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국내 최고의 산업용 가스공급 전문업체 - (주)덕양에너젠

산소 팔던 구멍가게서 연매출 900억원 중견기업으로 성장
지속적 사회환원·경영수업 통한 가업 승계등 경쟁력 높여
미래 친환경에너지 연료 사업 본격 가동 장수기업 도전장

공업입국의 망치소리가 드높던 1961년 10월. 울산시 중구 학산동 한 허름한 건물 한 켠에 '울산산소'라는 작은 간판 하나가 내걸렸다.

28세의 젊은 사장은 자전거 한 대, 손수레 한 대에 산소통을 싣고 배달을 시작했다. 주변 상인들이 위험한 산소통을 들고 다닌다며 온갖 구박과 타박을 일삼았지만 젊은 사장은 전혀 힘든줄 몰랐다.

당시 산소 한 병은 쌀 한 말을 살 수 있었고, 5병만 팔면 한 달 생계유지가 가능할 정도로 산소라는 상품의 가치가 높았기 때문이다.

가게 문을 연지 1년이 지난 1962년. 울산공업단지가 건설되면서 가스의 수요도 폭발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산소 판매량이 종전의 하루 20병에서 40병으로 늘어났으며 직원도 3명에서 6명으로 늘어났다. 수송수단도 리어카 대신 삼륜차로 바뀌었다.

한 허름한 구멍가게에 불과했던 이 울산산소가 오늘날 연매출 900억원의 탄탄한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주)덕양에너젠의 모체(母體)이다.

◇장수의 비결은 한우물과 윤리경영

국내 산업용가스 공급의 선두주자인 덕양에너젠은 울산을 비롯해 여수, 서산 등 전국 곳곳의 산업 생산현장에 가스를 공급하고 있다.

수소가스 부문을 특화해 국내 시장의 70%를 공급하고 있으며, 액화탄산가스 제조공장 건설을 통해 조선·자동차공업 등 국가기간산업 발전에 주요 동력원을 제공하고 있다.

덕양에너젠은 창업 이후 반 세기가 지났지만 개업과 동시에 생산 판매한 산소를 지금도 주력 상품의 하나로 팔고 있다. 그 기나긴 세월 동안 가스 외에 다른 쪽으로는 눈길 한 번 돌리지 않았다.

이 기업이 수많은 가스공급업체를 제치고 최고의 자리에 설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이 한우물 외길 경영이다.

창업주이자 현재 회사 공동대표인 이덕우(74) 회장은 "창업 이래 오직 가스 사업외 다른 쪽으로는 손길 한 번 뻗치지 않았다"며 "중소기업은 대기업과 달리 가능성 있는 분야, 자신이 제일 잘 아는 분야 한 곳에만 집중해서 매진해야 사업을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덕양에너젠이 오늘날 장수기업으로 명맥을 유지하는데는 이러한 외길 경영과 함께 '윤리경영'도 한 몫을 했다.

이 회사는 향토기업으로서 기업 이미지를 높이고 지역사회에 보탬이 되기 위해 기업이윤의 사회환원에 열과 성을 다했다.

이 회장은 일시적인 도움을 주는 것보다는 장기적이고 지속적으로 기업이윤을 사회에 돌려주기 위해 지난 2001년 자신의 호인 '춘포'를 따 (재)춘포문화장학재단을 설립했다.

매년 회사 이윤의 일정비율을 출연, 지역 어려운 환경의 학생들을 위해 장학금을 지급하고 각종 문화사업을 펼치면서 춘포문화장학재단은 전국에서도 이름높은 문화재단으로 성장했다.

이같은 윤리경영은 기업 내 독특한 문화를 만들고, 기업 경쟁력을 높이는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이 회장은 "기업은 혼자 살아갈 수 없고, 이웃과 터불어 살아가는 터전을 만들때 더욱 성장할 수 있다"며 "기업 이윤의 사회환원은 당장 돌아오는 이득은 없지만 오랜 세월을 거치며 기업정신과 하나로 이어져 그 기업의 문화, 경쟁력을 높이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대를 잇는 가업, 장수기업의 성공조건

지난 40여년 동안 덕양에너젠을 이끌어 온 이덕우 회장은 올해 3월 자신의 둘째아들인 이치윤(48) 대표이사를 회사 공동대표로 임명했다.

현재 덕양에너젠은 이덕우 대표이사 회장과 이치윤 대표이사 사장이 공동대표를 맡아 회사를 이끌고 있다.

이 회장은 가업승계가 제 때 이뤄지지 않으면 기업 경쟁력이 약화돼 기업이 단명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고, 오래전부터 후계자 양성에 온 힘을 쏟았다.

특히 가업승계가 '부의 되물림'이라는 세간의 곱지 않은 시선을 씻어내기 위해 이 회장은 아들에게 '혹독한' 경영수업을 받게 했다.

이로 인해 이치윤 대표이사는 20대 젊은 나이부터 무려 20여년이라는 세월동안 현장 경험과 실무능력을 키우면서 조직문화에 적응하는 법을 익혀왔다.

이덕우 회장은 "진정한 가업 승계는 단순히 회사를 대물림하는 차원이 아니라 그 회사의 전통과 기업 정신까지 계승해야 한다"며 "경영 후계자는 하루 아침에 나오는 것이 아니라 오랜 세월 동안 그 기업의 조직문화를 경험하고, 체험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치윤 대표이사도 최근 울산지역 차기 경영자 후계모임인 'NECUS' 대표를 맡으면서, 가업승계를 위한 보다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이치윤 대표는 "밖으로는 상속세 문제에 시달리고 안에서는 능력과 무관하게 '아버지 잘 만난 2세'라는 세간의 곱지 않은 인식 때문에 2세들의 고민도 크다"며 "기업이 오랜기간 경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후계자 승계 과정이 원활하게 이뤄져야 하고 특히 중소기업의 가업승계에 대한 사회적 인식전환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전했다.

◇21세기 친환경에너지로 100년 기업 도전

가스공급업체로 기반을 다진 덕양에너젠은 이를 바탕으로 미래 청정연료인 수소에너지 개발과 특수가스개발, 가스를 이용한 환경산업과 엔지니어링 분야로 사업을 넓혀가고 있다.

특히 친환경 에너지사업은 미래 전망이 밝아 이 회사는 지난 10여년 동안 연구 개발에만 전력하다가 최근 기구조직을 개편, 에너지사업본부를 신설하는 등 사업 구체화 작업에 나섰다.

에너지사업본부 내에는 CNG, DME, LNG, LPG 등 4개 분야 사업팀으로 구성돼 친환경에너지 분야에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이덕우 회장은 "앞으로 수소에너지 등 앞으로 미래 친환경에너지 연료사업의 전망이 무척 밝을 것으로 전망된다"며 "그동안 기술연구 개발에 중점을 두고 사업을 진행해 왔지만 최근 본격적인 사업진출에 나서기로 결정하고 기구조직을 개편하는 등 사업을 구체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권병석기자 bsk730@ksilbo.co.kr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으로 이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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