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프랑스 파리의 공공자전거 (벨리브)

민간 광고대행업체에 광고권 주고 자전거 제공 받아
파리 지역 1451곳 대여소서 싸고 편리하게 이용 가능
친환경·에너지 절감·교통난 해소·건강까지 '일석사조'
차량과 상호 배려하는 시민 공감대 성공요소로 작용

자전거가 고유가 시대의 대안으로 급부상하면서 자전거 열풍이 전세계를 휩쓸고 있다. 친환경적인데다가 에너지 비용이 거의 들지 않고 교통난 해소에 건강까지 챙길 수 있는 '일석사조'의 이점 때문에 경쟁력있는 교통수단으로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프랑스 파리는 심각한 교통체증의 해법으로 도입한 공공자전거 벨리브(velib)를 도입한지 1년만에 큰 성공을 거두면서 세계적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파리의 새로운 명물이 한가지 더 늘어난 것이다.

지난해 7월 첫 도입한 무인 자전거 공공 대여 서비스인 벨리브는 파리시가 도심에서 자가용 이용을 줄이기 위해 획기적인 교통개혁의 일환으로 도입한 것으로 자전거(velo)와 자유(liberte)의 합성어다. 총 2만여대를 이용객이 원할 경우 도심 어느 곳에서든 타고가다 자전거대여소에다 세워두면 된다. 자전거 대여소마다 통상 10~20대씩 비치돼 있다. 연간 회원권을 이용하려면 29유로(4만7850원)를 내고 탈 때마다 일정 금액을 지불한다. 30분까지는 무료이며 그 이상은 시간만큼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일반 관광객이 사용할 때는 비용이 더 비싸다. 1유로(1650원)를 보증금으로 지불하고 사용 시간만큼 비용을 추가로 부담해야 된다. 하지만 교통비용이나 물가가 전세계에서 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비싼 파리시에서는 아주 싼 값에 이용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일하러 가거나 장보기 위해 또는 극장에 가기 위해 시민들은 자전거를 이용한다. 벨리브가 등장하면서 자전거 도난에 대한 위험도 없고 자전거를 일부러 집 밖으로 끌고 나와야 하는 불편도 없어졌다.

행정에서는 파손된 것이나 특정지역에 집중돼 있는 자전거를 고르게 분포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 때문에 벨리브 대부분이 큰 파손이나 손상이 없는 상태로 이용되고 있다. 도난 방지를 위해 한 가지 색상으로 칠하고 잠금장치에다 다른 자전거들과는 호환이 안되도록 독특한 프레임과 부품을 사용한다.

벨리브가 세계적인 이목을 끄는데는 단기간내 교통체증 해소 대안으로 정착하면서 시민들로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된 요인이 무엇이냐 하는 것이다.

파리시가 친환경적이면서 싼 가격으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자전거 장점에 대한 시민들의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타기 편하고 이용하면 도움이 되는' 자전거가 되도록 각종 여건을 갖춰나가고 있는 것이 벨리브의 성공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파리 시내를 돌아다녀보면 이 같은 궁금증은 쉽게 해소된다. 우선 벨리브를 이용할 수 있는 자전거대여소가 파리 시내와 외곽에 1451곳이 마련돼 있다. 파리 전지역 어느 곳을 가더라도 쉽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지난 1년간 이용객이 2100만명에 달할 정도로 단기간내 이용객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7월 말 현재 연간 회원권을 이용하고 있는 회원만 19만명에 이르고 있다. 파리 시내의 교통혁명의 주체가 되고 있는 것이다.

파리시민 파비앙(여·28)씨는 "지난해 파리 해변축제(쁠라즈) 기간에 처음 이용을 시작했는데 아주 실용적이어서 그 이후 줄곧 사용하고 있다"며 "저녁 늦은 시간이나 지하철이 끊긴 이후에도 사용이 가능해 거의 매일 이용할 정도로 애용자가 됐다"고 말했다.

여기다 시민들의 공감대 형성으로 차량과 자전거가 공존하는 형태로 발전한 것도 성공요인으로 꼽힌다.

도심을 지나다보면 자전거도로가 끝이난 곳에서는 자전거가 차량들과 뒤섞여 운행되고 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차량 운전자들이 경적을 울리거나 차량으로 위협운전을 일삼는 것은 찾아보기 어렵다. 자전거도 차량의 일부로 간주하고 배려한다. 차량과 자전거가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면서 안정적으로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 차량들끼리도 경적소리가 요란한 울산 도심과는 매우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파리시를 비롯한 바르셀로나, 리옹, 스톡홀름 등의 지자체는 민간 광고 대행업체들과 계약을 체결해 수천대의 공공 대여 자전거를 도시에 제공하고 있다. 지자체는 대규모 예산 투입없이 교통체증을 완화할 수 있고, 광고 대행업체들은 자전거나 자전거 정류장과 같이 지정된 장소에 대한 광고권을 부여받는 것이다.

프랑스에선 파리 외에 리옹에서도 지난 2005년 5월부터 벨로브(velo'v)가 도입돼 총 3000대의 자전거가 대여되는 등 교통수단으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다.

파리시는 벨리브의 성공에 힘입어 내년에는 전기자동차 4000대(시내 2000대, 외곽 2000대)를 도입할 계획이다.

글=최석복기자 csb7365@ 사진=김동수기자 dskim@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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