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밤 열린 16대 대선 첫 TV 합동토론은 많은 국민들의 기대를 모았다. 공중파 방송 동시중계로 이뤄진 이번 토론에서는 한나라당 이회창, 민주당 노무현,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 등 3명이 초청돼 2시간 동안 정치.외교.통일분야에 관해 정책노선과 식견을 펼쳐보였다. 각 후보 진영은 이번 TV토론이 공식선거전 돌입후 처음인데다 미디어의 전파력과 영향력을 중시해 토론준비에 심혈을 기울였다. 이런 TV토론은 오는 10일 경제.과학분야에 이어 16일 사회.문화.여성.언론을 주제로 투표전까지 두차례 더 열리게되며, 여타 군소후보들의 TV 토론회도 한차례 예정돼 있다.

 우리가 이번 TV토론을 주목하는 이유는 전국민에게 세 후보가 동시 노출된 상태에서 공평한 비교검증의 자리가 제공되었다는 점이다. 미디어 선거전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유세전이 가져다줄 정치문화의 개선효과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그간의 운동장 유세전에 따른 여러가지 잡음과 비효율, 구시대적 정치행태의 재연가능성 등의 염려를 털고 후보들의 자질과 능력, 식견을 비교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이번 첫 TV 합동토론이 정쟁적 성격이 강한 소모적 공방과 인신공격, 비방전이 어느정도 자제된 가운데 이뤄져 다행이라고 생각된다. 물론 내용면에서 유권자들의 표만을 의식해 실현 가능성과는 거리가 먼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하고 핵심 쟁점들을 두루뭉수리하게 넘어가는 식의 토론도 없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다행스러운 점은 세 후보 모두 새정치, 깨끗한 정치, 신선한 정치를 이구동성으로 말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저질비방, 폭로전 위주의 선거전은 벌이지 않겠다는 다짐인 셈이다. 그렇다면 이번 TV토론이야말로 각 후보진영이 새로운 선거문화를 열어가겠다는 각오가 아니겠는가.

 이번 토론은 구호와 허구의 이미지 대결이 아니라 실제 국민을 위한 비교검증의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평가를 받을만 하다. TV 앞에는 올해 처음으로 투표권을 행사할 새내기 유권자에서부터 수십년간 한국정치의 오탁을 지켜보고 지내온 노령층 유권자까지 한자리에 앉아 지켜보았다. 분명한 것은 빈 구호로 유권자들을 끌어들이려는 후보보다는 자신의 식견과 함께 지도자로서의 품성과 신뢰도를 내보이는 후보가 국민들의 지지를 받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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