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전이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무차별적 폭로, 비방전에 이어 이번엔 선심성 공약이 남발되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와 민주당 노무현 후보가 치열한 접전을 벌이면서 특정 계층과 지역을 겨냥한 공약들이 그야말로 봇물터진 듯 쏟아져 나오고 있다.

 각 후보진영이 이처럼 장밋빛 공약을 남발하고 있는 것은 그야말로 전방위적으로 전개되고 있는 흑색선전과 비방전이 득표율 제고엔 별로 도움이 안되고 있다는 자체 평가와도 무관치 않은 듯하다. 무차별적인 흠집내기 공세가 유권자들의 거부감만을 자극하고 있을뿐 실제 표몰이에는 효과가 적었다는 판단에 따른 새로운 득표전략인 셈이다. 일단 눈길부터 끌고보자는 식의 이런 공약경쟁에서 실현 가능성에 대한 제대로 된 판단과 검증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무리일 것이다.

 일반인의 눈으로도 주가지수 1500-2000시대를 이뤄내겠다거나, 농가부채의 거치기간을 5년연장하고 정책자금 금리를 1%로 내리겠다거나, 개인워크아웃제도의 적용대상을 확대하겠다거나, 안면도 일대를 대규모 휴양단지로 개발하겠다거나 하는 식의 공약들은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이런 공약들이 후보들의 유세현장에서, 대선공약 정책발표에서 매일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그저 상대진영에 흙탕물을 끼얹거나 유권자들을 현혹시켜서라도 표만 얻어내면 그만이라는 정치권의 의식을 결국은 유권자들이 나서서 바꾸는 수밖에 없다. 입으로는 장밋빛 미래를 제시하면서도 행동으로는 과거의 정치를 그대로 이어가는 진영, 포지티브 선거전보다는 네거티브 선거전에 치중하는 진영, 무책임한 졸속공약을 남발하는 진영을 냉철하게 가려내고 표로 심판하는 것이다. 자기가 속한 계층에, 자기가 속한 지역에 유리한 공약을 내놓는 후보는 다른 계층, 다른 지역에서도 똑같은 공약을 남발할 것이다. 이익을 제시하는 후보가 아니라 제대로 된 대의를 내보일 수 있는 후보를, 뒤에서 상대방을 헐뜯는 후보가 아니라 자신과 함께 이나라의 장래를 만들어 나가자고 적극적 비전을 제시하는 후보를 가려내야 한다. 후보들이 다른 무엇보다도 깨어있는 유권자의 눈을 가장 무섭게 여기도록 유권자 스스로 선거의 분위기를 주도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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