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여 m 고산군 곳곳마다 천혜 비경 간직
불볕더위 기승 부려도 얼음장 계곡물 넘쳐
등억리·가천리·배내골 방면 접근성 좋아

연일 낮기온이 30℃를 훌쩍 뛰어넘는다. 작열하는 태양, 숨막히는 공기…. 어디 탈출구는 없을까. 아스팔트 위 도시인들이 지열에 휩싸여 이글거린다.

이럴 때, 우리는 문득 그 산이 생각난다. 영남알프스. 깊은 속내를 감추고 있다가 기어코 모든 것을 다 내어주는 어머니같은 산. 우리는 염치없이 또 그 산으로 달려간다.

잊고 있던 그 서늘한 숲이며, 그 상쾌한 공기며, 그 달콤한 감로수며… 언제 달려가도 항상 풍성하게 내어주는 은혜에 유례없는 염천도 두렵지 않다.

영남알프스의 계곡은 청도방면, 호박소 방면, 배내골방면, 청수골·파래소 방면, 등억리 방면 가천리 방면 등으로 대략 나눌 수 있다. 만학천봉의 영남알프스는 그 옷섶에 머금고 있던 물을 일년 내내 이들 계곡으로 흘려보낸다.

깊고 깊은 계곡은 들어갈수록 서늘한 기운이 넘친다. 중천의 태양은 하루종일 이글거리며 불볕을 쉼없이 토해내지만 장대한 영남알프스는 미동도 않는다. 오히려 서늘한 기운을 품고 품어 마침내 얼음까지 만들어 낸다. 한나절 무더위에 태산명동 소란을 피우는 인간과 어찌 비교하리오.

가지산, 재약산 등 1000곒 고지의 산군이 만들어내는 계곡은 곳곳에 숨은 비경을 간직하고 있다. 푸른빛의 소, 무지개 선명한 폭포, 마냥 뒹굴고 싶은 넓은 반석…. 영남알프스는 대자연이 빚어낸 거대한 조경 걸작품이다. 한 번 들면 나오기 싫은 곳, 그 계곡들은 명품 전시장이다.

선풍기를 끄고, 에어컨도 끄고 일단 집을 나서 보자. 이글거리는 도심을 가로질러 30분만 달리면 영남알프스다. 염치없이 그 깊은 품에 다시 안겨 하루나마 스트레스를 훌훌 날려보내자.

언제 가도 그 자리에 묵묵히 기다리고 있는 영남알프스, 올 여름 풍성한 잔치상을 벌써부터 차려놓고 있다.

글=이재명기자 jmlee@ksilbo.co.kr

사진=김동수기자 dskim@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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