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센터·자동세척기 등 편의시설 두루 갖춰
출근·산책도 자전거 … 진행 방향은 수신호로
전용도로 '프로메나데' 도심명소로 이름 높아

자전거 도시로 전세계에 알려져 있는 독일 뮌스터에 가면 자전거를 타는 시민들이 운행방향을 전환할 때마다 오른손이나 왼손을 드는 이색적인 모습을 볼 수 있다. 자동차 방향지시등 역할을 양쪽 팔로 표시하는 것이다. 오랜 세월 자전거를 교통수단으로 사용하다보니 차량이나 보행자들과의 의사소통 필요성에 따라 생겨난 모습이다.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모습이 오랜 기간 자전거를 타면서 몸에 밴 행동이라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다.

뮌스터는 인구 28만의 아담한 독일 북부지역의 교육도시다. 하지만 도시 어느 곳을 가더라도 자전거가 넘쳐난다. 기차역 앞 지하 자전거보관소에는 3300대를 보관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수리센터에서부터 자전거 자동세척기까지 갖추고 있다. 기차로 외지에 출퇴근하는 근로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공간으로 하루 보관료가 0.7유로(한화 1100원), 한달 사용료는 7유로(한화 1만1000원), 연간 사용료는 70유로(11만원)로 매우 저렴하다. 물가 수준이 울산의 2배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얼마나 저렴한가를 알 수 있다.

뮌스터가 자전거 대표도시로 꼽히는데는 도심을 원형으로 감싸는 형태로 조성된 자전거 전용도로 프로메나데와 인구 28만에 자전거가 50만대에 달할 정도로 남다른 시민들의 '저전거 사랑' 덕택이다.

프로메나데는 구도심지를 원 형태로 감싸고 있는 4.5㎞ 구간의 포장 숲길로 아름드리 나무 숲속에 마련된 자전거 '아우토반'이다. 이 길은 뮌스터시를 둘러싸고 있던 성곽부지였는데 18세기 뮌스터를 다스리던 영주가 성곽을 허물고 일반 시민들을 위해 산책길을 만들면서 울창한 숲길이 됐다. 이 숲길이 지난 1970년대 중반부터 자전거 전용도로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이다. 퇴근 시간대 1시간동안 프로메나데 한 지점을 통과하는 자전거 대수는 평균 1350대에 이른다. 자전거가 대체 교통수단으로 자리잡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여기다 또 하나는 뮌스터시나 시민 모두의 '자전거 사랑'이 남다르다는 점이다. 시에서는 도로를 개설할 경우 자전거도로를 의무적으로 조성하도록 조례를 만들 정도다. 시민들도 너나없이 자전거를 2대 가량 보유한다. 외출용과 업무용으로 나눠 도심에 볼일이 있어 나갈 경우엔 허름한 업무용을, 산책이나 운동을 나갈 경우엔 고가의 외출용을 타고 나선다. 자전거 수가 많다보니 도난사고도 잦다. 이를 염두에 둔 시민들의 지혜인 셈이다.

뮌스터에도 70년대만 해도 자동차가 생활수준을 표현하는 수단이 된 적이 있을 정도로 차량이 넘쳐났으나 70년대를 고비로 시민들의 인식이 달라졌다. 환경과 건강을 함께 챙길수 있는 대안으로 자전거를 선택한 것이다. 지금은 시민 대부분이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고 볼일을 본다. 자동차로 다니는 것보다 훨씬 편하고 시간이 단축되기 때문이다.

결국 자전거를 탈 수 있는 여건만 조성되면 시민들은 자연스럽게 자전거를 이용한다는 단순한 진리를 보여주는 선례다.

뮌스터는 자전거가 바른 자세와 건강을 위해 좋으며 자전거를 타며 대화하는 것이 사회화와 인성 교육에도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에 따라 초등학교 때부터 자전거와 관련된 안전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어린이들은 매년 2차례 자전거 교육장에서 교육을 받아야 한다.

뮌스터를 벤치마킹하기 위한 한국 지자체나 언론의 방문이 줄을 잇고 있는 반면 뮌스터시는 아직도 부족한 점이 많다고 판단하고 더 나은 편의시설 확충을 위해 네덜란드 등 선진 자전거도시의 장점을 접목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글=최석복기자 csb7365@
사진=김동수기자 dskim@ksilbo.co.kr

◆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으로 이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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