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불량자가 늘어난다는 것은 당사자들의 문제를 떠나 신용사회의 정착을 위협하는 위험신호가 아닐수 없다. 신용불량자 수 250만명, 이는 그대로 보고만 있을수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그들을 구제하기 위한 국가적 배려가 펼쳐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그런 정책적 배려는 전체 신용사회의 틀을 흐트러뜨리지 않고 신용불량자나 예비 불량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지 않는 범위 내에서 단계적으로, 신중하게 추진돼야 한다.

 민주당이 지난 3일 발표한 개인워크아웃 신청대상 확대 방침은 그런 점에서 적절치 못한 조치로 평가된다. 우선 적용대상을 종전의 총 채무액 5천만원 이하에서 2개 이상 금융기관의 3억원 이하인 사람으로 대폭 확대한 것에 대해 지지를 보낼 수 없다.

 개인 빚이 3억원이라면 대부분의 경우 생계형 신용불량자로 보기는 어려운 사람들이다. 환란 이후 급증한 생계형 신용불량자들의 구제가 시급, 그들을 위해 개인워크아웃제도를 도입한 게 바로 지난 10월이다. 구제 대상은 30만명으로 추산됐다. 금융기관들은 그렇지 않아도 통합 도산법에 개인회생제가 도입된 이후 그 많은 대상자들 중에 어떻게 옥석을 가려낼지에 대한 실무상의 어려움을 토로해 오고 있다. 대선을 불과 며칠 앞둔 시점에서 정부가 아닌 정치권에서 이런 내용의 발표를 했다는 발표시기 상의 문제나 금융기관과의 사전협의 부족 등도 이번 대책의 부실함을 읽게해주는 대목이다.

 민주당은 이 발표를 하면서 무려 90만명이 혜택을 입게될 것이라고 밝혔다. 분명히 짚고 넘어갈 것은 이번 발표 하나만으로 당장 그 많은 인원이 워크아웃의 혜택을 받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는 점이다. 대통령 선거 결과와 관계 없이 금융기관들의 자체 사정만으로도 그런 시혜는 이뤄지기 어렵다. 구조적으로도 그렇거니와 여전히 부실 위협에서 깨끗이 벗어나지 못한 많은 은행들이 이에 적극 호응할 리도 없다.

 지나친 내수 진작책으로 과소비가 우려될 때, 또 정부가 뒤늦게 가계대출 억제책을 내놓고 개인회생제를 도입할 때 우리는 일관되게 가계의 부실화와 온정주의의 함정에 대해 경고해왔다. 워크아웃 대상 확대 문제와 관련해서는 시장경제의 근간을 흔드는 일은 아닌지, 금융기관의 형편상 허용되는 일인지, 경제주체들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길 위험은 없는지가 경제적 관심의 초점이 돼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