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 "반강제로…민원에도 요지부동"
구청 "당사자 합의…피해방지 최선안"

조합 사정 좋을땐 대납금 건축주에 돌려줬지만
시공사 부도로 200여건 24억 반환안되자 '논란'
조합 "체비지 압류 세원확보했는데 구청 뒷짐만"
구청 "당사자간 해결…준공전 체비지 경매 못해"

울산시 북구 진장·명촌토지구획정리사업이 착공된 지 벌써 10년을 맞고 있지만 시공사의 부도 등으로 사업이 제대로 진척되지 못하고 있다. 이 곳은 농지보전부담금 미납으로 사업 착수 3년여가 지난 2001년 공사중지 명령이 내려진데다 2006년에는 시공사인 평창토건의 부도로 현재까지 개별 건축 외에 조합 차원의 공사는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그런와중에 최근 북구청, 진장·명촌토지구획정리조합(조합장 김통국·이하 조합), 진장·명촌토지구획정리지구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간 농지보전부담금 납부를 둘러싼 책임 공방이 불거지고 있다.

특히 비대위가 북구청에 진정을 접수, 조합을 대신해 북구청에 납부한 농지보전부담금을 돌려달라고 나서자 이같은 공방은 조합과 북구청간의 책임 공방으로 표면화되고 있다.

◇농지보전부담금 대납 어떻게 진행돼 왔나

북구청과 조합은 건축주가 조합을 대신해 북구청에 납부한 대납의 정당성 여부를 놓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농지법상 농지보전부담금을 완납해야 건축허가를 내줄 수 있는데도 북구청은 개별 건축주가 선의의 피해자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지난 2001년부터 대납을 허용한 것이다. 농지보전부담금 대납 허용은 토지소유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진장명촌지구의 개발 촉진과 지방세 납부 증대 등의 효과를 기대하면서 이뤄졌다.

이에 따라 개별 건축주와 조합측은 합의하에 각서를 쓰고 건축허가 면적에 해당되는 농지보전부담금을 건축주가 조합대신 납부하면 조합이 납부한 것으로 보고 관할 북구청은 건축허가를 내줬다.

이런 절차로 건축허가된 건수가 2001년 이후 340여건이고 금액으로는 38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농지보전부담금의 건축주 대납은 2004년 이후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조합의 재정 사정이 좋을 때는 대납금을 건축주에게 돌려줬지만 시공사인 평창토건 부도 전후로 자금 사정이 악화돼 대납금을 돌려주지 못하면서 조합과 일부 건축주 간 다툼으로 번진 것이다.

다툼이 심화되자 조합은 북구청에 조합이 내야 할 농지보전부담금을 건축주에게 부과하는 행위를 허락하지 말아달라고 공문과 면담 등을 통해 건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조합과 건축주 간에 깊어진 갈등의 화살은 북구청으로 향하게 된 것이다.

현재 조합이 건축주에게 돌려준 대납금은 140여건에 13억원, 돌려주지 못한 대납금은 200여건24억원에 이르고 있다.

◇조합 "북구청의 월권행위", 북구청 "선의의 피해자 보호 대책"

조합은 자금 여력이 안돼 농지보전부담금을 미납한 상황인데도 대납을 허용한 북구청의 행정집행을 문제 삼고 있다. 대납으로 당장의 건축행위는 가능해져 민원을 해결할 수 있었지만 조합이 갚을 능력이 있을 지 없을 지는 고려치 않은 채 원칙에 어긋난 행정집행으로 모든 책임을 조합과 건축주에게 미루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통국 조합장은 "건축주와 대납에 의한 각서를 쓴 것은 북구청이 대납을 허용하는 방침을 정함에 따라 건축주를 보호하기 위해 거의 강제적으로 이뤄진 것"이라면서 "민원이 발생하자 대납 허용을 불허해달라는 공문을 보내고 면담을 통해서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북구청은 이미 농지보전부담금을 미납한 데 대해 체비지 1만8000㎡(매매금액 및 공시지가 80억원 상당)를 압류해 세원을 확보했다. 체비지 가운데 학교부지(1만3000㎡)의 경우 공시지가로 64억원에 달해 현재 미납된 부담금 38억원을 제하고도 남는데 처분이나 다른 방법으로 건축주에게 피해가 없도록 할 노력은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원 최소화를 위해 대책을 마련해야 할 행정기관이 책임회피와 몸사리기에만 급급해 나몰라라하고 있다는 게 조합측의 항변이다.

반면 북구청은 부담금의 대납허용 조치는 개별 건축주의 피해를 막기 위한 최선의 방안이었음을 강조하고 있다. 농지법상 조합이 농지보전부담금(205억원)을 완납하지 않으면 사업지구 내에서는 건축행위를 할 수 없도록 돼 있지만 상당수의 건축주가 피해를 볼 것을 우려해 실무부서 대책회의를 통해 최선의 대안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북구청 관계자는 "농지보전부담금 대납은 조합과 건축주의 합의 하에 이뤄진 것이었다"면서 "원칙대로 완납시까지 모든 건축행위를 불허했을 때의 피해가 더 크다고 판단했다"면서 "또 북구청이 조합으로부터 압류한 체비지는 국세징수법에 따라 준공 전에는 강제 경매가 어려워 매매를 통해 세원을 확보하기도 곤란하다"고 밝혔다.

한편 조합은 향후 북구청의 행정집행에 대해 경찰 진정 등을 통해 문제를 삼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비대위 역시 이같은 방침을 밝힌 바 있어 책임 공방을 둘러싼 갈등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유귀화기자 duri1217@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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