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앞 '무료 주차장' 그릇된 주민의식
무질서한 주차 인한 소방도로 기능 상실
'이용료의 재투자'로 주차공간 증대 효과

울산시 남구청이 다음달부터 남구 전역에 거주자우선주차제를 전면 시행한다.

주택가 이면도로 등에 주차구획을 설정, 해당 주민들이 편리하게 차량을 주차할 수 있도록 해 지역 교통소통과 주차난 해소, 이면도로의 주차질서를 확립해 주민에게 안정적인 주차 공간과 편익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남구청은 34만명의 인구가 거주하는 울산 최대의 주거지이자 중심 상권이 형성된 남구지역의 주차장 확보율이 71%에 불과해 주차난에 따른 여러 부작용 해소 차원에서 거주자우선주차제를 전면 도입한다고 밝혔다.

남구청은 이에 앞서 지난해 10월부터 거주자우선주차제를 시범 도입해 그동안 제기된 문제점에 대해 보완에 보완을 거쳐 남구 전역에 본격 시행하기로 했다.

본지는 남구청이 역점 시책으로 추진하는 거주자우선주차제의 시행 배경과 문제점과 대책, 국·내외 도입 사례, 기대효과 등을 6회에 걸쳐 진단해 본다.

◇부족한 주차공간, 아쉬운 시민의식

울산 남구에 등록된 자동차는 모두 13만3765대에 이른다. 반면 확보된 주차면수는 9만4973면에 불과해 주차장 확보율은 고작 71%에 불과하다. 전국 평균(79%) 뿐 아니라 울산 평균(75%)에도 못미치는 실정이다.

신정동 주민 서모(34)씨는 "저녁 일찍 집에 오지 않는 날은 차라리 회사에 차를 두고 오는 경우가 많다. 어설프게 늦게 왔다가는 빈자리를 찾아 동네를 몇 바퀴나 돌아야 하고, 그렇게 해도 자리를 찾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심각한 주차난은 동네 풍경도 바꿔 놓았다. 좁은 이면도로의 각 주택 대문 앞에는 한 낮부터 드럼통과 폐타이어 등이 줄지어 선 채 오후까지 '주인집' 차량을 기다린다. 행여 그 장애물들을 치우고 주차라도 하면 '주인집'과 언성을 높일 각오를 해야 한다.

실제로 남구청이 지난해 4월 주민 154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주차문제로 이웃간 분쟁을 경험해 본 주민이 전체 61%에 달했다.

주택가의 무질서한 주차는 소방도로 기능을 무력화 시키는 부작용도 낳는다. 화재나 재난 발생시 신속한 대응을 방해해 심각한 피해를 야기할 수도 있다.

이 같은 부작용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늘어나는 차량수에 발맞춰 주차공간을 늘이기 힘들다는 데 있다. 특히 남구지역의 경우 활발한 주택재개발·재건축 사업으로 땅값이 치솟아 부지확보와 공영주차장 조성이 더욱 힘든 실정이다.

또 그동안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주차 정책이 실현되지 못한 점, 공공용도의 도로와 내 집 대문 앞을 '무료 주차장'으로 인식하는 주민들의 그릇된 의식 등도 무질서한 주차를 부추기는 원인이다.

양희부 남구청 교통행정과장은 "현재 남구에서 공영주차장 1면을 조성하려면 최소 3000만원이 든다. 재정부담을 고려하면 행정기관이 주차장을 마련해 주차난을 해소하기란 사실상 불가하다. 그런 면에서 거주자우선주차제는 지금 구청이 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대안이다"라고 말했다.

◇주차공간 증대와 도로 기능 회복

거주자우선주차제는 주택가 이면도로에 주차구획을 설치해 각 구획마다 관리번호를 부여한 뒤, 자가(自家)주차장을 확보하지 못한 주민이나 상근자들이 일정액의 주차료를 납부하고 주차구획을 지정받아 이용토록 하는 제도다.

주민들에게 안정적인 주차공간을 제공해 이웃간 분쟁 등 주차로 인한 불편을 없애는 한편, 무질서한 불법주차를 바로 잡아 소방도로의 기능을 살리고 교통 흐름도 원활히 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울산에서는 중구청이 처음으로 지난해 3월부터 전면 시행한데 이어 남구청도 지난해 10월 시범시행에 이어 오는 7월1일부터 전면 시행에 돌입한다.

주차구획이 설치되는 곳은 너비 5.5곒 이상의 이면도로가 대상이다. 8곒 이하 도로에는 도로 한쪽 편에, 8곒 이상 도로에는 도로 양쪽 편에 주차 구획이 그어진다. 주차구획 이용료는 월 1만원이며, 남구청은 6개월 단위로 구획 배정과 이용료 수납을 받을 예정이다.

주차구획 이용 시간은 오후 6시부터 자정까지다. 이 시간 동안 주차 구획을 배정받지 않은 차량이 부정 주차하면 즉시 견인조치되며, 견인료 3만원과 공영주차요금을 부담해야 한다.

주차구획 배정자를 정하는 기준은 주민이 신청한 구획과 거주지의 거리, 신청인의 전입일 등이다. 신청 구획이 집과 가까울수록, 전입한 지 오래될수록 배정에 유리하다.

16인승 이상 승합차와 2.5곘이상 화물차 등 차고지 확보 의무차량과 지방세 체납자, 교통 관련 세외수입 체납자 등은 배정 대상에서 제외된다.

남구청은 이 제도 시행으로 주차장 확보율이 크게 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울산 중구의 경우 지난해 3월 제도 전면시행 후 주차장 확보율이 77.8%에서 84.6%로 6.8% 증가했으며, 대부분의 자치구가 제도를 시행 중인 서울도 주차장 확보율이 평균 10% 이상 향상되는 등 주차공간 증대 효과는 이미 증명되고 있다.

또 도로의 기능을 회복해 화재 등 재난 상황 시 긴급차량의 통행로가 확보되고, 주차문제로 야기됐던 이웃간 분쟁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대문 앞 주차공간을 지키기 위해 놓아 둔 드럼통이나 폐가구 등도 모두 사라져 도심미관 개선 효과도 기대된다.

무엇보다 야간에 늦게 귀가해도 '나만의 주차장'이 있다는 점에서 그동안 주차공간을 사수하느라 안절부절 못했던 운전자들의 불편이 해소될 예정이다.

특히 남구청은 제도 시행으로 벌어들이는 이용료를 공영주차장 조성에 재투입, 주차공간 증대의 '선순환' 구조를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최진홍 남구청 교통행정주무관은 "'유료'에 대한 거부감을 가지는 주민이 있지만, 서울이나 부산 등과 비교하면 남구의 이용료는 절반 이하"라면서 "특히 남구는 주차요금을 전액 남구주차장 특별회계로 편성하도록 조례로 정하고 있어 도심 주차여건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허광무기자 ajtwls@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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