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갈등에 적자 경영 등 악재까지 겹치면서 닥친 위기
수평적 경영마인드로 가업승계 1년 만에 흑자 전환 성공
대규모 R&D 투자·인재 영입등 글로벌 경쟁력 강화 올인

플라스틱 첨가제 부문에서 세계적인 기술력을 자랑하는 송원산업(주)(대표이사 박종호·울산시 남구 여천동)은 지난 65년 설립 후 43년 동안 줄곧 정밀화학 한 분야 외길을 걸어오며,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쌓아오고 있다.

65년 부산시 동래구 온천동에 고 박경재 회장이 종업원 4명과 함께 플라스틱 첨가제 생산공장을 만든 것이 현 송원산업의 모태이다.

지난 88년 울산으로 본사를 옮긴 송원산업은 40여년 동안 적지 않은 시련을 감내하면서 현재 종업원 420명, 자본금 120억원, 지난해 2400억원의 매출을 자랑하는 탄탄한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위한 40여년의 도전사

송원산업은 비교적 산업화 역사가 짧은 우리나라에서 무려 43년이나 경영을 이끌어 온 지역 대표 장수기업 중 하나이다. 이 회사가 40년 이상 경영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훌륭한 지도자와 경영기법 등 역량을 갖췄기 때문에 가능했다.

송원산업은 창업주인 고(故) 박경재 회장의 경영이념을 바탕으로 창업 초기부터 '어제보다 나은 오늘(better than yesterday)'이라는 소신으로 산화방지제 등 석유화학 첨가제 분야에서 국내 독보적인 위치를 자치하고 있다.

송원산업은 정밀화학이라는 터전 위에 기술력이라는 무기를 바탕으로 하루가 다르게 성장했다. 대규모 공장 증설과 과감한 R&D 투자로 울산에 본사를 둔 기업 중 최초로 지난 77년 거래소에 주식을 상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송원산업이 순탄한 걸음만을 걸어온 것은 아니었다.

90년대 노조가 설립된 이후 단 한 차례의 합의도 이뤄내지 못하는 등 노사갈등은 해묵은 숙제로 남겨져 있고, 99년에는 갑작스런 공장 화재로 수십억원의 재산피해를 입기도 했다.

급기야 지난해 매출부진과 환율하락, 원자재 가격 상승, 신규 공장 증설에 따른 차입금 증가 등 연이은 악재가 겹치면서 회사가 적자경영으로 돌아섰고, 엎친데 덮친격으로 리더인 박경재 회장마저 지병인 암으로 타계하면서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에 봉착하기도 했다.

이 때 회사를 위기에서 건져낼 구원투수로 등장한 것이 현 박종호 대표이사이다.

◇가업승계로 제2의 도약 꿈꾼다

박종호 대표이사는 지난해 적자를 기록한 송원산업을 CEO에 취임한지 불과 1년만에 흑자전환 시키는데 성공했다.

아버지인 박 회장의 경영철학을 이어받아 오랜 기간 현장에서 정통 후계자 수업을 거친 박종호 대표이사는 미국 보스톤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한 뒤 중국 상하이 그레이스 페브릭(Shanghai Grace Fabric)과 일본 스미토모 케미칼(Sumitomo Chemical)을 거쳐 2006년 3월부터 송원산업의 경영을 이끌어왔다.

박 대표이사는 취임 이후 경영난 타개 및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지난해 4월 울산시 매암동 소재 페놀·인계 산화방지제 제 2공장에 1억2000만 달러를 투자했다. 이어 오는 2010년에는 2차 증설을 진행해 세계 시장 선두기업으로 우뚝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는 또 만성적인 노사갈등을 불식시키기 위해 37세의 젊은 나이를 무기로 현장 직원들과 스스럼없는 대화를 하고 수직관계보다는 수평관계를 중시하며, 경영진과 노조의 불신의 벽을 허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실제 지난 96년 송원산업 기술자로 입사해 현장 직원들과 함께 일해 본 경험이 있는 박 대표이사는 지금도 회사의 프로젝트에 직접 참여해 직원들과 숙식을 함께하며 최일선에서 회사를 이끌고 있다.

이처럼 박종호 대표이사가 짧은 기간 성공적인 경영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배경에는 "기업규모가 크든 작든 오랜 기간 준비된 후계자만이 기업을 이어갈 수 있다"는 고 박경재 회장의 경영신념이 밑바탕이 됐기 때문이다.

박종호 대표이사는 "기업이 오랜기간 지속하려면 우수한 경영마인드와 함께 후계자 양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특히 가업을 이어가는 중소기업인들은 가업을 어떻게 승계해야 할지 몰라 걱정하고 있는 것이 현실인데, 기업은 좀 더 빨리 후계자 양성에 대한 고민을 하고 정부는 가업 상속을 원활히 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세계 1위 기업으로 도약, 장수기업 기틀 마련

송원산업은 오는 2012년 매출액 1조원을 달성하고 이 분야 세계 1위 기업인 시바(CIBA)를 넘어서는 '글로벌 리딩컴퍼니'로 도약한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설비확장과 함께 세계 주요 거점에 글로벌 사무소를 구축하고 핵심 요직에 유능한 해외 인재를 영입하는 등 해외시장 공략에도 팔을 걷었다.

또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세계 최고 기술력을 갖추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는 전제 아래 대규모 R&D 투자를 감행하고 있다.

현재 전 직원 420명 중 연구개발 인력만 50명으로 연구인력 비중이 전체의 12%를 차지하고 있으며, 매출액 대비 R&D 투자금액도 10% 수준으로 최근 10년 동안 연구개발 비용만 3700억원을 투입할 정도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박종호 대표이사는 "지난 40여년 보다 앞으로 40년이 더욱 중요하다"며 "다행히 우리 회사는 40년 정밀화학 노하우를 갖춘 기업으로서 다양한 장점을 갖추고 있다.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듯이 당장의 성과에 급급하기 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설비와 투자를 아끼지 않아 오랜 세월 지속되는 장수기업의 기틀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글=권병석기자 ·사진=임규동기자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으로 이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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