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급 이하 공무원들의 노조 결성을 둘러싸고 찬반 논란이 뜨겁다. 찬성입장에서 한번 살펴보자. 공무원노조 설립을 통해 실현하려는 것은 공직사회의 민주화, 국민에게 사랑 받는 공무원상의 정립, 공무원의 노동기본권 회복, 공무원의 권익향상 등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노벨평화상 수상 직후 가까운 시일 안에 우리나라를 인권과 민주주의의 모범국가로 만들겠다고 했지만, 진정으로 인권과 민주주의를 완성시키는 관건은 관료사회를 민주화하는 데 있다. 관료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부패하고 무능력한 극소수 관료들에게 있다. 정부는 위기에 처할 때마다 하위직 공무원들을 부정부패집단으로 몰며 여론의 화살을 피해 나갔다. 진정한 공직사회 개혁은 아래로부터의 개혁이어야 하며 이는 하위직 공무원들을 대표하는 공무원노조를 통해서 가능하다. 예를 들어 공무원노조가 중점을 둘 부정 감시나 고발은 국가행정기관을 민주적으로 운영하는데 이바지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공무원의 공정한 인사제도가 수립되는 계기를 만들어 낙하산·편파·봐주기식 인사로 대다수 공무원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일은 줄어들 것이다. 그리고 역대 정권은 정권재창출을 위해 공무원을 "도구"로 사용했었다. 만일 공무원 노조가 출범하면 그것은 불가능하게 될 것이다.

 반대 입장을 살펴보자. 노조 설립의 타당성은 개별 근로자가 사용자를 대상으로 개별적 교섭을 하는 경우 힘이 약하기 때문에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일반 국민이 느끼기에 공무원은 약자도 아니며 사용자인 정부와 더불어 공동 목표를 수행해 가는 공인이다. 국민의 세금에 기반하고 있는 공무원의 급여나 복리후생은 다른 부문에 비해 뒤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상당히 개선됐다고 한다. 자칫 공무원의 노조 설립이 국민의 눈에는 자기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비쳐질 우려가 있는 이유다. 또 우리나라와 같이 행정부의 규제가 강한 곳에서 공무원의 노조결성으로 파업 또는 태업이 발생할 경우 철도, 지하철, 시내버스, 수도, 전기, 가스, 병원, 은행, 통신사업 등 필수 공익사업 부문의 파업 못지 않게 나쁜 효과가 크게 나타날 것이다. 강력한 대통령 중심제에서 규제완화가 미약한 현 상황에서는 건축허가, 환경감시, 치안 등이 지연되거나 마비될 우려도 크다. 최근 국제노동기구가(ILO)가 정부에 결사의 자유 확대를 촉구했다고 하나, 선진국들도 ILO의 권고를 자국의 상황을 고려해 신축성 있게 선별적으로 채택하고 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우리 경제가 당면한 최대과제는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행하여 나라전체의 군살을 빼는 일이다. 기업, 금융권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구조조정이 가장 약한 곳이 정부부문이다. 이러한 가운데 공무원 노조마저 막강한 역할을 개시한다면 정부부문의 군살빼기는 더욱 힘들어 질 수 있다.

 이러한 공무원 노조는 "태풍의 눈"과 같이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태풍은 막대한 재해를 일으킬 수 있다. 하지만 잘 대처하면 재해를 최소화 시킨채 많은 양의 물을 우리에게 선사하며 육지위의 나쁜 것을 쓸어가거나 바다를 뒤집어 놓는 등 자연계의 순환에 매우 좋은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공무원노조도 잘 대처만 하면 얼마든지 좋은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공무원노조 문제에 좀 더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정부의 잘못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공무원노조 허용은 김대중 대통령의 공약사항이었을 뿐 아니라, 98년 1기 노사정위에서 "허용한다"는 대원칙이 합의됐다. 그 후의 일련의 정부조치들이 있었지만 핵심을 해결한 것은 아니고 미봉책 세우기만 급급했다. 합법과 불법의 교착은 어느 시대에나 존재하여 왔다. 국민의 혈세로 조성된 천문학적인 액수의 공적 자금이 유실되어도 그것을 집행한 고위 공직자들은 합법적인 법집행 이라는 이유로 면책을 받고 있다. 공무원노조의 결성이 불법이라면, 불법단체인 공무원노조의 결성을 막지 못한 공직자들 모두 직무유기의 혐의를 벗어날 길이 없다. 합법적인 노동조합의 결성을 미리 준비하지 못한 책임이 그들에게 있는 것이다. 미리 노동관계법을 개정하여 불법적인 공무원노조의 결성을 막았어야 할 책임이 그들에게 있지 않은가? 이러한 지경에서 정권말기의 노쇠한 현정부에게는 더 이상 기대할 참신한 대책이 없음을 공무원 노조찬성자들도 인식해야 한다. 즉 좀 더 유연한 자세로서, 기왕에 기다린 일이니까 새로운 정부가 수립되었을 때 무엇을 어떻게 해야 공무원도 살고 국가도 살고 국민도 살 것인지를 잘 살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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