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유학.연수생이 급증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외화 낭비라는 측면보다는 비합리적인 교육 시스템과 지나친 학벌주의 등 우리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더 걱정하게 한다. 교육 기반의 균열이 더 심해지기 전에 교육제도를 재정비하고 학벌보다는 실력 위주의 경쟁 사회를 정착시키는 일에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해외 유학은 원칙적으로 바람직한 일이다. 젊은이들이 각 분야에서 학문적 성취를 이룰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국가적로도 해외 진출 확대의 밑거름이 될 수 된다는 점에서 장려할 만하다. 그러나 그것은 순수한 의미의 유학에 해당하는 얘기다. 국내 대학에 들어가기가 어려워서 도피성으로 가는 것이라거나, 또는 일시적 유행을 좇아 특정 언어를 겉핥기로나마 익히기 위해서 가는 경우라면 좋게 평가할 수 없다. 올해의 해외 유학.연수생 수가 총 36만여명으로 연간 기준 사상 최대를 기록하고 있다는 것은 그것이 모두 순수한 의미의 유학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교육과 사회 시스템의 개선은 어떤 방향으로 이뤄져야 할까. 이젠 진부한 얘기가 돼버렸지만, 지속적인 학습과 노력을 필요로 하는 장기 경쟁체제 확립으로의 방향 전환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입학만 하면 웬만해서는 퇴출되지 않는 대학, 좋은 대학 졸업장 하나가 평생을 보장해 주는 경우 등이 허다한 지금의 사회 구조 아래에서는 근본적인 개선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제 아무리 대입시 제도를 보완해 봤자 좋은 대학 들어가는 게 지상과제가 된 상태가 지속되는 한 고액 과외나 그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 도피성 유학 등의 부작용이 근절되기는 어렵다. 또 그렇게 입시지옥에서 벗어나 대학에 들어간 젊은이들이 지속적으로 학업에 열중하기를 기대하는 것도 사실은 무리다.

 대학 지상주의는 앞서 언급한대로, 많은 경우 일찌감치 학습을 마감하는 결과를 가져오기 쉽다. 많은 젊은이들이 그렇게 지적 성장을 위한 노력을 접어버리고 또 사회가 학벌주의, 연고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그를 수용하는 관행이 지속되면 그건 이미 교육 문제의 범위를 벗어나 국가 경쟁력의 문제로 삼아야 할 것이다. 대통령 선거나 경제 성장보다도 실은 교육 개혁이 더 시급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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