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0년대 말부터 시작된 우리나라의 화학물질 배출량 조사에 따르면 환경오염물질의 대부분은 대기로 배출되며 그 중 유해화합물은 울산에서 가장 많이 배출된다고 한다.

그러나 실제로 울산지역의 대기 중에 배출된 유해화합물질의 농도를 면밀히 조사한 사람은 아직 아무도 없는 것 같다.

현재 우리나라를 비롯해 많은 나라에서는 대기환경 기준의 대상이 되는 대기오염물질로서 아황산가스, 일산화탄소, 이산화질소, 오존, 먼지(PM10), 납 등을 들고 있지만 이 중 아황산가스나 일산화탄소 혹은 납과 같은 오염물질이 문제가 되고 있는 곳은 지구상에 그리 많지 않다.

왜냐하면 이미 원유에서 황 성분을 제거하는 기술이 확립됐으며 적어도 우리나라 정도의 경제수준을 갖는 나라에서는 황이 제거가 안된 연료를 사용하지 않은 경우가 없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일산화탄소는 우리나라에서는 연탄을 가정의 주 연료로 사용하던 시절에는 문제가 되었지만 현재는 우리나라의 어느 곳에 가도 일산화탄소 농도가 기준치의 3분의 1에도 육박하는 곳은 없다고 한다.

그러면 선진국인 미국이나 일본에서의 대기질은 무엇이 문제인가?

미국의 경우 오존이나 먼지가 문제인 곳도 있지만 최근에는 벤젠이나 유해중금속과 같은 유해대기오염물질 등 미량이면서 독성이 강한 성분에 대한 규제나 관심이 커져가고 있다.

21세기의 대기질 관리는 아황산가스나 이산화질소와 같은 전통적인 대기오염물질보다는 미세먼지(PM2.5), AI를 비롯한 생물이 근원이 된 부유분진(bioaerosol), 유해 휘발성유기화합물(벤젠 등), 석면, 악취, PAH(다환방향족탄화수소), DOP 등의 환경호르몬에 대한 관리가 강화되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물질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물질이 지역의 대기 중에 얼마나 존재하는지 파악되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이러한 물질이 대기 중에 배출되었을 때 어떤 경로로 어디로 가는지 파악되어야 한다. 울산에서 배출된 대기오염물질이 도시 공간에서 어떻게 확산되는지 혹은 대기오염물질이 어떤 바람길을 따라 이동되는지, 그리고 최종적으로 대기오염물질은 어떻게 소멸되는지 추정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울산의 해안가는 거대한 공장이 차지하고 있지만 많은 부두가 있고 또한 많은 선박이 오가고 있다. 울산에는 이제 세계 최대의 조선소와 함께 세계 최대의 화학공단이 자리 잡고 있다.

미국은 자동차가 너무 많아져서 생기는 재앙을 이미 LA 스모그 사건으로 겪은 바가 있듯이 일본의 욧카이치 공해는 대기오염 방지시설이 없는 화학공장이 밀집돼 발생된 환경 재앙이었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세계 최대의 조선소와 화학공단을 가진 울산은 이미 다른 나라가 겪어보지 않은 새로운 환경 재앙의 가능성도 갖게 된 셈이다. 대부분의 환경 재앙이 예측하지 못하고 발생됐고 환경의 변화가 왜 일어났는지 나중에 알고 나서 그 대책을 세우게 된다.

하천에 많은 오염물질을 넣으면 언젠가는 문제가 되 듯,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유해물질을 매년 대기 중에 내보내고 있는 울산의 경우, 세월이 흘러 어떤 변화가 올지 아무도 생각하지 않고 있다.

울산시가 대비를 해야 하는 시점에 이른 것이다. 이럴수록 지자체의 역할은 크다고 할 수 있다. 21세기의 대기질 관리를 위해 지자체의 역량이 커져야 한다.

양성봉 울산대 화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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