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250여년 전, 우리보다 먼저 이 땅에 살았던 이중환 선생은 조선팔도 전국을 몸소 더듬어 복거의 택리지를 완성한다. 학인관료였던 그가 당쟁에 휘말리지 않고 순탄한 관료의 길을 갔다면 이러한 역작은 없었을 것이다.

그는 여기에서 성인의 법도를 지키며 살아가는 것이 사대부이며, 이는 예(禮)를 바탕으로 하지 않으면 안 되고, 예는 부(富)가 아니면 지켜질 수 없다고 말한다.

자고이래로 인류는 이 부의 축적을 위해 서로간 무역을 해왔고, 아울러 수많은 침략과 전쟁으로 점철된 투쟁의 역사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중세 봉건영주가 그랬고, 근·현대사에 제2차 세계대전은 자유무역에 대한 세계경제체제를 확고히 굳힌 계기라 할 것이다.

이후 재편된 세계경제질서 체제하에서 우리는 지난 40여년간 세계 역사상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경제성장을 이룩했고, 세계수출 11위 국가에 올라서는 기적을 일궈 냈다.

자료를 보자. 우리 울산이 특정공업지구로 지정 공포되고, 시로 승격된 1962년, 우리나라 수출액은 5481만달러, 국민소득 76달러, 울산시의 수출액은 26만달러였다. 모두가 어렵고 배고픈 시절이었다.

이후 40여년이 지난 지금, 2007년 기준 우리나라는 3750억원의 수출에 국민소득 2만달러를 넘어섰다. 자동차·조선·석유화학 산업으로 한국 경제의 중심에 선 우리 울산은 작년기준 640억달러를 수출해 전국의 17.2%를, 지난 5월에는 전년 동월 대비 66.3% 증가한 90억달러에 육박하는 수출액으로 4월에 이어 전국 최대 기록을 갱신, 전국 1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무역수지 또한 국가적 수지는 적자가 누적되지만, 울산 수출은 흑자가 확대되고 있다.

4만달러를 넘긴 울산시민들의 소득수준(GRDP)은 전세계 부의 약 60%를 차지하는 선진국 대표모임인 G7국가 중 GDP가 4만달러를 넘는 유일한 국가인 미국에 버금가니 세계 경제 발달사에 찾아볼 수 없는 사례라 아니할 수 없다.

하지만, 이러한 지속적 수출여건이 녹록한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철강·반도체·조선 등 주요품목의 세계적 공급 과잉에 더해 중국 등 신흥국들의 시장참여와 EU·FTA등 경쟁적인 세계경제 블록화로 우리의 대외 수출여건은 더욱 어려워 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단적인 예로 지난 6월 현재 세계에는 205개의 FTA(자유무역협정)가 발효 중이나, 우리나라는 한-칠레·싱가폴 등 4개 정도만 체결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국내 유력 민간연구소에서는 올해의 해외 10대 트렌드(Trend)로 미국의 대외정책 기조의 변화를 예견하면서, 보호무역주의로의 가능성을 꼽고 있고, 세계금융시장에서 신뢰받는 뉴스매체인 블륨버그지는 국가안보·식품안정성·일자리 감소·환경문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자유무역주의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하지만 한정된 자원과 좁은 국토에서 대외무역을 통한 세계시장에서 국가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을 찾아야 한다는데 정부에서도 공감하고, 수출산업의 고도화·무역인프라 확충·개방확대 등 다양한 시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우리시는 '선진일류국가를 견인하는 첨단산업도시'의 정책비젼으로 2010년 수출 1000억달러, 시민소득 5만달러 달성을 목표로 주력산업 고도화와 신산업 육성, 글로벌 수준의 기업환경 조성 등 다양한 정책과제를 추진하고 있다.

특히, 우리시는 국제적 교역거점 기반조성을 위해 '울산자유무역지역'지정을 추진해 왔으나, 국가균형발전이라는 큰 틀에 밀려 두 번이나 제외되는 설움을 겪었지만, 이번에는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 결과 비용편익분석(B/C)이 1.5 이상으로 상위권의 경제성을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제 최종 지정절차만 남겨 놓은 상태다.

정상에 서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정상을 지키기는 더더욱 어렵다. 경쟁력있는 첨단 산업수도인 울산과 국가경제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울산자유무역지역지정은 너무나 필요하고 당연한 일이다.

서창원 울산시 경제정책담당 사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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