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를 하려면 인물이 잘 생겨야 한다"

 재선에 성공한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평소 입버릇처럼 "이미지 정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한다. 자신의 재선 성공도 이러한 "이미지 정치" 덕택이라고 공공연하게 떠벌렸다는 것이다. 사실 선거를 치르기 오래전부터 그는 광고회사 출신인 친딸 클로드를 공보보좌관으로 임명해 이미지관리에 전력 투구했다고 한다. 딸과 함께 콩코드기를 타고 미국 뉴욕으로 날아가 미 공화당 대통령후보들을 전담하고 있는 홍보전문가들로 부터 이미지 관리 강습을 은밀히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 결과 책상밑에서 다리를 떠는 못된 습관을 고쳤고 TV카메라를 마주볼 때는 책상위의 서류 양쪽 끝에 두 손을 펼쳐 놓아 시청자들의 시선을 끌었다. 특히 사진기자들 앞에서는 한 손을 일부러 바지 주머니에 넣고 걸음으로써 발걸음이 편안하게 보이도록 신경쓰는 치밀함도 보였다. 그 결과 올 초 대선에서 82%의 압도적 지지로 재선에 성공했다. 물론 이러한 이미지 관리만으로 당선된 것은 아니었겠지만 유권자의 마음을 움직이는데 상당한 영향력을 미쳤다고 그는 확신하고 있는듯하다.

 비주얼시대에서는 물론 실력못지 않게 시각적 이미지가 무서운 힘을 발휘하는 경우가 많다. 취직을 위한 면접시험이나 계약을 위한 협상테이블 등 대인관계를 기본으로 하는 자리에서는 첫인상이 중요하다는 점을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특히 "TV정치"라고 불리우기까지 하는 최근의 선거판에서는 자기연출을 위한 이미지 관리가 유권자의 표심을 움직이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후보들마다 이미지 가꾸기에 열을 올리는 모습도 관심을 끄는 뉴스거리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사람들이 호감을 갖는 인간형은 저마다 틀리다. 개성이나 성격에 따라 취향이 다르듯이 타인에 대한 친밀도도 개인차가 뚜렷이 구별되는 것은 어쩜 당연하다. 그러나 전통적인 우리 문화적 특성으로 보면 유창한 언변으로 해박한 지식을 설파하는 경우가 어떤 때는 얄밉기도 하고 거부감을 보이기도 한다. "언행일치"에 대한 불신감이 은연중에 표출되거나 말로만하는 "립서비스"에 싫증난 반발심이 작용하는 듯하다. 오히려 눌변이지만 겸양과 양보, 성실성이 돋보이는 사람이 더 진실해 보일 때가 많다.

 결국 시각적 이미지는 시대의 요구와 개인적 필요에 따라 변하는 한시적 요소가 내재되 있지만 문제는 우리 사회가 "보이는" 이미지에 지나치게 우상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사기를 칠려면 외모부터 가꾸어야 한다"는 말처럼 비싼 옷에 고급 악세서리와 승용차, 거기다가 화려한 언변을 갖춘 "이미지"에 사회가 너무 쉽게 유혹되는 풍조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김대중 대통령의 3남 홍걸씨를 법정에 몰아넣은 "최규선 게이트"의 당사자인 최규선씨도 카메라가 있는 곳이면 꼭 분장통을 들고 다녔을 만큼 "자기포장"에 신경썼다고 한다. 실체를 왜곡시키려는 노력이었는데도 보이는 이미지만 믿고 따랐던 자가 한 둘이 아니었다. 이들은 결국 비리에 연루돼 모두 법정에 서는 망신을 당했지만 우리 사회는 여전히 잘못 "덧칠"된 이미지에 속는 자가 속출하고 있어 안타깝다.

 울산도 지금 대통령선거와 중구 보선에 따른 선거운동이 가열되고 있다. 언론이나 시민단체 등에서는 후보들의 실체에 접근할려는 노력을 다양하게 시도하면서 바른 선택의 길을 제시하고 있다. 과대 포장되거나 허위로 만들어진 이미지는 그릇된 판단을 유도하기 때문에 사회악으로 간주해 경계하라는 당부도 잊지않고 있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이미지에 현혹되지 않고 진실에 접근할 수 있는 혜안을 가지는 것도 비주얼 시대에 요구되는 시민 개인의 또 하나의 필요 덕목이라는 사실이 마음을 무겁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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