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의 고공행진으로 세계 경제가 몸살을 앓고 있다.

최근에 들어서야 유가가 배럴당 110원대로 떨어지기는 했지만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4번째로 많은 양의 원유를 수입하는 대표적인 자원 빈국이다. 특히 석유화학, 제철, 조선, 철강, 자동차 등 에너지 다소비 산업들이 대표적 주력산업으로 자리잡고 있고 소득증가에 따라 민간의 에너지 소비도 날로 늘어나고 있어 고유가의 영향을 훨씬 크게 받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잠시 우리의 현실을 살펴보면, 2007년 우리나라의 에너지 수입액은 945억달러에 달했다. 이는 자동차와 반도체의 수출합계액을 훌쩍 넘어선 수치다.

더불어 수력발전이 포화된 상태에서 2005년 '교토의정서(Kyoto Protocol)'의 발효로 2008년부터 2012년까지 8%의 온실가스를 감소해야 할 자발적인 의무부담과 2013년부터 선진국과 같은 감축의무를 지고 있어 온실가스 감소를 위한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한다.

2011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보급률을 5%까지 확대하고 국내 기술 수준을 선진국의 70∼90%까지 올린다는 정부의 목표 아래, 한국수력원자력을 비롯한 발전회사와 다수의 에너지 기업들이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신재생에너지와 같은 대체에너지가 아직까지 충분한 경제적·타당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고유가와 원자재가격 상승, 그리고 온실가스 감축 압력이라는 도전 앞에 우리가 기댈 수 있는 유일한 현실적인 대안은 바로 원자력발전이다.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된 용프라우요흐를 가진 스위스는 자연보호를 위해 등산철도, 지하통로를 설치해 환경관리를 잘 하는 나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전력 생산의 42%를 원자력에 의존하고 있으며 2003년에는 원자력 법안을 개정해 원자력 발전에 대한 억제정책을 중단한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왜 스위스와 같이 자연환경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라가 원자력에 크게 의존하는 것일까? 우선, 자원은 부족하나 우수한 인력이 풍부한 스위스로서 원자력은 안정적인 중요한 에너지원이다. 또한, 기술집약적인 수출주도형 국가로서 원자력이 아닌 다른 에너지원을 사용할 경우 산업용 전기료의 상승에 따라 모든 제품에 수출 단가가 상승하게 된다. 이에 따라, 자국 경제에 치명적인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판단한 스위스가 원자력을 선택한 것이다.

국민소득 세계 3위의 스위스와 비교할 때 우리나라는 경제적으로나 국제적으로 더욱 열악하고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기 때문에 더욱 더 적극적인 원자력정책이 필요하다. 지난 6월, 지식경제부는 '국가 에너지 기본 계획 수립을 위한 공개 토론회'를 열어 에너지경제연구원 용역 연구 결과를 발표하면서 2007년 12월 현재 전력 공급 설비에서 26%인 원자력발전 비중을 37~42%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발표한 것도 현실인식을 바탕으로 한 최선의 선택일 것이다.

우리나라와 미국, 프랑스 등 전통적인 원전 강국은 해외 원전시장에서 치열한 수주 경쟁을 벌이고 있다. 2006년 6월 최초 콘크리트 타설을 시작으로 본격 공사에 착수한 신고리1, 2호기는 안전성이 우수하다는 미국의 원자력발전소에 비해 고장이나 사고 위험을 크게 감소시킴으로써, 안전성이 월등히 향상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기술 자립과 반복건설에 의해 건설비와 건설기간이 선진국 수준으로 유리한 경제성을 확보했다. 이제 우리는 원전 강국으로서의 면모를 갖추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원자력은 우수한 기술력으로 안전성과 경제성이 입증된 에너지임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갈등의 경험을 가지고 있으며, 원전에 대한 국민인식 또한 많이 개선됐지만 아직도 안전성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오늘날 온실가스 저감과 고유가로 인해 심각해지는 에너지 위기상황에서 부존자원이 전혀 없는 우리나라의 현실적인 대안은 원자력뿐이다. 원자력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보다는, 치열한 생존경쟁의 국제 현실을 직시해 지속적인 국가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적극적인 이해와 관심을 가져야 할 때이다.

김판술 한국수력원자력 신고리시운전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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