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 건립 울산시 예산·인력으로는 한계 불보듯
국립박물관 건설땐 국제 정보교류·자료확보 수월
지역 정치권·문화계 합심 국민적 관심 불러모아야

우리나라의 암각화는 30여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 그렇지만 연구는 아직 시작 단계에 머물고 있다. 국제적인 학술 교류의 국내 포스트가 형성되지 않고 있는 등 본격적인 연구를 위한 기반이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1970년 12월24일 문명대 교수를 위시한 동국대박물관 조사단은 언양읍 일대에서 불교유적을 조사하다 최경환이라는 노인의 말을 듣고 천전리각석을 발견하게 됐다. 이후 꼭 일년만인 1971년 12월25일 문 교수 일행은 다시 천전리를 찾아 일대를 조사하다 반구대암각화를 찾아냈다.

반구대암각화를 발견하기 전인 1971년 2월에는 경북 고령군 개진면 양전리에 사는 주민이 영남대학교 박물관에 암각화가 있다는 제보를 해왔다. 천전리암각화가 대대적으로 언론에 보도되자 그 마을 암각화에 대해 제보를 해온 것이다. 양전리암각화는 태양신으로 보이는 그로테스크한 모습의 도형 20여개와 몇 개의 동심원으로 채워져 있는데, 규모는 작지만 중요한 자료가 되는 암각화였다.

국내에서는 이처럼 1970년 12월24일부터 1971년 12월25일까지 한 해 동안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암각화 유적 세곳이 모두 발견됐다. 이 세곳의 암각화는 규모나 내용 면에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것으로서 손색이 없으며, 그 중에서도 반구대암각화는 세계적인 선사문화유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3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암각화 연구는 양적인 면에서나 질적인 면에서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안동대학교 임세권 교수는 "국내 암각화는 학계의 많은 주목을 받아왔지만 체계적이고 정밀한 자료조사가 부족한데다, 암각화에 대한 관심이 역사학이나 고고학의 범주 안에서 맴돌고 있어 별도의 연구분야로 성립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국립박물관의 설립은 세계문화유산 등재 뿐만 아니라 암각화 연구의 지원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사업이다. 특히 울산으로서는 지역의 역사문화적 위상을 높이는데 획기적인 계기가 될 것으로 보여 매우 중요한 현안으로 부각될 수 있다.

박물관 건립에는 엄청난 예산과 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울산시의 예산으로는 한계가 있다. 시의 예산이 허용된다 하더라도 지역 차원의 박물관 보다는 국가 차원의 박물관을 설립해야 국제적인 위상을 갖추게 되며 그에 따른 각종 정보교류와 자료확보 등이 용이해지게 된다.

따라서 울산시와 지역 문화계는 적극적으로 정부를 설득해 국립박물관 설립의 당위성을 인식시켜야 한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반응이다.

지역 문화계 관계자들은 "지난 5월 개관한 암각화전시관은 반구대암각화와 천전리각석을 관광객들에게 안내하고 이해를 돕는 현지 안내소 역할에 충실하고, 국립박물관은 현장에서 좀 떨어진 언양 등지에 설립해 실질적인 자료수집과 연구의 중심으로 육성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지역 출신 정치인들은 울산시와 유기적인 체제를 유지해가며 문화관광부와 문화재청을 비롯해 정부 각계의 관계자들을 설득시키는데 한 뜻으로 주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반구대암각화 보존대책 뿐만 아니라 이번 기회에 박물관 설립까지 거론해 그 중요성을 부각시킴으로써 반구대암각화 보존과 박물관 설립을 동일사업 또는 연관사업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역 문화계서도 그 역할이 크다. 전국적으로 반구대를 문화예술의 주제로 삼도록 민간 홍보활동을 펼치고, 문학과 예술작품으로 반구대를 승화시켜 국립박물관 설립의 당위성을 자연스럽게 인식시킬 필요가 있다.

지역 문화계 관계자들은 "반구대암각화가 내년부터 10만원권 지폐 보조도안으로 사용되기 시작하면 전 국민들의 관심이 반구대로 모아지고, 덩달아 암각화에 대한 관심도 크게 높아지게 될 것"이라며 "높아진 국민적 욕구를 충족시켜 주고 이러한 관심사를 모아 반구대를 세계적인 관광자원으로서 삼기 위해서는 국가 차원에서 박물관을 설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재명기자 jmlee@·ksilbo.co.kr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으로 이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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