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 주둔 미군의 현지 여성 성폭행관련 사건이 또 발생하면서 한동안 잠잠했던 미일 지위협정의 불평등 문제가 일본에서도 다시 불거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일본 정부는 4일 열린 미일 합동 위원회에서 최근 오키나와에서 여성을 강간하려다 미수에 그친 미 해병대 장교(소령)의 신병을 기소 전에 인도할 것을 미국측에 정식 요구했다.

 일본의 이번 조치는 그간의 유사 사건에 비해볼 때 이례적으로 신속한 신병 인도 요구로 받아들여질 만하다.

 일본에 주둔중인 미군 범죄자의 신병 인도 등을 둘러싼 미일간 갈등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특히 주일 미군의 대부분이 주둔하고 있는 오키나와의 경우 현지 여성 등을 상대로 한 미군의 성폭행 사건 등이 빈발하면서 주민들이 미일 지위협정의 개정을 기회있을 때마다 중앙정부에 강력히 요구해 왔다.

 미군 범죄자의 신병 처리를 위시한 이 협정의 불평등 문제가 최근 일본에서 가장 첨예하게 부각됐던 것은 지난 해 6월 역시 오키나와에서 발생한 미군 중사의 현지 여성 성폭행 사건때였다.

 이 사건을 계기로 일본에서는 미군 범죄자의 기소전 구속 문제가 다시 미일 현안으로 부각되면서 지위 협정 개정을 요구하는 국민 여론이 확산됐었다.

 민주당 등 야당도 지위 협정 개정 없이는 진정한 미일 동맹 관계가 유지되기 힘들다며 협정 개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다나카 마키코 당시 외상은 지위협정 개정 검토가 필요하다는 적극적인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개혁을 전면에 내걸고 출범한 고이즈미 정권은 국민 기대와는 달리 미일 동맹 관계를 우선시한 나머지 현상 유지라는 지극히 소극적인 대응으로 일관했다.

 물론 미국 정부는 지위 협정 개정은 안된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는 특히 지위 협정 개정에는 신중을 기해야한다면서 협정의 탄력적인 운용과 개선을 대안으로 강조, 유사 사건의 재발 방지를 위한 미군 범죄자의 기소전 신병 인도 등 지위 협정의 근본적인 개정을 요구하는 여론과 거리를 유지했었다.

 다만 고이즈미 총리는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과의 회담에서 지위협정의 운용 개선이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경우에는 협정 개정도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달했을 뿐이다.

 지난 해 불거졌던 미일 지위협정 개정 문제는 당시 미국측이 미군 범죄자의 기소전 신병 인도에 이례적으로 동의, 일본 경찰이 용의자를 구속함으로써 다소 잠잠해진 상태다.

 고이즈미 총리는 4일 미 해병대 장교의 이번 성폭행 미수 사건에 대해서도 당분간 (지위협정) 운용 개선으로 대처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해 협정 개정보다는 지금처럼 운용 개선으로 문제를 풀어 나가겠다는 소극적인 입장을 고수했다. 도쿄= [연합]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