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처럼 희망을 주던 놈들이 이렇게 애물단지가 될줄은 몰랐습니다"

13일 오전 울산시 울주군 두서면 차리에서 한우 120마리를 사육하는 이상우(두서면 청년회장)씨가 축사를 보며 아픈 놈은 없는지, 출산을 앞둔 임신우의 상태는 어떤지 등 소들의 움직임 하나하나를 세심하게 살피다가 끝없는 한숨을 내쉬었다.

"한우를 사육하면서 요즘처럼 어려웠던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한마디로 '죽을 맛'입니다. 쇠고기 수입 등으로 빚어진 국민들의 쇠고기 기피현상에다 사료값은 하루가 멀하고 자꾸 오르고 불안심리 확산으로 소값은 내리막길을 걸으니 무슨 힘이 나겠습니까"

◆ 사료값 얼마나 올랐나

울산지역 축산농가들이 사료값 폭등, 소값 하락, 쇠고기에 대한 소비자 불신 등 이중·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피부로 느끼는 어려움보다 더 힘겨운건 축산에 대한 희망이 꺾였다는 점이다.

이씨는 "금전적인 부담에다 국민적으로 쇠고기에 대한 불신감이 높아지고 있어 심적인 부담도 만만찮습니다. 묵묵히 한우만 사육하고 살았는데 너무 힘드네요. 키우면 키울수록 적자가 생겨나지만 달리 뾰족한 방법이 없어 한숨을 내 쉬면서도 사육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하소연했다.

사료값이 지난해에 비해 전체적으로 60% 가량 폭등했다. 비육우 사료의 경우 25㎏짜리 1포대에 1만1400원까지 치솟았다. 지난해 6500~7000원 하던 것에 비하면 4000~5000원 가량 올랐다. 비육에 필수적인 비육우 사료값의 급등이 대규모 축산농가들의 부담을 가중시킨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송아지를 생산하는데 쓰이는 번식우 사료도 지난해 6800원대에서 1만원 이상으로 올랐다. 이마저도 최근 일주일내 1포대당 1000원 가량 인상이 확정된 상황이어서 축산농가들의 신음소리가 깊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같은 사료값 폭등에 따라 생후 6개월된 숫송아지를 구입해 17개월 가량 비육해 출하할때 드는 비용도 크게 늘었다. 17개월 동안 사료값으로 220만원 가량이 소요되는데다 볏짚가격 15만~20만원, 약품이나 질병 치료값 10만원까지 포함하면 250만원 가량이 소요된다. 구입시 180만~190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17개월 동안 사육해 출하할 경우 받을 수 있는 380만~400만원에 비해 50만원 가량 적자다. 그동안 인건비를 제외하더라도 사육하면 할 수록 적자라는 계산에 이르게 된다.

이씨는 "적자인줄 알지만 지금으로서는 달리 방법이 없지 않습니까. 그렇다고 똥값이 다된 지금 출하하면 축사 건립시 빌린 대출금은 고스란히 남아 빚더미에 올라앉으니 울며겨자먹기로 끌고 나갈 수 밖에요. 그래서 축산농민들이 희망을 잃은 겁니다"

송아지 생산으로 얻는 수익도 크게 줄었다. 어미소로부터 송아지 1마리를 생산하는데 지난해 60여만원이 소요됐으나 사료값의 지속적인 상승으로 올해는 90만원 이상이 소요되고 있다. 어미소 사육비가 지나치게 높아진데다 송아지 가격이 지난해 비해 80만~100만원 가량 내려 사육비는 더 들고 수익은 줄어 그 폭이 엄청나게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이씨는 사료값 폭등에 견디다 못해 자체 사료개발을 시도하고 있다. 비육우 사료는 대체가 어렵다고 판단해 그대로 사용하고 번식우를 대상으로 맥주찌꺼기인 맥아박과 비지, 보리등겨, 버섯베이지, 깻묵, 장유밥(콩찌꺼기)을 섞어 발효시켜 사용하고 있다. 종전에는 폐기물이나 다름없던 것들이었지만, 최근 원자재값 상승에 따라 이 마저도 구입하기도 어려워졌고 적정선의 비용을 지불해야 할 판이다.

◆ 추락하는 소값

쇠고기 시장 개방으로 시작된 소값 하락이 축산농가들을 시름에 잠기게 하고 있다. 개별차가 심해 정확하게 얼마나 내렸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암송아지는 100만원, 숫송아지 60만~70만원이 내렸다. 번식으로 목돈을 마련해오던 소규모 농민들의 한우 사육 메리트가 온전히 사라진 셈이다.

가임암소 가격이 가장 많이 내렸다. 지난해 이맘때 초산의 암소 가격이 470만원 가량이었는데 비해 현재 310만~320만원 가량 거래되고 있다. 150만원 이상 폭락한 상황이다. 한우 사육에 대한 미래가 불투명해 지면서 축산농가들이 입식을 꺼리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마리당 거세하지 않은 숫소는 100만원, 거세한 숫소 140만원, 비육 암소 120만~130만원 가량 하락했다.

현재 언양가축시장에서 거래되는 소값은 다소 주춤해진 상황이다. 가격 하락폭이 깊어지면서 매물을 내놓지 않고 관망하는 분위기가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 깊어지는 소비자 불신

광우병의 안전이 보장되지 않은 쇠고기 시장 개방 추진에서 촉발된 촛불집회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일반 국민들이 쇠고기에 대한 불신이 날로 깊어지고 있다.

이씨는 "중학교에 다니는 아들이 쇠고기는 먹으면 안되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을때 정말 가슴이 답답함을 느꼈다"며 "정부 정책의 오류로 인한 피해를 축산농가들이 고스란히 떠안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육류 소비 감소와 함께 곰거리로 사용되는 사골소비도 격감했다. 계절적인 수요 감소를 감안하더라도 소비 감소세가 예사롭지 않다.

울주군지역에서 한우 숯불갈비 식당을 운영하는 한 업주는 "예전에는 육류소비와 함께 사골이 동시에 팔려나가 재고가 남지 않았으나 요즘은 아예 사골은 따로 냉동보관하고 있을 정도로 판매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사회 전반적으로 쇠고기 기피현상이 빚어지면서 사골은 처다보지도 않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현재 정부에서 축산농가를 대상으로 정책자금을 지원하고 있는데 연리 3%에 1년 일시상환 조건인데 가만히 살펴보면 아무 도움도 안되는 정책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통상 한우를 출하할 수 있는 기간이 2년인데 이 정책자금 조건대로 따를려면 사육도중에 출하할 수밖에 없다. 축산농민들이 분노하고 잇는 것은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정책을 개발하지 않는 것도 큰 원인중의 하나다"고 지적했다.

최석복기자 csb7365@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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