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인력·자료 갖춘 박물관 필요
예산 등 감안 정부서 추진 바람직

지난 5월30일 우리나라에서 하나밖에 없는 암각화전시관이 문을 열었다. 이날 전시관에는 국내에서 내로라 하는 많은 학자들이 참석하는 등 국가적인 이목을 집중시켰다.그런데 이 암각화전시관은 당초 암각화박물관으로 문을 열 예정이었다. 지난 4월초까지만 해도 지금 전시관의 이름은 '울산암각화박물관'이었다. 원래 '암각화전시관'으로 출발했으나 지난 1월 여론검증도 없이 슬그머니 '암각화박물관'으로 격상시켜 오픈을 준비한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반대여론이 많았다. 전시관과 박물관은 그 역할과 기능 면에서 엄연히 다를 뿐 아니라 전시관을 억지로 박물관으로 격상시켜 놓음으로 인해 부작용이 더 많을 것이라는 우려가 곳곳에서 나왔다.

이에 따라 울산시는 여러차례의 여론수렴을 거쳐 이 시설의 이름을 다시 '암각화전시관'으로 복귀시켰다. 당초 전시관에서 박물관으로 추진됐다가 다시 여론에 밀려 전시관으로 되돌아온 것이다.

현재 운영중인 암각화전시관이 박물관이 될 수 없는 이유는 우선 연구인력과 자료가 너무 부족하다는 것이다. 연구인력이 없다는 것은 박물관으로서 치명적인 결함이다.

지금의 암각화전시관에는 각종 첨단영상장치를 이용한 전시물들이 많이 있지만 이들은 대부분 청소년이나 관광객들에게 반구대암각화와 천전리각석을 소개하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자연히 현재 수행하고 있는 역할도 꾸준히 찾아오는 관광객들에게 암각화를 설명하고 안내하는데 치중돼 있다.

현 전시관의 위치나 환경훼손 등의 문제를 감안했을 때 현재의 장소에서 박물관으로 격상시킬 수 있는 여지도 적다.

따라서 울산이 암각화의 본산으로 확고하게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안내캠프 수준의 전시관 외에 별도의 박물관을 설립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울산의 암각화가 고액권 지폐에 오를 정도로 세계적인 자랑거리임을 모두가 인정한다면 국가에서도 울산암각화박물관의 필요성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국내에는 암각화 연구의 거점이 전혀 없으며 연구내용도 만족할 만한 수준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 다른 나라들과 암각화 연구 성과물을 교환하고 공동연구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연구거점이 반드시 필요한데, 그 요충지가 바로 울산인 것이다.

그러나 예산이나 연구인력 등을 감안했을 때 박물관은 정부가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구상에 반구대암각화만큼 다양한 메시지를 내포하고 있는 암각화가 없는만큼 암각화연구를 국가적인 사업으로 추진하는 것이 지역적인 편협성을 벗어나는 길이라고도 할 수 있다.

지역 문화계는 "반구대암각화와 천전리각석은 국가적인 자긍심이 될 정도로 그 가치가 검증된 문화유산인 만큼 정부에서 관심을 기울일 때가 됐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재명기자 jmlee@·ksilbo.co.kr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으로 이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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