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판 벌이는 산놀이 변질 주위사람 배려 아쉬워
계곡마다 쓰레기더미…환경의식·문화 확산 필요
외부용역 등 통한 자연보호 프로그램 개발 절실

본보와 월간등산, (사)대한산악연맹 울산광역시연맹, 울산산악연합회 등이 공동주최한 등산문화 캠페인 및 토론회가 지난 4일 하루 동안 열려 울산지역의 새로운 등산문화 운동에 씨를 내렸다.

이날 울산지역 각 산악회에서 온 참석자들은 오전 8시 옛 울산상고 앞 문수산 등산로 입구에서 '산, 산이 아파요'라는 플래카드를 앞세우고 지나는 등산객들을 상대로 건전한 등산문화 조성에 앞장서 줄 것을 호소했다. 이어 문수산 정상 아래 이른바 '깔딱고개'까지 걸어가면서 직접 쓰레기를 줍는 등 한나절 동안 환경정화활동을 벌였다.

오후 1시부터는 울산과학대학 서부캠퍼스 중강당에서 '등산문화, 이것만은 지킵시다'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벌였다. 다음은 토론회 요약.

편집자 주

△사회=오늘 토론회는 최근 등산이 바람직하지 않은 방향으로 변질돼 가고 있다는 경각심에서 마련됐다. 등산이 산놀이로 변질되고 자연이 훼손되는 등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이것만은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말해달라.

△류달훈=정치판이 산문화를 파괴시켰다. 정치인들이 자신들의 표밭 관리를 위해 수백명씩 데리고 산에 오르면서 술판과 놀이판을 벌여 지금의 등산문화가 조성된 면이 없지 않다. 정치인들이 이제는 앞장서서 올바른 등산문화로 돌려놓아야 할 책임이 있다.

요즘 등산문화를 살펴보면 산에 갈 때는 점잖았다가 돌아올 때는 질서가 무너져버린 것이 자주 눈에 띈다. 아마 정서적으로 스트레스를 발산시킬 방법을 몰라서 그러는 것 같다. 지혜롭게 대처방안을 만들어내야 한다.

△김두일=일선에서 산행을 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대부분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산에 다니는데, 그 행태가 어떠한지를 스스로 돌이켜보고 반성해볼만 하다고 생각한다.

△정창수=옛날 없던 시절에는 그냥 산이 좋아 산에 다녔는데, 요즘에는 산놀이를 위해 오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 산놀이가 나쁘다고는 할 수없다. 그러나 주위 사람들을 의식하면서 산 예절을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병호=계곡에서 음주가무를 하는 것은 잘못됐다. 그러나 산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버스 안에서 음주가무를 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본다. 어느 모임이든 뒷풀이는 있게 마련이고, 이는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 중의 하나다.

△송윤기=울산에 등산인구가 급증하고 있다. 다음카페에만 보더라도 170개 산악회가 활동하고 있다. 그리고 연령대는 40~50대가 주류다. 힘들게 살았던 세대여서 그런지 폭발하는 것도 더 세다. 산은 후세들로부터 빌려 쓰는 것인데 우리 울산의 산은 이미 많이 황폐화되고 있다. 환경에 대한 의식과 문화를 확산시킬 필요가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울산연맹에서는 연 2회 공식 환경보호캠페인을 벌이고 있으며 각종 행사 때마다 환경 관련 활동을 하고 있다.

△류달훈=울산연맹의 과제가 바로 프로그램 개발이다. 용역을 주더라도 어떻게 하면 산을 보호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를 고민해야 하는 주체가 바로 대산련 울산연맹이라고 본다. 누군가 앞장서서 이런 문제를 주도적으로 하지 않으면 안된다.

△김두일=산행문화는 누가 이끌어가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울산지역에 1000여개의 산악회가 있는데 이들을 연맹에 가입시키고 산행대장 등 산행을 리드하는 사람들에게 충분한 교육을 실시해 등산문화를 바꿔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등산문화는 산행대장이 역량을 가져야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울산연맹이 각종 지침을 내려주면 좋겠다.

△사회=오늘의 이 토론회는 울산지역 신등산문화 운동의 밀알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앞으로도 토론회와 캠페인 등 좋은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펼쳐 시민들의 동참을 유도하도록 다함께 노력하자.

□토론회 참석자

△사회:김영철(월간등산 편집장)

△토론자:류달훈(대한산악연맹 울산광역시연맹 고문), 정병호(울산산악연합회장), 김두일(대한백리산악회 등반대장), 정창수(대산련 울산연맹 자문), 송윤기(대산련 울산연맹 환경보호위원장)

△시간·장소: 7월4일 오후 1시 울산과학대학 서부캠퍼스 중강당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