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많은 나라가 있는데 나라마다 그 민족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민족정신이 있다. 우리 배달민족은 반만년 역사를 이어오면서 우리 민족만의 고유의 '선비정신'이 혈관 속에 전해 내려오고 있다. 본래는 넉넉할 섬(贍) 갖출 비(備)자를 써서 '섬비'라고 불러왔는데 오랜 세월동안 언음(言音)의 변질로 인해 선비정신이라 발음되고 있다고 우리시대의 마지막 선비인 용전 김철희 선생이 풀이했다.

"돈뿐만 아니지…. 여러 가지가 넉넉해야지" 그의 문집 생존경쟁론에서는 "생존이란 죽지 않고 살아 있는 것이다. 경쟁이란 살아남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하는 행위이다" "사람이든 국가든 그 개개에는 스스로 생존할 도리가 있다. 그 도리는 순수하고 정당해야 한다"고 하며 선비에 대한 바른 정의를 더 세밀하게 일러준다.

총 5가지로 청백으로 살아가고 근검 절약하며, 후덕스럽고 경효로운 인의로운 사람이다.

그의 문집에는 이 이외에도 여러 가지 교훈들이 적혀 있다. 덕치(德治)는 원수가 없어지고 죄인이 없어지지만 법치(法治)는 죄인은 많아지고 원수가 성한다 했고, 글을 잘하는 사람은 대장 못하고 대장하는 사람 학자 못 된다고 했다.

착한 사람은 장점이 많고 악한사람은 단점이 많으며, 누구를 사랑한다고 하면 마음속에 인(仁)이 있기 때문이며 이 인(仁) 때문에 사랑하는 마음이 생긴다고 했다.

뜻을 크게 세워야 하고 바르게 가야하며 죽을때까지 노력해야 그게 선비의 도리라고 했다. 영국 수상 대처도 남편 밥상만은 꼭 자기 손으로 차렸다. 내몸을 바로 잡아 가정을 잘 꾸려야 밖에 나가 남을 다스릴 수 있다고도 했다.

이웃 여러 나라 민족들도 제각각 민족정신을 갖고 있다.

가까운 일본은 사무라이 무사정신으로 날카로운 칼로 싸움 짓을 잘하고 있다. 초강대국 미국은 개척정신으로 세계 곳곳을 누비며 개척해 세력을 넓혀가고 있다. 중국은 대의(大義)정신으로 큰 뜻을 품은 잠자는 사자라고 했다. 독일은 발명정신이 강해 고도의 기술을 자랑하고 있으며, 영국은 신사도정신으로 영토는 작지만 만만치 않은 나라로 군림하고 있다. 이처럼 여러 나라들이 나름대로의 민족정신을 담고 있어 나라마다 그 나라의 자존심과 민족문화를 꽃 피우며 서로 발전하고 경쟁하며 살아가고 있다.

반만년 우리 수난의 역사 속에는 수많은 선비들이 충신, 의사, 열사의 바른정신을 이어오면서 고통과 신음 속에 허덕이는 겨레 앞에 밝은 횃불을 밝혔는데 그 중에서도 일제 강점기에 목숨을 바쳐 선비정신을 고이 간직하고 기린 안중근 의사를 그리면서 마음모아 묵상에 접해본다.

본관은 순흥이며, 아명은 안응칠이다. 황해도 해주에서 출생했다. 한학(漢學)을 수학했으나 오히려 무술에 더 열중했다. 1895년 아버지를 따라 가톨릭교에 입교해 신식 학문에 접하고 가톨릭 신부에게 프랑스어를 배웠다.

1904년 홀로 평양에 나와 석탄상을 경영하고 이듬해 을사조약이 체결되는 것을 보자 상점을 팔아 1906년 그 돈으로 삼흥(三興)학교(후에 오학교(五學校)로 개칭)를 세우는 등 인재양성에 힘쓰다가 국운이 극도로 기울자 합법적인 방법으로는 나라를 바로잡을 수 없다고 판단, 1907년 연해주로 망명해 의병운동에 참가했다.

1909년 동지 11명과 죽음으로써 구국투쟁을 벌일 것을 손가락을 끊어 맹세했다. 그 해 10월 침략의 원흉 이토 히로부미가 러시아 재무상 코코프체프와 회담하기 위해 만주 하얼빈에 온다는 소식을 듣고 그를 사살하기로 결심했다.

1909년 10월 26일 일본인으로 가장, 하얼빈역에 잠입해 역전에서 러시아군의 군례를 받는 이토를 사살하고 하얼빈 총영사 가와카미 도시히코, 궁내대신 비서관 모리 타이지로, 만철이사(滿鐵理事) 다나카 세이타로 등에게 중상을 입히고 현장에서 러시아 경찰에게 체포됐다. 곧 일본 관헌에게 넘겨져 뤼순의 일본 감옥에 수감되었고 이듬해 2월, 재판에서 사형이 선고돼 3월26일 형이 집행됐다.

안중근 의사는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다'(경술 三月) 라는 글을 혈서하고 왼쪽 손바닥으로 인장한다. 둘도 없는 선비정신을 실행에 옮기신 분으로 우리 모두 본받았으면 한다.

심칠성 처용문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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