싼 땅값에 교통도 편리 너도나도 공장부지 조성
주민들 고용창출 등 기대 어긋나자 불만 쏟아내
입목축적 조작 의혹 주장에 울주군 재조사키로
상수도 없고 오폐수 관로없어 하천오염 등 우려
단조성 공장집적화도 생태등급 우수 험로 예상

울산시 울주군 온양읍 내광·외광·삼광리를 아우르는 골짜기인 광청골 일원에 우후죽순 공장들이 들어서면서 난개발로 몸살을 앓고 있다.

광명하고 신성한 산아래의 맑은 골짜기라고 해서 광청골로 불리고 있지만, 최근에는 자고나면 울창한 산림이나 농경지가 파헤쳐져 공장이 들어서고 있다.

도시계획 용도 상 공업지역으로 지정되지도 않은 이 광청골 일대 자연녹지에는 최근 수년간 공장신축을 위한 산림형질변경 등의 허가가 계속 나면서 벌써 30여개 이상의 공장이 입지해 농공단지를 방불케 하고 있다.

기반시설이 전무한 농촌지역에 공장이 마구 들어서면서 우량한 산림훼손은 물론 오·폐수 처리로 인한 하천오염, 대기와 악취 공해, 지하수 오염, 주민과 공장간 마찰 등의 갖가지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 일대를 도시계획상 공업지역으로 지정하거나 아니면 지방산업단지 지정·개발 등을 통해 산재해 있는 공장들을 집적화 시키는 것이 가장 최선의 방안으로 대두되고 있으나, 이 지역의 생태등급이 우수한 탓에 이마저도 어려워 당분간 난개발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온양읍 광청골 일대 30여곳 공장 난립

25일 오전 울산시 울주군 온양읍 내광리 한 야산. 한 중소기업의 신축 공사현장인 이 곳은 산 중턱 산림이 흉물스럽게 잘린 채 현재 터파기 공사가 한창이었다. 인근의 또 다른 야산에서도 포크레인이 굉음을 울리며 쉴 새 없이 터파기 작업을 하고 있었다.

광청골 골짜기에는 올 들어 5곳의 공장이 새로이 건립됐거나 현재 공사가 진행중이다. 이미 완공돼 가동중인 것을 포함하면 30여곳이 넘는다. 현재도 2건의 신규 공장허가건이 울주군에 접수돼 있는 상태다.

조용한 산골마을인 이곳에 공장이 들어서기 시작한 것은 불과 5년 전인 2003년부터. 울산의 타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땅값이 싸고, 교통이 편리하다는 점 등의 이유로 부동산업체들이 나서 경쟁적으로 이곳에 공장부지 조성에 뛰어든 것이다.

토박이 서모(73)씨는 "처음에 공장이 들어선다고 했을때는 주민들도 고용창출 등 지역발전에 도움을 줄 것 같아 기대감을 갖고 있었으나 실제 이러한 효과는 없었다"며 "오히려 울창한 산림 곳곳이 황폐화되는 등 부작용만 나오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이곳의 공장들은 대부분 외지인이나 값싼 외국인 근로자를 채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공장허가에 반대하지 않았던 주민들도 최근 들어서는 공장이 들어서는 것에 제동을 걸고 있다.

내광리 주민들은 금속용기 제조업체인 S사가 내광리 산 6­1 일대 야산 1만7490㎡에 공장 신축을 하기로 하고 지난 2월 울주군으로부터 공장 건립 인·허가를 받자 수 차례 민원을 제기, 현재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주민들은 "공장부지가 주거지와 너무 근접해 있는데다 기울기 등 허가조건이 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허가가 났다"며 "특히 입목축적 조사가 한 눈에 보기에도 잘못되는 등 조작 의혹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울주군은 이에 대해 "적법한 절차에 따라 허가를 내 줬으나 주민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재조사를 실시키로 했다"며 "하지만 일부 주민들이 공장 설립시마다 사사건건 민원을 제기하는 행위는 없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단지 지정만이 유일한 해결책

기업인들과 도시계획전문가들은 온양의 난개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도시계획 용도로 준공업지구나 공업지구 등으로 지정하거나 이 일대를 일반산업단지로 지정, 개발해 흩어져 있는 공장들을 한 곳에 집적화 시키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해결책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상·하수도와 가스 등 도시기반시설이 전무한 광청골의 경우 현재 외광마을의 남창공업단지를 필두로 7곳의 공장부지에 S기계, T기계 등 30여개의 자동차부속, 조선기자재 하청공장이 입주해 조만간 오·폐수 처리시의 하천오염과 악취공해, 농경지 오염 등의 각종 부작용 발생이 예고되고 있다.

주민 한동국씨는 "현재 이곳의 공장들에는 상수도 보급이 안돼 대부분의 공장들이 지하수를 뚫어 사용하고 있어 지하수를 사용하는 주민들의 경우는 물이 모자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라며 "특히 오·폐수 관로가 없어 하천오염이 우려되고 있다"고 말했다.

맑고 깨끗하던 이 지역 광청천의 수질은 벌써 뿌옇게 변해 수생태계가 파괴되고 있다. 게다가 진입도로도 왕복2차선에 불과해 계획된 부지조성이 완료될 경우 입주공장은 물론 700여 지역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지역 주민들은 지난 2006년 울산시에 이곳을 일반산업단지로 지정해 줄 것을 공식 요청했으나 시의 검토 결과 여러가지 제약 조건이 많아 무산됐다.

주민들은 "지금 상태로라면 광청골도 5~10년 후면 울산의 대표적 공장 난개발 지역인 웅촌 고연공단의 선례를 밟게 될 것"이라며 "일반산업단지로 지정해 체계적인 공단을 조성해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울산시 관계자는 "산업단지로 조성하기 위해서는 도시기본계획에 공업용지로 계획돼 있거나 반영돼야 한다"며 "자연녹지의 경우 '환경정책기본법'과 생태등급에 따라 규제되는 지역이 많아 지정이 쉽지 않다" 고 밝혔다.

글=차형석기자 사진=김경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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