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구점서 출발 튼실한 중견기업으로 성장
최근 고유가·원자재가격 상승등 경영 위기
직접 판매망 개척·수출시장 다변화로 돌파

(주)라이온 사무기는 1792년 창업 때부터 지금까지 문구 및 사무기기 제조사업에 전념하고 있다. 무려 216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고집스럽게 한우물을 파고 있는 대표적인 장수기업이다.

자본금 21억5500만엔, 사원수 1000명. 일본 사무기기업계 2위의 탄탄한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주)라이온 사무기'가 한 곳에 모든 것을 올인한 대가는 눈부시다.

붓과 종이, 먹을 파는 작은 문구점에서 출발한 이 회사는 지난해 결산에서 매출과 영업이익, 경상이익 모두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정도로 탄탄대로를 달리고 있다.

중견기업에도 불구하고 1900년대 이후 사무기기 시장점유율 2위, 오피스 가구 6위의 자리를 한 번도 놓치지 않고 있는 점도 인상적이다.

1년을 채 버티기가 힘든 사무기기 분야에서 200년 넘게 장수한 기업에는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을까?

◇소비자 입장에서 세심한 신경

간략한 기업소개가 끝나자 마자 장수기업의 비결을 묻는 기자의 성급한 질문에도 이 회사 영업기획부 부장인 쿠스다 신타로(51·Kusuda Shintarou)씨는 전혀 당황한 빛을 띄지 않았다.

"우리 회사가 시대가 바뀌어도 오랜기간 경영을 유지해 올 수 있었던 가장 큰 비결은 '모두를 위한 쾌적한 환경조성'이라는 경영이념에 바탕을 둔 개척자 정신입니다"

쿠스다 신타로 부장의 대답은 간결했지만 확신에 차있었다.

쿠스다 신타로 부장은 간단한 예를 들어보이겠다며 이 회사가 개발한 문구용품의 하나인 파일을 꺼내보였다.

언뜻 보기에는 평범해 보이는 파일이지만 그 속에는 작은 비밀이 숨겨져 있었다. 일반 파일이 직사각형의 단순한 모델인 반면 이 파일은 윗부분이 마름모꼴로 깎여 있었다.

촘촘히 박혀있는 파일을 넣고 꺼낼때 사용자가 편리하도록 윗 부분에 잡기 쉽게 마름모 꼴의 홈을 파놓은 것이다.

쿠스다 신타로 부장은 "똑같은 파일이라도 소비자 입장에서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쓰면 이는 곧 매출과 직결된다"며 "한가지 제품을 고집하더라도 모두가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끊임없는 발전을 추구하는 것, 그것이 곧 개척자의 정신이자 우리 회사의 경영이념"라고 말했다.

이같은 개척자의 정신에 입각해 이 회사는 문구용품, OA사무가구, 각종 사무기기 등 제품마다 창조적인 아이디어와 혁신적인 디자인을 통해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을 넓히고 있다.

◇역사와 전통 아래 새로운 혁신 추구

지난해 이 회사는 216년 간의 역사를 시대별로 정리한 자료관을 도쿄 신주쿠 본사 빌딩 1층에 설치했다.

30평 남짓한 자료관에는 창립 초기 판매한 에도 시대의 붓, 종이, 먹에서부터 2차 세계대전 당시 사용한 펀칭기, 스템플러 등 다양한 제품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역사 자료관에 이어 본사 3~4층에는 의자, 책상, 캐비넷, 응접용 가구에서부터 시청각 기기, 병원용 집기, 복지시설 내 특수 가구 등 이 회사가 현재 생산하는 모든 제품을 직접 만져보고 체험할 수 있는 쇼룸이 따로 마련돼 있다.

200년의 세월을 한눈에 집약한 자료관과 최첨단 기기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쇼룸을 함께 설치한 이유는 유구한 역사와 전통 아래 끊임없는 혁신을 추구하는 이 회사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소비자들이 한눈에 보고 좋은 제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쇼룸 바바 츠토무(44·Baba Tsutomu) 담당자는 "창업 초기부터 지금까지 200여년의 과정을 소비자들에게 가감없이 보여주기 위해 자료관과 쇼룸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며 "일본의 오래된 기업은 모두 자료관과 쇼룸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는 곧 회사의 자부심과 직결된다"고 말했다.

◇원자재 파고 이기기 위해 새로운 도전장

200년의 역사를 자랑하며 수많은 풍파를 헤쳐온 라이온 사무기는 지금 새로운 위기에 직면했다. 전세계적으로 고유가, 원자재값 상승 등으로 이 회사 역시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이러한 위기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라이온 사무기는 올해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하나는 내수 시장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지금까지 중간 도매상을 거쳐 제품을 판매하던 과정을 없애고 직접 판매망을 개척, 제품의 마진율을 높이는 것과 국내 시장의 명성에 힘입어 세계적인 사무기기 업체로 성장하기 위해 수출시장을 확대해 나가는 것이다.

쿠스다 신타로 부장은 "최근 고유가 등 대내외 악재로 회사 경영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이는 수백년 동안 겪어온 수많은 풍파 가운데 일부분에 불과하다"며 "현재의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내수 마진율을 높이고 수출에도 공격적인 마케팅을 도입하는 등 다양한 변화를 꾀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권병석기자 ·사진=임규동기자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으로 이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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