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구청 입장

한 해에 40억원 운영비 큰 부담
매각 차익 복지사업 재투자
- 운영비가 남구 살림 절반'휘청'
- 문화·체육인프라 확충이 유용
- 대현동엔 '작은 도서관' 건립

■ 대책위 입장

대현동 일대 교육환경 소외
도서관 하루 빨리 건립돼야
- 35만 남구에 도서관 달랑 1곳
- 당장 힘들어도 매각은 말아야
- 대책위, 서명운동·탄원등 계획

울산시 남구청이 도서관을 건립하기 위해 지난 2006년 매입한 남구 대현동 808 일대 1만1116㎡ 부지를 주택재개발업체에 매각하려 하면서 부지 매각을 둘러싸고 남구청과 주민·사회단체 간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남구청은 매년 30억~40억원에 달하는 운영비 부담이 자칫 남구청 전체 재정을 악화시킬 우려가 높다고 판단해 도서관 건립 대신 부지 매각 차익을 문화복지사업에 재투자 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주민·사회단체는 대현동 일원의 열악한 교육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도서관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부지 매각 갈등 왜 생겼나

남구청은 제2남부도서관을 짓기 위해 지난 2006년 12월 국비지원금 15억원을 포함한 41억원을 투입해 대현동 1만1116㎡ 부지를 구유지로 매입했다. 당시 이채익 구청장 등은 이 지역에 도서관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판단, 부지를 확보했다.

그러나 도서관 건립은 기약 없이 미뤄져 왔다. 건립 사업비를 제쳐두더라도 건립 뒤 한 해 운영비만 최소 30억~40억원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남구청은 지난 2007년 국비지원금 가운데 부지매입 후 남은 5억원을 국가에 반납하고, 제2남부도서관 건립계획을 사실상 포기했다.

그런데 지난 2월 이 일대에서 주택 재건축 사업을 추진 중인 건설업체가 해당 구유지의 매입을 추진한 것이 갈등의 발단이 됐다. 이미 도서관 건립이 힘들다고 판단한 남구청은 구유지의 용도를 '행정재산'에서 매각 가능한 '잡종재산'으로 변경하는 등 매각 절차를 밟았다.

이 소식을 접한 남구의회 민주노동당 의원들과 울산시민연대 등 시민단체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으며, 최근 해당 부지 인근 아파트 입주민들도 매각을 반대하는데 동참하고 있다.

◇"매각 차익으로 문화 인프라 확충"

남구청은 현 상황에서 부지 매각이 불가피하며 가장 현명한 판단이라는 입장이다. 한 해 평균 30억~40억원으로 예상되는 도서관 운영비가 남구청 가용예산의 절반을 넘기 때문이다. '도서관 확충'이라는 환상만 부르짖다가는 남구 전체의 살림살이가 힘들어 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특히 해당 부지의 지형이나 입지도 도서관 건립에 부적합해, 차라리 부지 매각 차익으로 이 지역의 문화·체육 인프라 확충에 유용하게 쓰는 것이 옳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의원이 다수인 남구의회도 대체로 부지 매각의 불가피성을 인정하며, 매각으로 인한 발전적 방안을 마련하자는 입장이다. 한 남구의원은 "운영비 부담으로 제2남부도서관 건립이 불가능하다는 점은 이미 2006년 당시 김만현 의원을 비롯한 민노당 의원들도 알고 있던 사실"이라며 "현재로선 부지 매각이 최적의 대안"이라고 말했다.

남구청은 특히 '구청이 주민의 숙원사업인 도서관 건립을 포기하고, 민간업체의 사업을 돕고 있다'는 시각에 심한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도서관 건립이 힘들어진 이상 대현동 일대의 열악한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주택 재건축 사업을 행정기관이 나서 발목 잡을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남구청 관계자는 "부지 매각으로 부지 활용도를 높이는 동시에 큰 매각 차익을 올리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면서 "구청이 매각으로 차익을 거두는 것은 땅장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결국 구민의 복지에 재투자하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구청은 규모가 큰 도서관 대신 소수의 인력으로 운영이 가능한 작은 도서관 확충에 발 벗고 나섰다. 실제로 구청은 37억8000만원을 들여 남구 대현동 옛 보건환경연구원 자리에 연면적 1200㎡의 지하 1층, 지상 3층짜리 도서관을 짓기로 했다. 또 지역 학교에도 작은 도서관을 설치, 주민들과 학생들이 보다 쉽고 친근하게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도록 배려키로 했다.

남구청 관계자는 "구청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도서관의 건립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그 배경에 불가항력적인 요소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작은 도서관 확충을 통해 주민들의 문화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환경 개선 욕구 충족해야"

부지 매각을 반대하는 주민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남구 제2도서관 부지 매각반대 및 도서관 설립을 위한 대책위원회'(대표 김만현 남구의회 의원·이하 대책위)는 지난 12일 남구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현동 신선아파트 인근 도서관 부지에 예정대로 주민들을 위한 도서관을 건립하라"고 촉구하는 등 본격적인 행동에 나섰다.

대책위에 따르면 신선아파트, 동부아파트 등 부지 매각에 반대하는 인근 아파트 입주민 4000여명의 서명을 받았으며, 앞으로 서명운동과 함께 시청 등 행정기관에 대한 탄원, 매각 반대 문화행사 등을 마련할 예정이다.

대책위는 대현동 지역의 열악한 교육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제2남부도서관 건립이 절실하다고 주장한다. 현재 남구에는 옥동에 위치한 남부도서관 외에는 규모를 갖춘 도서관이 없어, 남구의 서쪽에 위치한 대현동 일대 주민들이 교육환경으로부터 소외돼 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공단과 인접한 대현동 일대 주민들이 40여년간 대기와 수질, 악취 등 환경오염 뿐 아니라 산업 물동량 수송에 따른 교통문제 등을 겪으며 살아온 점을 감안해서라도 최고의 문화복지시설인 도서관이 하루빨리 건립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대책위는 당장 도서관 건립이 어렵다면 향후 건립이 가능할 수 있도록 구청의 부지 매각을 재고하라며 촉구하고 있다.

김만현 대표는 "35만 인구가 거주하는 남구에 도서관이 하나뿐이라는 사실 자체가 이해하기 힘든 일"이라며 "운영비 부담으로 도서관 건립이 힘들다는 것은 구청의 부족한 의지를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행정의 주도면밀하면서 적확한 판단과 주민들의 대안 제시가 필요한 시점이다.

글=허광무기자 · 사진=임규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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