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희 회장 타계 후 부인 정삼순씨 회사 위기 돌파 나서
노사 '무한신뢰' 바탕 현대차 협력사서 중견기업 급성장
100여개 핵심부품 개발·TS16949 취득 기술력 세계서 인정
매출 2000억원·영업이익률 10% 목표로 제3의 도약 다짐

'두둠 두둠' 우렁찬 엔진소리. 오토바이 매니아라면 누구나 갖고 싶어하는 꿈의 오토바이 '할리데이비슨'. 사람의 심장소리와 비슷한 리듬감을 갖고 있다는 할리데이비슨의 독특한 배기음은 45도의 각도로 배열돼 있는 두 개의 실린더가 만드는 소리이다.

이 세계적인 명품 오토바이를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이 오토바이 내 실린더를 울산의 한 중견기업이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1987년 12월 초 찬바람이 몰아치던 초겨울. 울산시 울주군 온산읍 화산리 388번지 5609㎡(약 1697평)의 작은 부지에 국내에서는 드물게 알루미늄 중력주조공법을 이용, 자동차 엔진부품을 생산하는 업체가 탄생했다.

초창기 현대자동차의 1000여개 협력업체 중 하나에 불과하던 이 회사는 20여년이 지난 현재 매출 1000억원,종업원 500명의 향토 중견기업으로 급성장했다. 이 회사가 오늘날 세계적인 알루미늄 주조 전문회사로 거듭난 한주금속(주)의 모태인 '한국경금속'이다.

◇'신용'이라는 바다 위에 '성실'이라는 엔진을 달고

한주금속이 20년이라는 비교적 짧은 역사 동안 세계 최고의 알루미늄 주조 전문회사로 성장한데는 종업원과 경영진의 '무한 신뢰'와 오직 알루미늄 한 분야에만 정진하는 '성실' 이 두가지 경영원칙이 바탕이 됐기에 가능했다.

한주금속은 지난 87년 고(故) 이중희 창업주가 울주군 화산리에 '한국경금속'이라는 주물공장을 만든 것이 모태가 됐다.

당시 국내에서는 드물게 알루미늄 주조공법을 이용, 자동차 엔진부품을 생산하던 한국경금속은 이후 일본의 선진기술을 벤치마킹해 엔진소재 개발에 성공하면서 매년 꾸준한 성장을 거둬웠다.

그러나 1995년 한창 번성하던 회사는 이중희 회장이 갑작스런 간암으로 타계한 후 커다란 위기를 맞게 된다.

리더를 잃어버린 회사는 곧 매각설에 휩싸였고, 전 직원들은 피땀으로 일군 회사를 구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이 회장의 부인 정삼순(57) 여사에게 회사를 맡아줄 것을 간청했다.

이전까지 평범한 가정주부에 불과했던 정 여사는 회사를 맡기가 부담스러워 한 달 동안 고사했지만 결국 직원들의 성화에 못이겨 회사를 이어받게 됐다.

당시 전 직원들이 한 달 동안 이중희 회장의 산소에서 정 여사를 기다리며 회사에 나와줄 것을 간청했다는 일화는 지금도 유명하다.

95년 정삼순 여사가 한국경금속을 이어받아 '한주금속'으로 간판을 바꿔달면서 한주금속의 제2의 성장사가 시작됐다.

정 사장은 취임 후 내수에만 주력하던 회사가 모기업의 노사분규로 매년 어려움을 겪자 삼성자동차와 사전 납품계약을 맺고 알루미늄 휠 공장을 증설, 당시 중소기업으로서는 엄청난 규모인 100억원의 투자를 결정했다.

하지만 97년 IMF 사태와 삼성자동차 빅딜 등으로 납품계약은 취소되고 회사는 부도의 위기에 몰리게 된다.

거의 무너질뻔한 회사를 구한 것은 경영진과 근로자간 무한 신뢰였다.

외환위기의 어려움 속에서 근로자들은 자진해 임금을 동결하고, 600%에 이르는 성과급을 기꺼이 반납하는 희생을 감수했다.

경영진은 이러한 근로자들의 믿음을 바탕으로 회사를 살리기 위해 생면부지의 일본 도요타자동차 계열사인 중앙정기와 미국의 머큐리 마린사, 영국의 파워 테인사 등을 상대로 수출길을 뚫기 위한 전방위 노력을 했다.

한주금속의 우수한 기술력과 근로자들의 굳건한 재기의지를 확인한 세계 유수의 업체들은 잇따라 계약을 체결하겠다는 제의를 했고, 이 때부터 한주금속의 수출은 탄탄대로를 달렸다.

1999년 100만불 수출탑 수상을 시작으로 2000년 430만달러, 2004년 수출 2600만달러와 매출 780억원 등 매년 15%의 고성장을 거듭했다.

◇성공적인 가업승계 통해 100년기업 야망

이 회사가 이와 같은 성장을 거듭할 수 있었던 것은 노사간 두터운 신뢰와 함께 오직 알루미늄 주조라는 한 분야에 대한 끊임없는 정진과 기술개발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한주금속은 중소기업으로는 드물게 3차원 측정기와 성분분석기 등 고가의 최첨단 시험장비를 갖추고 품질도 철저히 관리해 연소실 덮개, 엔진 지지대 등 100여개의 엔진분야 핵심부품을 개발했다.

2004년에는 세계 자동차 업체가 공동제정한 품질경영시스템 인증(TS16949)을 취득하는 등 전 세계로부터 기술력을 인증받고 있다. 직업 능력개발훈련 등 각종 기술교육을 중시해 종업원 80% 이상이 각종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는 것도 회사의 큰 힘이다.

정삼순 사장은 "어려운 시절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회사와 근로자는 함께라는 공동체 의식과 함께 중소기업으로서는 드물게 세계적인 기술력을 갖춘 것이 큰 힘이 됐다"며 "함께하는 가족경영과 오직 한 분야에만 정진하는 성실은 우리 회사를 이끌어가는 밑바탕이며, 앞으로 회사가 계속 유지발전할 수 있는 가장 큰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주금속은 이와함께 성공적인 가업승계를 위해 후계자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정삼순 사장의 뒤를 이어 후계자 수업을 받고 있는 이용진(35) 상무는 미국 일리노이주립대 MBA 과정을 밟은 후 현재 회사에서 일선 현장 경영수업을 거치고 있다.

한주금속은 지난해 창사 20주년을 맞아 매출목표 2000억원과 영업이익률 10% 달성을 목표로 제3의 도약을 선언했다. 현재 내수시장은 한계에 이른 만큼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세계시장을 공략, 수출 판매망을 늘려나가기로 하고 지난해 28%를 차지했던 수출 비중을 오는 2010년에는 37%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정삼순 사장은 "저공해 및 각종 환경규제에 대응할 수 있는 기술 개발과 첨단 신공법 도입 등으로 세계적 알루미늄 주조 전문회사로 거듭나겠다"며 "창업 당시 13억에 불과했던 수출액이 1000억을 돌파하는데 20년이 걸렸지만 2000억을 돌파하는데는 절반의 시간도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글=권병석기자 ·사진=임규동기자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으로 이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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