥 상업지역으로 급부상한 남구지역으로 옮겨진 탓도 있지만 근본적인 도시경쟁력 약화는 바로 변변한 제조업체 하나 없는 중구의 태생적 한계에서 비롯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잃어버린 상권회복도 시급히 해결해야 될 문제지만 향후 10년, 나아가 100년 후 미래 중구발전의 성장동력으로 작용하는데 '기업' 만큼 중요한 매개체가 없다는 얘기다. 중구는 현재 '혁신도시' '재개발'등 도심 지도 자체가 완전히 바뀌는 대변화의 길목에 서 있다.

24만 구민의 삶의 질 향상은 물론 재정자립도를 높여 살기좋은 중구로 도약하기 위한 새로운 도심개발 프로젝트가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이에 중구의 현 산업 현황과 기업유치 방안, 중소기업단지 조성 가능성 등을 2회에 걸쳐 진단해 본다.

◇'기업 NO, 자생력 바닥권'

현재 중구의 재정자립도는 15.1%(2007년말 기준)에 불과하다.

2008년도 올 당초예산으로 확보한 중구 전체 살림은 1400억원. 이중 순수하게 구청의 재정에 쓰여지는 예산은 지방세(자주재원: 순수하게 구청에서 거둬들이는 지방세)+과태료 등 세외수입으로 268억원이 고작이다.

이 같은 중구의 재정자립도는 울주군 56.9%의 30%정도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며, 남구 35.7%, 동구 33.1%의 절반정도 수준에 그친다. 더욱이 지난 1997년 광역시 승격과 동시에 가장 늦게 신설된 북구(28.3%) 보다 10% 이상 낮아 울산에서 가장 가난한 지자체란 불명예를 안고 있다.

그럼 왜 이처럼 중구가 가장 열악한 재정살림에 허덕일까. 이는 중구지역에서의 기업활동을 엿보면 쉽게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중구 대부분의 재원은 일반주택, 아파트 과세 등 시민들의 혈세로 충당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업활동에 따른 세수는 전무한 실정이다. 제대로된 기업이 없다는 말이다. 재정자립도가 높은 남구나 울주군은 상당부분의 재원을 기업이윤 활동으로 충당하고 있다.

그만큼 기업이 지자체의 몸집불리기에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통상적으로 지자체의 재정(구세)은 재산세와 사업소세(50인 이상 종업원수, 330㎡ 공장면적에 따라 산정), 면허세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전체 구비 대비 사업소세, 즉 기업이 중구에 가져다 주는 돈은 중구 살림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지난해 기준으로 6억원이 전부다. 그것도 일반 제조업체가 아닌 병원이나 대형마트 등에서 발생한 재원이다.

같은 기간 남구는 사업소세만 104억원, 울주군은 69억원을 기록했다. 기업이 가져다 준 수십억원대의 사업소세로 남구와 울주군 등은 주민의 안전을 위한 도로확·포장이나 가로등 확충, 공원정비, 어린이 지원활동 등 수많은 주민복지 사업을 펼치고 있다.

거주민의 수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한 어느 지자체나 주민세나 재산세 등의 재원은 큰 차이가 없다는게 구청측의 설명이다.

중구청 기획감사실측은 "재정자립도를 높이는데 '기업'만큼 중요한 매개체는 없다"면서 "(우리 지역은) 기업이 없다보니 자연스럽게 재정자립도가 높아질 수 없어 정체되고 있다. 이대로라면 10년 후도 열악한 재정에 발목이 묶여 성장에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기업=도시 몸집불리기'전략 구가

중구에는 현재 정상등록을 거친 16개 업체(제조업)와 무등록된 135개 업체를 합쳐 총 151개의 사업장이 영업활동을 펼치고 있다.

섬유, 출판·인쇄, 조립금속제품, 전기기계 등 다양한 업종을 나타내고 있지만 소기업이 150개며 중기업은 1곳에 불과하다. 그야말로 중소기업이라 꼽을 수 있는 업체는 한 곳도 없다. 영세한 업체들로 대부분 구 시가지 일원에서 조그마한 상가 등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게 구청측의 얘기다.

중구는 농공단지, 중소기업단지, 아파트형 공장도 없다. 공장부지도 상업·공업지역이 아닌 주거지역의 4만7000여㎡가 다다.

기업이 들어설 공간이 부족한게 사실이다. 그렇다고 이대로 기업유치에 손을 놓고 있을 수 만은 없다. 기업은 단순하게 재정살림을 살찌우게 할 뿐 아니라 2~3차 관련산업의 성장은 물론 유동인구 증가와 주변상권 활성화로 중구 전체에 활기를 불어넣게 된다.

가장 늦게 신설된 북구가 10년만에 재정자립도를 30%대에 가까운 수준으로 올려 놓은 것도 바로 이 같은 기업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 때문에 최근 들어 중구지역 일원에서도'미래 자주재원 확보'를 위해 첨단 중소기업 단지를 조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박성만 중구의회 부의장은 "자주재원 확보를 위해 기업유치가 중요하다. 여유공간은 많지 않지만 울산공항으로 인한 고도제한 및 소음분진 등으로 구민이 살기에 부적합한 지역을 개발해 중소기업 단지로 활용하는 방안 등을 심도있게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결국 중구 스스로가 '기업NO'→'재정열악'→'각종 사업 차질'→'구민 삶의 질 하락'이란 쳇바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앞으로는 울산시가 중구 일원을 활용한 첨단 공단개발 등에 주력해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중구청 관계자는 "환경을 파괴하지 않고 주민들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첨단 IT 및 BT 관련 기업을 유치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 나갈 필요가 있다"면서 "지금부터라도 무조건 중구가 기업활동이 안된다는 의식을 버리고 기업유치에 필요한 행정지원을 강구해 나가야 한다"고 자정했다.

이형중기자 leehj@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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