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1980년대 검토…서울시 1997년 첫 도입
미국·유럽 주요 도시 시행 주차난 해소 한 몫
지역 주차문화 고려한 '적합 모델' 찾기 필요

울산시 남구가 거주자우선주차제를 전면 시행하면서 일부 불만의 목소리도 새 나오고 있다. 남구청은 제도의 조기 정착을 위해 매일 100여명의 직원들을 동원, 대대적인 홍보와 단속에 나서고 있지만, 일부 주민들은 여전히 '낯선' 제도에 큰 거부감을 느끼고 있다.

그러나 거주자우선주차제는 최근 갑자기 생긴 생소한 제도가 아니다. 런던, 파리, 암스테르담, 샌프란시스코 등 심각한 주차문제를 겪고 있는 세계 주요도시들이 시행 중이며, 우리나라에서는 1997년부터 서울시에 도입돼 현재 서울 전역과 인천, 부산 등지에서 운영되고 있다.

거주자우선주차제의 국·내외 적용사례를 알아보는 일은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울산 남구의 제도를 다듬어 나가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대도시, 주택가 주차난 대안 채택

우리나라는 산업화 이후 자동차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도심지역뿐 아니라 야간 주택가의 주차난도 심각해졌다. 이에 따라 정부는 1980년대 후반부터 거주자우선주차제 시행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지난 1995년 주차장법을 개정, 주택가에 설치된 노상주차장을 대상으로 거주자우선주차제를 시행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

서울시는 1996년 거주자우선주차제에 대한 세부 시행기준을 마련하고 자치구 조례개정을 추진했으며, 1996년 강동구 상일동과 고덕동 일대에 주차구획 167면을 설치, 처음 시범시행에 돌입했다.

현재는 각 구별로 5000~1만2000면까지 25개구 전 지역에서 전면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부산시도 서울의 사례를 토대로 1997년 기본시행 지침을 마련하고, 이듬해 7월부터 북구에서 16개동 437면에서 시범운영에 들어갔다.

현재 16개구 가운데 15개구에서 주차구획 1만3000여면이 운영 중이다. 또 경기도나 인천, 대전, 대구 등 대다수 대도시들도 거주자우선주차제를 도입, 운영하고 있다.

제도를 처음 도입한 서울의 경우 가장 다양하고 진화된 운영 방식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주차구획 확인부터 신청, 배정완료까지 모든 과정을 인터넷을 통해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일찍부터 구축했다. 강남구와 종로구 등 12개구는 각 지역의 거주자우선주차제 홈페이지와 연결되는 통합사이트(www.park119.com)를 운영하고 있다.

배정 결과는 신청자에게 휴대전화 문자서비스(SMS)로 즉시 전송되며, 신용카드나 계좌이체를 이용한 결제방식을 통해 미납금을 최소화하고 있다.

배정 우선순위도 각 구청마다 조금씩 다르다. 종로구는 장애인·국가유공자, 북촌한옥마을 거주자에게 우선권을 주는 한편, 성동구와 서대문구, 서초구는 65세 이상 노인을, 구로구는 3년 이상 거주 주민을 우대한다. 강북구와 관악구 등은 울산 남구처럼 거주기간이나 주차구획과 집까지의 거리를 기준으로 삼는다.

서울지역의 주차요금은 대체로 울산 남구(월 1만원)보다 비싼 편이다. 또 야간만 제도를 운영하는 울산 남구(오후 6시~자정)와 달리, 하루 24시간을 세분화해 운영하면서 제도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서초구와 강남구의 경우, 전일(24시간) 이용요금이 3개월 9만원, 야간(오후 6시~익일 오전9시)이 3개월 4만5000원 수준이다. 송파구와 중랑구 등은 전일 3개월 12만원, 야간 3개월 6만원 등으로 더 비싸다.

그 외에도 성동구와 마포구, 성북구 등은 방문자를 배려해 방문자주차증을 발급해 준다. 또 동작구와 관악구 등은 이웃과 주차구획을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제도를 운영 중이다.

서울 성동구청 교통지도과 라은욱 주차기획담당은 "서울의 경우 자치구 차원이 아닌 서울시 차원에서 2001년부터 제도를 전면시행했기 때문에 제도 홍보나 민원 대응이 용이했다"면서 "지금은 거부감을 가진 주민은 찾기 힘들 정도로 제도가 정착됐으며, 오히려 주차공간 확보에 대한 공감대가 퍼져 담장허물기 등 주민들의 협조뿐 아니라 공동주차장 건설 등 주차정책에의 예산투입도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주차난 해소는 세계 공통 숙제

주택가 이면도로 활용에 대한 관심은 국내뿐 아니다. 미국과 유럽 등의 선진국 주요 도시도 일찍부터 거주자우선주차제를 실시, 효과를 거뒀다.

미국 오리건주 유진(Eugen)시는 비거주자(통근자)의 장시간 도로주차를 감소시켜 해당 지역의 교통량 유발을 억제하고, 거주자에게 주차 우선권을 주기 위해 거주자우선주차제를 시행했다.

제도를 처음 시행한 1978년 당시 이 지역의 도로에는 불법주차가 성행했으며, 주차차량의 70% 이상이 통근자 등 비거주자 차량이었다. 이에 따라 시는 거주자들이 허가구역에서 우선적으로 주차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통근자들에게는 월별 또는 일별로 사용허가를 하고 특정 시간대에만 주차를 허용했다.

메릴랜드주 볼티모어(Baltimore)시의 '주차허가제(Residental Permit Parking)'도 외부차량으로부터 거주민의 생활환경을 보호하고, 교통사고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실시됐다. 지역 주민은 신분증과 거주지에 등록된 차량증명서를 제시하고 주차허가증을 받을 수 있다.

국내와 달리 특정 주차구획을 지정 받는 것은 아니어서 항상 주차장소를 확보한다는 보장은 없지만, 외부차량 통제를 통해 주민들에게 여유 있는 주차공간을 제공한다는 장점이 있다.

캐나다 해밀턴(Hamilton)시도 볼티모어시와 비슷한 '제한주차허가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 제도의 가장 큰 특징은 주민이 자발적으로 발의해 실시한다는 점으로, 시행지역이나 시간도 주민들의 요청에 다라 결정된다.

지난 1992년 당시 인구(30만명)보다 자동차수(41만대)가 많았던 독일의 아헨(Archen)시도 1991년부터 전 도시를 13개 지구로 나눠 거주자우선주차제를 시행, 교통체증과 주차난을 덜었다.

양희부 남구청 교통행정과장은 "국내외 많은 도시가 거주자우선주차제와 유사한 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중요한 것은 각 지역의 특성과 주차문화를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라면서 "타 지역 사례를 감안해 이면도로의 폭이 좁고 주차난이 심한 남구에 가장 적합한 모델을 찾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허광무기자 ajtwls@ksilbo.co.kr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