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 자연생태계 보존 지역인 정족산 일대의 무제치늪(울주군 삼동면 웅춘면 일대)이 하루가 다르게 말라가고 있다고 한다. 주변에 개설한 임도 때문에 늪지대의 수원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육지화, 사막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무제치늪 주변의 임도는 지난 93년에 개설한 것으로 제1 늪에서 제2 늪까지 1km 구간에서 늪으로 흘러드는 물을 차단하고 있다.

□문제는 임도와 산지 사이의 너비 50㎝, 깊이 30㎝의 배수로가 올해 태풍과 집중 호우 등으로 너비 1.5-2m, 깊이 1-2m의 작은 계곡으로 변해 산사태를 유발, 엄청난 토사를 늪지로 유입시키고 있다는데 있다. 거기다 이 배수로 때문에 인근 산지에서 흘러내린 물이 늪으로 들지 못하고 아래쪽으로 빠져 늪의 육지화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울산생명의 숲 국민운동본부에 따르면 이 무제치늪을 살리는 방법은 한가지뿐이다. 기존 임도를 폐쇄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 현 상태로 방치할 경우 배수로가 계속해서 잠식되고, 결국에는 늪 자체가 육지화 될 수밖에 없게 돼 있다.

□무제치늪은 정족산의 북동부 능선을 따라 양측의 완만한 경사계곡에 발달해 있는 산지 늪지이다. 일대에는 습지형 식물 50여종을 포함해 257종의 식물군이 서식하고 있다. 보호야생종인 꼬마잠자리는 물론이고, 메추리, 장구애비 등 늪지성 곤충과 벼메뚜기, 민주거품벌레, 무당벌레 등 197종의 곤충과 무당개구리, 살모사 등 다양한 생물들이 공생형태로 서식하고 있다.

□최근들어 우리는 무제치늪 등 정족산 일대의 자연경관이 급속하게 훼손되는 현상을 강도 높게 비판하고 경고한바 있다. 그런데 수원이 부족해 늪이 말라가고 있다는 소식이 다시 터져 나와 충격적이다. 늪의 경우 습지 밑바닥에 미세한 수로가 많이 형성돼 항상 일정량의 수분과 물이 고여 있어야 생명을 유지하는 생태적 특성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이 기능이 마비될 경우 늪은 의미가 없다.

□늪을 살리는 길이 임도의 즉각적인 폐쇄라면 그것을 우선적으로 수용할 수밖에 없다. 울산시·군 당국 역시 늪의 지형과 식생을 원상태로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특단의 조처를 취해야 할 것 같다. 그렇지 않을 경우 전국 최고의 산지습원지 하나를 잃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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