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고속 인쇄기 '윤전기' 제작 업체
국내 점유율 50% 돌파등 기술력 인정

작아지는 신문시장 '위기'를 '기회'로
토탈인쇄시스템 업체 제2의 도약 준비

우리가 아침마다 접하는 것 중 하나는 신문이다. 채 마르지 않은 잉크 냄새가 물씬 풍기는 신문을 매일 아침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볼 수 있는데는 '윤전기'라는 고속 인쇄기의 역할이 크다.

최근 신문용 윤전기는 시간당 15~18만부를 찍어내는 초고속 성능을 자랑하며, 형형색색의 컬러 인쇄까지 가능해졌다. 오늘날 신문의 발전은 윤전기의 발전사와 맥락을 같이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윤전기는 신문 제작 과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일본 도쿄도 미나토구 시바 고쵸메에 위치한 (주)도쿄 기카이(TKS)는 이러한 윤전기를 제작하는 회사다. 일반인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신문사 등 관련 업계에서 일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이 회사는 상당히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1874년 국영 농기구 개발 연구소로 출발한 TKS는 1888년 민영화로 전환하면서 농기구에서 인쇄기로 사업영역을 넓히기 시작했다.

처음 유럽에서 윤전기 부품을 주로 수입·판매하던 이 회사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친 뒤 마침내 1906년 국산 윤전기를 최초로 개발하며, 본격적인 윤전기 사업에 뛰어들었다.

1993년 이 회사가 개발한 타워형 오프셋 윤전기인 '칼라 톱'은 지난해까지 모두 4000대 이상이 팔려나가며, 세계 최고의 인기 상품으로 떠올랐다.

지금은 일본 내에서 요미우리, 아사히, 마이니치 등 굴지의 신문사가 모두 TKS 제품을 사용하면서, 국내 시장 점유율도 50%를 넘어섰다.

TKS의 이같은 기술력은 해외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으며, 한국을 비롯해 미국, 유럽, 중국 등 세계 각지의 신문사가 TKS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130년간 인쇄기사업에 전념

TKS가 이처럼 윤전기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130년간 오로지 인쇄기 하나에 모든 사업역량을 집중시킨 '우직함'과 고객제일주의에 바탕을 둔 '신뢰'라는 두가지 기본에 충실했기 때문이다.

이 회사 후쿠다 카즈히로(Fukada Kazuhiro) 영업기획부장은 "당시 유럽 제품의 품질이 워낙 우수했기 때문에 후발주자로 인쇄기 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위험부담이 컸다"며 "하지만 소비자의 요구에 부응하는 제품개발과 고객과의 신뢰 이 두가지만 지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것이 당시 경영진의 확고부동한 신념"이었다고 말했다.

이런 예를 보여주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

세계 제일의 발행부수를 자랑하는 요미우리 신문사는 1874년 창간 이후 줄곧 유럽형 윤전기를 사용하고 있었다.

TKS는 국산 윤전기를 개발한 이후 경영진이 모두 나서 신문사 문턱이 닳을 정도로 자사 제품을 사용해 줄 것을 열심히 홍보했고, 요미우리 신문사는 TKS의 이같은 열성에 감복해 유럽형 윤전기를 TKS 제품으로 모두 교체했다.

이후 요미우리 신문사는 2차 세계대전 당시 건물 일부가 폭격을 당해 윤전기가 고장난 적이 있었다. 이 때 TKS는 요미우리의 윤전기를 아무런 대가없이 교체해줬다.

당시 전쟁으로 모두가 힘들던 시절이었지만 TKS는 자사 제품을 사용해 준 고객에게 감사의 뜻으로 윤전기를 무료로 교체해줬고, 이에 요미우리 신문사는 지금까지 TKS 제품만을 고집하며 회사의 신뢰에 보답하고 있다.

지금도 TKS가 가장 강조하는 기업 정신은 오직 고객만이 최고라는 '고객제일주의'이다.

◇위기는 곧 기회, 제2의 도약 준비

TKS는 최근 신문시장의 축소와 함께 원자재가격 상승, 고유가 등 대외적인 악재를 만나 경영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인터넷 등의 발달로 신문시장이 크게 위축되면서 윤전기 판로가 갈수록 좁아지는 상황에서 원자재 값 상승으로 윤전기 제작에 필요한 철근 값이 크게 올라 원가에 대한 부담도 늘어났다.

회사 창립 후 130여년간 갖은 풍파를 겪어왔지만 최근 상황이 가장 어렵다는 것이 회사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회사는 위기가 곧 기회라는 신념으로 새로운 사업 준비로 제2의 도약에 나섰다.

TKS는 현재의 위기를 헤쳐나가기 위해 주력사업을 신문용 윤전기에서 일반 상업용 윤전기 제작으로 방향을 바꾸고, 단순한 인쇄기기 제작업체가 아닌 인쇄와 관련된 모든 시스템을 하나로 묶어 판매하는 토털 인쇄 시스템 제작업체로 변모를 꾀하고 있다.

아울러 기존 유럽과 미국, 아시아 등지에서 벗어나 인도, 브라질, 러시아 등 신문시장이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신흥국가를 대상으로 판매망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야마지 요시타카(Yamaji Yoshitaka) 영업기획과장은 "최근 원자재가격 상승으로 철근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윤전기 원가도 덩달아 높아지는 등 회사 경영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에 경영진은 제2의 도약을 기치로 내걸고 주력 사업방향을 바꾸는 동시에 토털 인쇄기 제작업체로 변모를 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글=권병석기자 ·사진=임규동기자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으로 이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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