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환원·최고품질' 신념 아래 장수기업 성장
전문경영인 제도 도입 통한 책임경영도 한 몫
종업원 지주제 등 남다른 '상생' 노력 돋보여

한때 온 국민의 만병통치약으로 쓰이던 '안티푸라민'. 어린시절 철모르고 뛰놀다 계단에 무릎팍을 부딪혀 파란 멍이 들거나, 추운 겨울 차가운 바람으로 손등이 터지고 양볼이 터실터실 틀때면 어김없이 안티푸라민을 바르고 다녔다. 동네 개구장이들이면 모두 하나같이 안티푸라민 냄새를 풍기고 다닐 정도였다.

녹색 철제통에 간호사 얼굴이 그려진 진통소염제 안티푸라민은 1933년 유한양행이 자체 개발한 첫 의약품이었다.

우리나라 제약업계와 생사고락을 함께 해 온 유한양행(대표이사 차중근)은 올해 창립 82주년을 맞은 국내 대표 우량 장수기업 가운데 하나이다.

1927년 12월10일 서울 종로2가 덕원빌딩. 미국 재산을 정리해 귀국한 고 유일한 박사가 "건강한 국민만이 웃음을 잃었던 주권을 되찾을 수 있다"라는 신념으로 회사를 설립한 이후 지금까지 80여년 동안 유한양행은 신뢰받는 기업으로 고속 성장을 거듭해왔다.

◇독특한 기업이념이 장수기업의 비결

유한양행의 로고인 '버들표'는 흔히 신용의 상징으로 통한다. 70년 이상을 온 국민에게 사랑을 받은 '안티푸라민', 40년을 국민영양제로 함께 해 온 '삐콤정, 삐콤씨' 등은 모두 유한양행의 제품이다.

하나의 제품이 이토록 오랜기간 국민의 사랑을 받아올 수 있었던 배경에는 우수한 품질 외에 유한양행만의 독특한 기업이념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관련업계의 설명이다.

유한양행의 기업이념은 '기업의 사회 환원' '가장 좋은 제품의 생산' 등 크게 2가지로 요약된다.

유한양행은 고 유일한 박사가 1926년 설립한 민족 제약기업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 회사는 일제시대 결핵치료제, 항균제 등 필수 의약품을 출시하며, 제약기업으로 발돋움했고, 지난 70년대 고속 성장기를 거쳐 장수의 기틀을 마련했다.

특히 지난 1971년 창업자 유일한 박사가 타계하면서 갖고 있던 회사 주식을 공익법인인 '한국사회 및 교육원조 신탁기금'에 기증한 것은 전 국민들의 존경과 신뢰를 받는 기업으로 거듭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또 설립자 사후 본격 정착된 전문경영인 제도를 통해 일찌감치 개인소유주 없이,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것도 책임경영과 합리적 경영을 가능케하는 힘이 됐다.

이처럼 '기업의 주인은 사회'라는 유일한 박사의 생전 신념은 기업 제품의 이미지와 맞물리면서, 오늘날 기업 경쟁력 강화에 가장 큰 힘이 되고 있다.

이와 함께 '가장 좋은 상품의 생산'이라는 창업자의 신념 역시 우량 장수기업으로 성장하는 발판이 됐다.

유한양행은 창업 이후 연구개발 능력을 강화해 우수의약품 생산을 기업의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지난 98년 외환위기를 맞아 조직을 슬림화 할때도 연구인력만은 증원해 지금도 전체 임직원의 20%를 넘는 연구개발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매출액 대비 R&D 투자도 타 제약업계 평균 수준을 웃도는 5~6%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2005년 신축 이전한 기흥연구소와 2006년 창립 80주년을 맞아 준공한 오창신공장 등은 R&D 인프라 구축에 이 회사가 얼마나 노력하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기업과 종업원은 하나의 운명공동체

사회에 봉사하고 최고 제품만을 생산한다는 확고한 경영이념은 회사 구성원 전체의 응집력과 자긍심을 내면 깊숙히 뿌리내리게 하며, 화합의 노사문화를 구축해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또 이러한 노사화합의 문화는 이 회사가 오랜 기간 우량기업으로 성장하는 밑거름이 됐다.

유한양행은 1936년 주식회사로 전환하면서 공로주 형태로 회사 주식을 직원들에게 나눠주며 실질적인 종업원 지주제를 실시하는 등 남다른 종업원 중시 경영을 실천했다.

이러한 전통은 창립 82년을 맞은 지금까지 면면히 이어지고 있다.

매년 경영진과 노조가 함께하는 '노사합동연수', 젊은 사원의 의견 개진을 위한 '사원운영위원회', 매년 4차례 정기적인 '노사협의회' 등은 하위 직급자들의 애로점과 참신한 아이디어를 경영에 반영, 전사원이 함께하는 기업문화를 다지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실제 이 회사는 1975년 노조 설립 이후 단 한차례의 노사분규도 겪지 않은 것으로 유명하다.

차중근 대표이사는 "사회에 봉사하고, 우수한 신약을 개발한다는 회사의 정신은 모든 경영진과 직원들의 자긍심에 큰 영향을 미치면서 노사화합 문화의 기틀을 마련했다"며 "어느 한쪽이 지고 이기는 승패의 문화가 아닌 상생의 문화, 기업활동에서 발생하는 모든 문제점을 '내가 아닌 우리의 문제'로 인식하면서 오늘날 유한양행의 발전도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국내를 넘어 세계 일등기업으로

'Best Yuhan, Best Partner'는 유한의 비전 슬로건이다.

유한은 지난달 20일 창립기념일을 맞아 '글로벌 1등 보건기업'을 목표로 오는 2014년 매출 1조7000억원, 영업이익율 15%를 달성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비전을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전략으로 5대 전략기조와 9대 전략 과제도 함께 제시했다.

이 비전 설정은 임원진과 전 직원이 모두 참여해 만들었다는 점에서 추진력과 실행가능성 면에서 그 어느때보다 현실적인 목표라는 것이 회사측의 설명이다.

차중근 대표이사는 "모든 종업원들의 의견수렴과 토론을 거쳐 회사 비전에 대한 공감대를 충분히 형성한 만큼 이제 실천만이 남았다"며 "지금까지 회사가 유지성장 돼 온 이상으로 앞으로 회사의 미래는 더욱 밝을 것으로 확신한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권병석기자 bsk730@ksilbo.co.kr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으로 이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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