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산면 방도리 앞바다 육지에서 280m 떨어진 곳에 춘도(椿島)가 있다. 섬의 높이 18m, 넓이는 0.02㎢로 매우 작은 섬이다. 울산읍지(蔚山邑誌)에는 동백도(冬柏島), 목도(目島)로 기록돼 있으며 죽도(竹島)로 불리기도 한다.

 본래 물고기의 눈처럼 생겼다 하여 목도라고 불렀고, 훗날 주민들이 이 섬에 화살대(箭竹)를 심어 죽도라 불렀는데, 여기서 나는 화살대를 신라 조정에 바쳤다 한다. 이 섬의 대를 옮겨 심은 곳이 지금의 세죽(細竹)마을이다.

 이 섬은 〈신증동국여지승람〉에 동백도(冬柏島)라 하여 동백이 섬에 가득 찼다고 기록돼 있다. 이 섬의 동백과 춘백들이 사시장춘(四時長春) 꽃을 피워 지금은 이름 난 유원지가 되어 있다.

 옛날, 방도리 해변의 어장(漁場)에서 머슴살이하는 젊은 어부가 고기를 잡으려고 바다에 그물을 쳤다가 거둬 올리니 까만 눈동자의 인어(人魚)가 걸려 있었다. 그가 구슬 같은 눈물을 흘리므로 이 머슴 어부는 애처로이 여겨 놓아주려 하였다. 이 때 극력 반대하는 다른 어부들과 난투극을 벌여 차례로 때려눕히고는 재빨리 인어를 안아 내려 바다에 놓아주었다.

 육지로 돌아온 어부는 동네 사람들의 몰매를 맞게 되자 갑자기 번개가 번쩍이며 장대 같은 소나기가 쏟아지니 마을 사람들이 혼비백산하여 도망치고 말았다. 반죽음이 되어 바닷가에 버려져 있던 그는 "바다로 나와요"하는 소리에 몸을 일으켜 노를 저어 바다로 나가, 용왕의 사자라는 큰 거북이를 타고 용궁으로 들어갔다.

 그 인어아가씨는 용왕의 공주였고 그는 공주와 혼인하여 부마(駙馬)가 되었다. 용왕은 "부마가 공주를 살려 준 은인이기는 하나, 속세의 사람이라 이 용궁에서 살 수 없으므로 부득이 공주와 함께 인간 세상에 나가 살다가 적절한 시기에 과인이 부르거든 용궁에서 살도록 하라"고 분부했다. 공주는 "우리 부부가 살 땅이 없습니다"하고 아뢰니 부왕이 살 땅을 마련해 주었다. 공주 부부가 속세로 나오자마자 "펑"하는 소리와 함께 큰 물기둥이 하늘 높이 치솟고 난 뒤 작은 섬 하나가 생겼는데 이것이 오늘날의 춘도라고 한다.

 안데르센 동화 속 인어공주는 한 방울의 물거품으로 변할지언정 사랑하는 왕자를 죽이고 자신의 두 다리를 얻으려는 집착을 보이지 않았지만 춘도의 인어공주는 제법 영악하다. 아버지에게 부동산을 요구해서 섬 하나를 혼수로 받아낸 것이다.

 아파트 가격상승을 부추기며 욕심을 부리는 주부들이 있다고 한다. 이 시대의 공주들은 시골의 작은 섬 하나로는 결코 성이 차지 않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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