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여름이 왔습니다. 얼마나 아무런 느낌없이 미물 중생들을 해하고 계시는지요.

저녁에 음식점을 가면 문 앞에 환한 등을 켜놓고 그 주변에 철망이 씌워져 있습니다. 무엇인가 보니 모기와 나방들이 불을 보고 달려드니까 바로 그순간 '파지직' 소리를 내며 타들어갑니다. 아니 왜 불을 환하게 밝혀서 벌레들을 유인한 다음 또 죽여버립니까? 이세상 모든 벌레를 다 죽일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오매, 교무님! 그라모 맨날 모기에 물려서 긁적긁적 긁고 다니는데, 그리고 또 질병이랑 다 옮기고 다니는 게 벌레라던데… 그냥 놔두고 사능교?"

대종사님께서 분명히 말씀해 주셨습니다. 연고없이 살생을 하지 말라. 왜 '연고없이'라는 말을 썼을까요? 생명은 생명을 죽이지 않고서는 살 수 없습니다. 그게 진리입니다. 어느것 하나도 생명을 죽이지 않고는 살 수 없습니다. 벌레는 미생물을 죽이고, 닭은 벌레를 죽이고, 사람은 닭을 죽이고, 미생물은 사람을 죽입니다. 그것은 생태계의 질서입니다. 우주자연의 정칙입니다. 채식주의자들은 안죽인다구요? 풀은 생명 아닙니까?

하지만 인간은 과학문명이 발달됨에 따라 그 우주자연의 정칙을 따르지 않고 자신들은 끊임없이 죽음에서 멀어지며 꼭 '필요한 죽임'이 아닌 '여분의 죽임'을 저지르고 있습니다. 필요없는 살생이 너무 많아졌습니다. 자신의 생존이 아닌 자신의 좀 더 편안함을 위해 자연의 정칙을 남용하고 있습니다. 인과는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하고 결코 어지럽히지 않습니다.

나그네쥐라는 설치류의 동물이 있습니다. 동물들이 자살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까? 이 나그네쥐는 자신들의 종이 과포화상태가 되면 집단으로 바다에 빠져 자살을 함으로써 종의 균형을 맞춘다고 합니다. 슬프게도 이들이 자살을 시작한건 우리 인간이 여우를 너무 많이 잡아서 나그네쥐의 천적이 없어졌기 때문이랍니다.

지금 사회에서 일어나는 살인과 국가간의 전쟁, 대량살육, 자연의 엄청난 재앙. 더 이상 천적이 없어진, 하지만 더 많은 살생을 남용하는 인간에게 당연히 돌아오는 과보일 것입니다.

우리는 먹고 살기 위해서 이 동물 저 동물 다 죽입니다. 근데 우리를 먹는 동물은 없습니다. 우리를 죽이는 동물은 이제 없습니다. 그러니까 자연에서 그 균형을 맞추려고 합니다. "왜 인간들, 너희들만 죽이냐. 너희도 죽어라. 의술이 발달해서 암도 고친다구? 그러면 이제 에이즈다. 집을 튼튼하게 지어? 지진과 태풍이다."

물질문명의 발달로 정신줄을 놓쳐버린 인간들의 서로에 대한 살육, 어쩌면 전 이 모든 것들이 우리들의 연고없는 살생이 이러한 결과를 만들어냈다고 생각합니다. 연고없는 살생이 우리 인류의 종말을 실현가능케 만들고 있습니다.

여름철 모기를 죽이지 말라고 드린 말씀이 아닙니다. 고기를 먹지 말라는 말씀도 아닙니다.

길가에서 묵묵히 제 할 일을 하고 있는 미물 곤충을 이유없이 죽이지 말라는 이야기입니다. 우연히 방안에 잘 못 들어온 거미를 휴지로 꾹꾹 눌러 죽이지 말라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생명을 죽일 때에는 꼭 그것이 연고가 있는가 없는가 생각하고 그리고 연고가 있다 하더라도 잠시 잠깐이라도 그 생명에 대한 연민을 가지고 하시라는 말씀입니다.

'진급하소서.' 한 마디만 해주시기 바랍니다. 여러분들의 업장이 조금은 가벼워질 것입니다.

박경전 원불교 울산교당 교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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