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당 강수량 69㎜ 15년만에 최고
공공시설 피해액만 28억7천만원.
배수관 외 빗물 빠질 공간 줄어든데다
유출 토사·쓰레기 배수 막아 피해 커
재해대책 소홀 지자체엔 '경종'

지난 13일 새벽 비가 집중적으로 쏟아지면서 일부지역에서는 1시간당 100㎜ 이상의 집중호우가 쏟아졌다.

'물폭탄'이 울산지역 곳곳에 투하된 셈이다.

특히 남구 무거동과 울주군 청량면 등지에 집중호우가 쏟아지면서 피해가 심했다.

지난 1993년 이후 15년 만에 1시간당 가장 많은 비를 뿌렸다.

앞서 1993년 8월21일에는 1시간당 76.7㎜의 물폭탄이 내렸었다.

울산시 재난종합상황실은 이번 폭우가 최소 30년, 많은 비가 내린 남구와 울주군 지역은 100년 만에 발생한 특이한 경우로 분석하고 있다.

이번 폭우로 200여 가구와 도로 43곳이 침수됐고 산사태와 제방붕괴, 토사유출, 농경지 침수 등 피해가 잇따랐다.

◇폭우 피해 어느 정도인가

울산시 재난종합상황실(이하 상황실)은 이번 폭우로 22일 현재까지 공공시설 피해만 130여곳의 28억7000여만원으로 추산했다. 오는 24~25일까지 민간피해 신고 건수와 피해액이 함께 집계되면 최종적인 피해규모가 드러날 예정이다.

최근 10년 사이 매년 태풍에 의한 비피해가 전국적으로 발생했지만 울산은 다행히도 영향을 적게 받아 피해도 적었다. 시간당 최대강수량을 보였던 지난 1993년 8월21일의 경우 지난 13일 보다도 강수량이 10㎜가량 많았지만, 피해규모는 하천 1곳, 소규모 시설 2곳, 건물 붕괴 1곳, 침수 6곳, 농경지 유실 0.9㏊ 등에 그쳤다.

시 상황실은 이번 폭우 피해는 예측 가능한 범위를 넘은 폭우라 속수무책인 점도 있었지만 울산지역의 도시화로 배수관 외에 빗물이 빠질 수 있는 유수지 면적이 줄어든데다 각종 공사로 하천과 배수로에 퇴적물이 쌓여 물이 흘러갈 수 있는 공간이 좁아진 것도 주요 원인으로 꼽고 있다. 또 도로 개설 등 개발로 인해 불가피하게 저지대로 변화되면서 침수 피해를 입은 곳도 적지 않았다.

◇울산지역 곳곳 인재 논란

대형공사장 주변에서의 폭우피해에 대한 인재논란이 잇따르고 있다.

북구 효문8통 연암사거리 인근 주택과 공장, 상가 등은 이 지역 산 중턱에 조성 중인 모듈화일반산업단지의 허술한 배수시설과 그 아래 지역의 신축 주유소 공사장의 토사유출방지대책 부실로 토사와 빗물이 흘러 침수 피해를 입었다.

또 북구 진장명촌지구 내 동천제방을 따라 형성된 배수로는 진장동 방면 600여곒구간은 정비가 안된 채 방치됐고, 명촌동 방면 600여곒 구간은 쓰레기로 배수로가 막힌 채 방치되면서 침수피해가 발생했다.

북구 농소1동 호수지구의 경우도 공사장 인근 주택가와 도로 등도 공사장에서 흘러나온 토사로 엉망진창이됐다. 남구 무거2동 과학대 인근 지역도 윗 지역에 있는 공사장 토사가 흘러내려 주택 지하층이 잠기는 것은 물론이고 주택가에 주차된 차량 수십 대가 물에 잠기는 피해를 입어 재발방지대책을 호소하고 있다.

또 남구 삼호동 주민들은 지난 13일 주택가가 침수돼 주차된 차량 100여대가 침수된 것과 관련, 남구청이 신복로터리 인근 삼호6교~태화강 구간 1.47㎞ 구간을 생태하천으로 조성하는 등 인공시설물을 설치하면서 물 흐름이 원활하지 못했다고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재발 방지책 마련은 필수

이번에 울산지역에 내린 집중호우로 대규모 피해를 입은 것은 재해대책을 소홀히 해 온 지자체에 시사하는바 크다.

지난 2000년 이후로 집중호우에 따른 피해가 전국적으로 매년 1조원을 넘어서고 있는 가운데 울산지역도 지구온난화로 초래된 집중호우로 언제든지 대규모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철저한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특히 올해 9월 초에 비소식이 많이 예보되고 있어 각별한 대비가 필요하다.

특히 대형공사장의 비피해 방지 대책 소홀로 인해 인근 주민 피해로 이어진 사례 등에 대해서는 철저한 재발 방지 조치 관리는 필수로 지적되고 있다.

이기영 울산시 재난종합상황실 담당 사무관은 "각 공사장마다 재해대책을 마련하지만 국지성 호우가 잦아지는 만큼 우수량 처리 시설 확충과 그밖의 재해방지책 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예상치 못한 폭우로 피해를 입어도 국가에서 보상할 수 있는 부분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시민 개개인도 풍수해보험에 가입하고 폭우 때 외출을 삼가는 등 피해 최소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동참해야한다"고 말했다.

글=유귀화기자 사진=임규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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