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 입장을 살펴보자. 노조 설립의 타당성은 개별 근로자가 사용자를 대상으로 개별적 교섭을 하는 경우 힘이 약하기 때문에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일반 국민이 느끼기에 공무원은 약자도 아니며 사용자인 정부와 더불어 공동 목표를 수행해 가는 공인이다. 국민의 세금에 기반하고 있는 공무원의 급여나 복리후생은 다른 부문에 비해 뒤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상당히 개선됐다고 한다. 자칫 공무원의 노조 설립이 국민의 눈에는 자기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비쳐질 우려가 있는 이유다. 또 우리나라와 같이 행정부의 규제가 강한 곳에서 공무원의 노조결성으로 파업 또는 태업이 발생할 경우 철도, 지하철, 시내버스, 수도, 전기, 가스, 병원, 은행, 통신사업 등 필수 공익사업 부문의 파업 못지 않게 나쁜 효과가 크게 나타날 것이다. 강력한 대통령 중심제에서 규제완화가 미약한 현 상황에서는 건축허가, 환경감시, 치안 등이 지연되거나 마비될 우려도 크다. 최근 국제노동기구가(ILO)가 정부에 결사의 자유 확대를 촉구했다고 하나, 선진국들도 ILO의 권고를 자국의 상황을 고려해 신축성 있게 선별적으로 채택하고 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우리 경제가 당면한 최대과제는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행하여 나라전체의 군살을 빼는 일이다. 기업, 금융권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구조조정이 가장 약한 곳이 정부부문이다. 이러한 가운데 공무원 노조마저 막강한 역할을 개시한다면 정부부문의 군살빼기는 더욱 힘들어 질 수 있다.
이러한 공무원 노조는 "태풍의 눈"과 같이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태풍은 막대한 재해를 일으킬 수 있다. 하지만 잘 대처하면 재해를 최소화 시킨채 많은 양의 물을 우리에게 선사하며 육지위의 나쁜 것을 쓸어가거나 바다를 뒤집어 놓는 등 자연계의 순환에 매우 좋은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공무원노조도 잘 대처만 하면 얼마든지 좋은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공무원노조 문제에 좀 더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정부의 잘못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공무원노조 허용은 김대중 대통령의 공약사항이었을 뿐 아니라, 98년 1기 노사정위에서 "허용한다"는 대원칙이 합의됐다. 그 후의 일련의 정부조치들이 있었지만 핵심을 해결한 것은 아니고 미봉책 세우기만 급급했다. 합법과 불법의 교착은 어느 시대에나 존재하여 왔다. 국민의 혈세로 조성된 천문학적인 액수의 공적 자금이 유실되어도 그것을 집행한 고위 공직자들은 합법적인 법집행 이라는 이유로 면책을 받고 있다. 공무원노조의 결성이 불법이라면, 불법단체인 공무원노조의 결성을 막지 못한 공직자들 모두 직무유기의 혐의를 벗어날 길이 없다. 합법적인 노동조합의 결성을 미리 준비하지 못한 책임이 그들에게 있는 것이다. 미리 노동관계법을 개정하여 불법적인 공무원노조의 결성을 막았어야 할 책임이 그들에게 있지 않은가? 이러한 지경에서 정권말기의 노쇠한 현정부에게는 더 이상 기대할 참신한 대책이 없음을 공무원 노조찬성자들도 인식해야 한다. 즉 좀 더 유연한 자세로서, 기왕에 기다린 일이니까 새로운 정부가 수립되었을 때 무엇을 어떻게 해야 공무원도 살고 국가도 살고 국민도 살 것인지를 잘 살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