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쇼크·브라운관 사업 침체등 잇단 위기 속
'제 살 깎는' 고통 감내하며 미래산업 발판 다져
獨 보쉬사와 HEV용 전지 합작사 유치 기대감

세계 디스플레이업계의 선두 자리를 확고히 하고 있는 삼성SDI(주)의 맏형이자 명문 종가 사업장인 이 회사 울산공장(공장장 김동훈)은 회사의 CashCow(수익창출원)로서 35년 연속 흑자 달성이라는 쉽지 않은 기록을 이끌며 디지털 시대의 글로벌 리더로 성장하는데 핵심 역할을 해왔다. 특히 울산지역 중 상대적으로 낙후지역이었던 울산 서울주지역의 소득 창출과 지역 발전에 큰 역할을 하며 지역에 뿌린 내린 종가 사업장으로서 탄탄히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주력 사업군이었던 브라운관 사업의 한계로 최근 수년 사이 제살을 도려내는 구조조정을 해야 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울산공장은 이같은 아픔을 제2의 성장을 위한 동력으로 삼아 반도체산업 이상의 국가경제 기여가 예상되는 미래산업인 전지(電池)산업의 거점이자 글로벌리더로의 재도약을 위한 새출발을 준비중이다.

◆굴곡을 극복하고 디지털 디스플레이의 글로벌리더로 도약

삼성SDI의 탄생은 밀수와 관련됐다는 이유로 1967년 한국비료를 국가에 헌납하고 1년간 일선을 떠나있어야 했던 이병철 고 삼성그룹 회장의 지시에 따라 이뤄졌다. 어려운 고비를 맞았던 이 회장은 신규사업으로 이를 돌파하려 했고 결국 전자공업이 낙점된 것이다.

삼성은 68년 10월 현재의 울주군 삼남면 가천에 75만평의 부지를 마련했다. 그리고 70년 1월 일본의 NEC와 합작법인으로 브라운관을 생산하는 삼성NEC가 설립됐다. 삼성SDI가 탄생한 것.

설립부터 시련이 닥쳤다. 공장 건립 부지인 가천리 일원이 인근에서 가장 고지대였던데다가 전기도 부족해 인근 마을 저수지를 유료로 사용하고 전기도 발전기를 빌려와 가동할 정도로 열악한 상황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삼성NEC는 70년 5월16일 최초의 제품인 진공관을 처음으로 완성했고 같은해 12월 흑백브라운관의 생산이 시작됐다.

흑백브라운관 생산시설을 꾸준히 증설해 73년 6월에 월산 6만개가 됐다. 정부가 진공관의 국내 시판을 완전 허용하고 흑백브라운관은 수출 의무량을 달성하면 나머지는 시판할 수 있도록 허락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73년 후반에 터진 1차 오일쇼크로 에너지와 밀접한 관계에 있는 진공관과 흑백브라운관의 수요가 모두 급감, 직원들이 출근해도 일거리가 없어 모두 운동장에 앉아 풀을 뽑아야 하는 어려움을 겪었다.

위기는 곧 기회. 오일쇼크로 인해 절전형 브라운관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었고 삼성NEC는 74년 '국내 최초, 세계에서 세번째'로 퀵 스타트 브라운관을 개발해 고속성장의 기반을 다지게 됐다. 이를 채용한 TV가 바로 유명한 '이코노TV'다.

84년 삼성전관으로 사명을 변경한 후 디스플레이의 혁명이라 할 수 있는 컬러브라운관(CRT)을 수원공장에서 생산하기 시작했고 이병철 전 회장의 천만대 증설 지시에 따라 86년부터 울산공장에서도 CRT 생산을 개시, 세계적 기업으로 도약하는 전환점이 됐다.

울산공장은 87년 LCD 1라인을 준공하며 LCD 사업의 첫 단추를 꿰었고 이는 TN-LCD, STN-LCD, TFT-LCD 개발로 이어진다. 88년 국내 최초로 평판 디스플레이의 선두인 PDP 개발에 성공한 이래 삼성전관은 90년대 잇따른 해외진출과 세계 최초 AMOLED 양산투자, 이동통신 기기의 심장인 2차전지까지 첨단수준의 디지털 제품을 개발해 오고 있다.

◆울산공장의 위기, 그리고 전지사업으로 여는 미래

99년 삼성전관에서 삼성SDI로 사명을 변경한 뒤 회사는 2004년부터 브라운관 사업의 급격한 침체로, 특히 CRT를 주력 사업군으로 해온 울산공장이 큰 위기를 맞게 된다. 회사 설립연도를 제외하곤 35년째 이어오던 흑자행진도 막을 내리게 된다.

울산공장은 현재 CRT 3개 공장과 전자총 공장, VFD 공장이 2005년 이후 잇따라 폐쇄되면서 MD공장과 LCD 공장, 지난해 준공한 PDP4공장 등만 가동되는 위기에 처해있다. 한때 9500명에 달하던 직원(협력업체 포함) 수도 2500여명으로 줄어들었다.

울산공장은 이제 재도약의 기로에 서있다. 회사 차원의 에너지사업 집중 육성 및 성장 동력화에 맞춰 미래산업인 전지사업의 거점으로 거론되고 있다. 아울러 MD(모바일 디스플레이)공장은 삼성전자 관련 사업과의 합작법인 설립으로, PDP사업은 삼성전자와의 통합경영으로 사실상 가닥이 잡히고 있다.

울산공장은 우선 세계 최대의 자동차 부품업체인 독일 보쉬사와의 하이브리드 전기자동차(HEV)용 전지 합작사 유치를 서두르고 있다. 회사의 전지사업 중심의 사업재편에 울산공장이 중심이 되기 위한 노력이다. 또 PDP 주력공장의 울산 유치 등을 통해 삼성SDI의 맏형이자 초일류사업장으로서의 위치를 지켜간다는 계획이다.

신형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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