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에 의하면 지난 2005년 우리 국민들이 자녀들의 영어 사교육비로 지출한 돈이 15조원이나 됐는데 이는 금액대비로 일본의 3배, 인구대비로 일본보다 8배나 많은 비용을 지불했지만 실력은 세계에서 꼴찌로 나타났다.

국제영어인증 시험인 IELTS가 지난해 응시자가 많은 상위 20개국의 시험성적을 분석한 바에 의하면 19위를 기록했으며 유학성적은 15위, 읽기와 듣기는 18위, 말하기와 쓰기는 19위로 모든 분야에서 꼴찌 바로 앞 단계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교육열이 세계에서 가장 높고 가장 많은 비용을 투자하는 사항을 고려하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명실상부한 꼴찌이며 노력과 투자금액 대비로는 세계에서 가장 비효율적인 교육을 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새 정부 들어 잘못된 규제에 대한 대못빼기가 가속화 되면서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자율권이 점점 확대일로에 있는데 그중에서도 교육 정책이 단연 압권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과거 중앙집권 행태로 관리하던 교육정책을 대폭 지방에 이양하려는 취지는 과도한 규제를 철폐하고 행정의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뜻으로 이해하고 싶지만 그 보다는 국민들의 지지를 받기 어려운 교육정책을 지방에 이양함으로써 정치적인 책임을 회피하겠다는 면피성 정책에 오히려 더 큰 비중을 두지 않았나 생각된다.

지금 전국의 지자체들은 학원 심야학습에 대한 견해를 제각기 달리하고 있는데 울산만 하더라도 두 차례나 결정을 미루고 있는 실정이며 심지어 학원들이 심야학습제한에 대한 위헌소송까지 제기한 상태다. 중앙정부에서 조차 현명한 결정을 내리지 못한 정책 사안을 전문성이 결여된 하부단체에 일임하는 것은 이른바 국민들의 비난을 피하겠다는 이유 외에 다른 이유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경제원칙이란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이익을 남기는 것'인데 모든 정책을 입안하는데 이와 같은 경제 논리가 배제된다면 결코 정책이라고 정의할 수는 없을 것이다.

지금 각 지자체들이 심야 학습시간을 결정하지 못한 채 여기저기 눈치만 살피고 있는 현상은 인과관계의 옳고 그름 등과 같은 가치판단의 기준조차도 모르는데서 초래되는 현상이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비용과 가장 많은 시간을 공부에 시달리게 하면서 세계에서 가장 실력이 없는 학생들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면 심야 학습시간에 운운하기 보다는 정상적인 수업을 통해 세계 최고의 실력을 갖출 수 있도록 교육정책의 초점을 맞추어야 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이며 정상적인 접근 방법일 것이다. 특히 교육정책의 기본은 전국적으로 동질성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 학생들의 학교선택권을 용이하게 할 뿐 아니라 입시에 대한 혼란을 예방하는 첩경임을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행정력 낭비와 정책의 실패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의 권한을 지방으로 이전하는 것을 선별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본다.

지금으로부터 40여년 전 중학교 시절 나와 같은 반에 속했던 한 친구는 다른 친구들이 청소를 하는 시간에도 교실 뒤편에 앉아 먼지를 뒤집어 쓴 채 책을 읽는 등 적어도 학교에서 가장 열심히 공부를 했다. 그런데도 그 친구의 성적은 항상 꼴찌에서 순위다툼을 해 항상 안쓰럽다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었는데 지금의 우리나라 교육정책을 보면 그 친구 생각이 절로 난다.

출구가 전혀 보이지 않는 대한민국의 교육정책, 과연 우리나라에도 희망이 있기나 한 것인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정호경 대진설비(주)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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