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구 내에 자그마한 아파트를 전세들어 4년째 살고 있다. 많은 지인들이 학구 내에 살면 여러 가지로 불편하지 않느냐는 말을 자주 한다. 물론 학구 내 살다 보면 우리 학생들과 학부모들을 자주 접하게 되어 좋은 점도 많지만 언행이 조심스러울 때도 가끔은 있다.

하지만 거리에서나 이발소, 식당, 목욕탕 등에서 우리 아이들과 학부모들을 자주 만나 서로 이해하고 아이들 교육에 대한 대화를 가질 수 있어 나쁜 점보다 좋은 점이 더 많다고 생각한다.

먼발치에서도 나를 만나면 "야! 교장선생님이다" 하면서 달려와 인사를 하고 가끔은 저학년들이 손을 잡을 때도 있고, 안길 때도 있어 책임감과 동시에 자그마한 행복감을 느낄 때도 있다. 초롱초롱한 우리 아이들의 눈망울을 바라 볼 땐 힘이 솟고 희망찬 내일을 볼 수 있어 괜히 기분이 좋아지고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짓곤 한다.

지난 현충일을 앞두고 방송 조례 시간을 통해 "6월6일 현충일은 국토방위와 민족의 안녕을 위해 고귀한 목숨을 바치신 국군과 경찰 등 전몰장병들의 넋을 기리고 명복을 비는 날입니다. 6·25의 민족적 비극으로 인해 호국의 신으로 승화한 국군장병들을 추모하는 날입니다. 이 날은 조기를 달고 오전 10시에는 전국적으로 일제히 울리는 사이렌소리에 맞추어 국민모두가 1분간 묵념을 올리고 명복을 비는 뜻에서 경건한 마음으로 하루를 보내야 합니다"라고 훈화 교육을 실시하고 조기를 달자고 거듭 부탁하며 가정통지문도 보냈다.

그래서 내심 올해 현충일엔 많은 가정이 조기를 달겠지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 기대는 보기 좋게 어긋났다. 내가 사는 아파트에 국기를 단 가정은 불과 몇 가구밖에 되지 않았다. 시간이 일러서겠지 했지만 오후가 돼도 그대로였다. 학교에서 교육이 제대로 안된 탓이겠지 하면서도 어른들은 왜 관심 밖의 일일까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돌이켜보면 예전엔 학교에서 나라 사랑 교육을 너무 많이 한 것 같다. 애국가 4절 외어 부르기, 일몰시 국기 하강 땐 애국가가 흘러나오고 국기에 대한 경례하는 교육을 너무도 많이 시켰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사회 전체적인 분위기가 나라 사랑도, 법과 질서를 존중하는 의식도 부족해 진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불법, 탈법을 경쟁이나 하듯이 본을 보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스럽다.

우리 아이들이 무엇을 보고 배울지 교육을 맡은 한 사람으로서 책임감을 느껴 본다. 아주 오래 된 일이지만 운동 경기에 앞서 미국 국가가 연주되는 순간이었다. 나는 우연히 거리를 지나다가 한 미군 병사가 라디오 상점 앞에 직립의 자세로 서 있는 것을 보았다. 미국인들이 국가와 국기를 존중하는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도 국기가 게양, 하강 될 때 길에서나 집무실에서 경건한 자세로 바로 서서 마음 깊이 나라 사랑의 염원을 다진 때가 있었다. 또한 경건한 자세로 애국가를 같이 부르기도 했다. 21세기 지금이야 말로 그 때처럼 우리나라의 표상인 국기를 존중하고 애국가를 더 많이 불러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 해본다.

다가오는 광복절은 우리가 일본 제국주의의 식민통치에서 벗어나 조국의 광복을 찾은 날이다. 우리는 36년간 식민지 생활로 나라 없는 민족으로서 온갖 쓰라린 고통을 겪었다.

그러나 일본은 오늘날 어떠한가? 식민지 활동을 정당화하고 교과서 왜곡,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고 있다. 건국 60주년이기도 하고 63번째 맞는 이번 광복절엔 우리 모두가 집집마다 국기를 꼭 달아서 나라 사랑하는 마음을 갖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

박경수 구영초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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