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주차장 갖기 사업' 등 주민 인식 전환 선행
다양한 주차 정책·아이디어 개발로 편의 극대화
이용료 전액 특별회계 편성 주차공간 확충 투입

울산시 남구지역에서 지난 1일부터 전면시행된 거주자우선주차제가 어느덧 시행 한달을 넘어서고 있다. 남구 거주자우선주차제는 전체 1만여면의 주차구획 가운데 모두 8000여면이 배정, 운영 중이다.

남구청은 제도를 조기에 정착하기 위해 전면시행 이후 매일 저녁 100여명의 인원을 동원, 집중적인 홍보와 단속을 펼치고 있다.

특히 주차구획이 비어있는 대신 주변 주차금지구역에 불법주차 차량이 늘어나는 '풍선효과'를 차단하기 위해, 8월부터는 홍보와 단속 대상지역을 주차구획 뿐 아니라 이면도로 전체로 확대키로 했다.

이 같은 구청의 노력이 일정 부분 효과를 거두고 있지만, 제도의 전면시행과 무리한 단속에 따른 볼멘 목소리도 여전히 많은 실정이다. 거주자우선주차제가 주택가의 주차난을 해소하는 묘책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주민들의 협력과 자치단체의 다양한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면도로는 주차장 아닌 공공재산"

거주자우선주차제 전면시행 이후 남구지역의 저녁 풍경은 확실히 달라졌다. 귀가 차량이 몰리는 시간이지만 거주자우선주차제 주차구획이 비어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신정동 주민 장모(33)씨는 "밤마다 주차 전쟁을 치르던 동네였는데, 이제는 느긋하게 귀가해도 내 주차구획이 비어는 게 신기할 정도다. 거주자우선주차제를 반신반의했었는데 의외로 큰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제도 정착 여부와 별개로 부작용도 적지 않다. 구획을 배정 받지 못한 사람들은 주차가 더 힘들어졌다. 남구청이 1만개가 넘는 주차구획을 마련하면서, 웬만한 이면도로에는 모두 구획이 그어져 있기 때문이다.

미배정자들은 밤마다 집과 멀리 떨어진 곳까지 돌아다니며 주차공간을 찾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때문에 거주자우선주차제 준수와 함께 주차공간을 마련하려는 구민들의 노력이 가장 시급하다.

무엇보다 단독주택의 경우 자가용 차고지나 주차공간을 마련하려는 자구 노력이 절실하지만, 시민들의 인식은 부족한 실정이다.

최진홍 남구청 교통행정주무관은 "주택을 새로 지을 때 대다수 사람들은 집과 마당을 최대한 넓히고, 자가용은 집 앞 도로에 주차하려 한다. 이면도로를 주차장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그러나 선진국의 경우를 보더라도 집 안에 주차공간을 마련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때문에 거주자우선주차제가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주차에 대한 구민들의 인식 전환이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자치단체가 운영하는 '내 집 주차장 갖기 사업'에 동참하는 것이 좋은 예다. 이 사업은 단독주택이나 다가구주택 소유자가 담이나 대문을 철거한 뒤 주차장을 만들면 총 설치비의 50% 범위 내에서 170만원까지 보조금을 지원하는 것으로, 남구는 지난 2003년 이후 모두 120여건의 신청을 받아 보조금을 지원했다.

또 남구가 역점적으로 추진하는 '공공기관 부설주차장 개방'과 '시간제 주차제'를 적극 활용하는 것도 주차 불편을 스스로 완화하는 방법이다.

최 주무관은 "이미 국내외에서 거주자우선주차제가 주차난 해소를 위한 대안으로 검증된 현 시점에서 제도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면서 "등록된 차량에 비해 주차공간이 부족한 이상 거주자우선주차제를 효율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 최선이며, 그것을 위해서는 주민들의 이해와 협조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용료 재투자, 주차공간 확충 위한 선순환"

거주자우선주차제의 정착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남구청의 지속적인 홍보와 계도가 필요하다. 아직 울산에서는 생소한 제도임이 틀림없고, 최대 인구와 상권이 밀집한 남구에서 시행된다는 점에서 자치단체의 의지와 노력이 요구된다.

먼저 제도 시행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것이 시급하다. 남구청은 제도 시행에 앞서 여론조사와 주민설명회 등을 거쳤지만, 여전히 제도의 취지를 모르거나, 제도 자체에 거부감을 가진 주민이 많다.

때문에 전면시행이 한달 가까이 진행된 최근에도 단속 직원들과 주민들의 마찰이 끊이지 않고 있다. 결국 남구 전 지역에서 대대적으로 1만면이 넘는 주차구획을 운영하는 만큼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기보다는, 지속적으로 주민 협조를 구하고 설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달동 주민 최모(여·45)씨는 "구청 직원들이 몰려다니며 단속하는 것은 제도를 강요하는 듯한 인상을 풍겨 좋지 않다. '일단 한번 단속하면 제도를 확실히 이해한다'는 식으로 단속부터 할 것이 아니라, 아직은 수동적이고 조심스러운 주민들을 설득하는 일이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주차공간을 확충하고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정책도 병행돼야 한다.

남구청은 거주자우선주차제로 벌어들이는 이용료 전액을 주차장 특별회계로 편성, 주차공간을 지속적으로 늘려간다는 방침이다. 1년에 10억원 정도의 예산이 주차장 확충에 쓰이는 것이다. 이용료의 활용으로 주차공간 확충을 위한 선순환 구조를 마련하겠다는 각오다.

물론 예산 투입으로 인한 주차장 확충은 한계가 있다. 남구지역의 높은 땅값을 고려할 때 공영주차장 1면을 조성하는 비용이 3000만~5000만원에 이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남구청은 현재 학교와 교회, 관공서 등 남구지역 53개 기관의 부설주차장 1385면을 야간에 주민에게 개방하고 있으며, 3개 구간 4100여곒에서 운영하는 시간제 주차구역도 10개 구간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또 상가와 주택 소유자의 신청을 받아 각 상점과 집 대문 앞에 주차구획을 추가로 마련하는 방안도 적극 추진, 거주자우선주차제 운영지역도 더 넓혀간다는 계획이다.

양희부 남구청 교통행정과장은 "거주자우선주차제 전면 시행 이후 다소 진통을 겪고 있지만, 현재까지는 많은 부분에서 제도의 성공가능성을 확인했다"면서 "다양한 주차 정책과 아이디어를 개발해 주차구획을 배정받은 주민뿐 아니라, 모든 남구 주민들의 주차편의를 극대화하는 방법을 찾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허광무기자 ajtwls@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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