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4년 가소제 공장 기반 60년 역사
유가상승·환율하락등 경영악재 딛고
세계 최대 종합화학기지 구축 기대감

우리나라 최초로 비닐 장판과 플라스틱 빗, 새시 등을 만들어내는 LG화학은 국내를 대표하는 화학 명가(名家)다. 석유화학과 정보전자 소재 사업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해 가며 세계적 화학기업으로 성장한 LG화학의 오늘이 있기까지는 모태공장인 산업재 주력사업장인 울산공장(주재임원 김종국 상무)이 밑바탕이 됐다.

사업구조의 내재적 한계 등으로 성장이 답보하는 어려움도 있었지만 끊임없는 신기술 개발과 품질경영활동, 한가족 같은 직장문화로 이를 극복, 유럽과 미국 등 선진시장에서도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울산공장은 현재 기존 사업의 잠재능력을 확대해 가며 환경, 바이오사업 등 신사업의 도입을 꾀하고 있다. 미래 회사와 국가는 물론 울산의 발전에 기여하는 핵심역량을 갖춘 사업장으로서의 입지를 굳혀 나가기 위한 명가 재건에 힘을 쏟고 있다.

◆국내 화학명가의 모태 사업장

울산시 울주군 온양읍 LG화학 울산공장은 1974년 6월 가소제(可塑劑·Plasticizer) 공장에서 출발한 LG화학의 모태공장으로 60여년 LG화학 역사를 이끌어왔다.

1940년대 중반 럭키크림을 빅히트시킨 LG그룹 창업주 구인회 사장이 툭 하면 깨어지는 크림통 뚜껑으로 고민하다 부족한 2%를 채우기 위해 설립한 락희화학공업사가 전신이다.

당시 부산시 동래구에 건설된 연지공장이 락희화학공업의 첫 공장이었지만 공장이 정리되면서 93년 자동차 부품기능 공장이 울산공장으로 이전하면서 울산공장이 명실상부한 모태기업으로 자리잡게 된다.

울산공장은 락희화학공업이 72년 하이타이공장 증설부지를 물색하면서 제1차 석유화학단지 조성공사가 한창 진행중으로 장차 원료공급이 원활할 것으로 예상되고 부근에 회야강이 흘러 공업용수 문제도 쉽게 해결할 수 있는 유리한 조건을 갖춘 적지로 판단돼 선정됐다.

부지 면적은 39만8000㎡, 하이타이공장 규모론 큰 것으로 종합화학공장으로 개발을 염두에 둔 것이다. 사명이 (주)럭키로 바뀌면서 74년 처음 건립된 울산공장은 같은 해 6월 가소제인 DOP(디옥틸프탈레이트) 공장을 준공, 가동에 들어간다.

락희화학에서 유지공업의 원료공급이 원활치 않자 같은 해 9월 합성 첨가물인 액체솔비톨공장 건설에 들어가 이듬해 3월 가동에 들어간데 이어 2년 후엔 분만솔비톨을 생산하기 시작한다.

또 설탕의 대체품인 이성화당(옥당) 공장은 75년에 준공한데 이어 78년에는 캘린더 및 압출공장을 준공하는 등 5개 단위공장이 들어선 대단위 종합공장으로 급성장하게 된다.

풍수상 금닭이 알을 품은 형국인 '금계포란(金溪砲卵)'의 명당이라 선정됐지만 부지가 습지대여서 공장건립에 큰 어려움을 겪었고 작업을 위해 발이 푹푹 빠지는 논을 지나 일터로 들어가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도로라곤 편도 1차로의 국도밖에 없어 화물운반에도 애를 먹었다.

80년~90년대 초반까지 울산공장은 바닥장식재와 시트류, 자동차 원단 및 자동차 부품 공장 등을 잇따라 신·증설하면서 성장기에 접어든다.

이 기간 울산공장은 지속적인 흑자행진을 이어간다. 94년 (주)LG화학으로 상호를 변경한 울산공장은 이후 회사가 석유화학과 정보전자소재사업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하는 토대를 마련하는 CashCow(수익창출원) 역할을 하게 된다.

◆세계 최대 종합화학기업 기반 다진다

울산공장은 하지만 바닥장식재와 표면자재(데코시트류, 고광택시트류), 자동차 원단·부품과 가소제 등을 생산하는 조립·가공·장치형의 복합공장으로써의 성장의 한계에 직면하기도 했다.

최근 몇년간 유가상승 및 환율하락 등의 경영악재에다 또 다른 생산제품으로 PVC제품 제조 과정에서 널리 쓰이고 있는 프탈레이트계 가소제에 대한 사용금지(DEHP, DBP, BBP 등) 조치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어려움은 오래 가지 않았다. 울산공장은 경쟁강화를 위한 신제품 개발에 주력했고 지난 2006년 프탈레이트를 사용하지 않는 '논프탈레이트(Non-phthalate)' 가소제 개발에 착수, 'GL100/300'이라는 기술을 개발, 양산에 들어갔다.

이 신제품은 친환경 가소제이자 열적 안정성을 갖고 다양한 적용이 가능한 제품으로 울산공장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되고 있다.

이러한 울산공장의 역사는 품질혁신의 역사와 그대로 일치한다. 76년 QC운동, 80년 사내제안제도를 시작으로 전사적인 품질경영체제를 도입한데 이어 IE, TQC 등을 잇달아 도입함으로써 생산 전반의 품질혁신활동으로 진화했다.

이 가운데 TPM활동은 체계적인 설비관리체제 구축으로 부적합품을 획기적으로 감소시켜 제품의 질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LG화학 최초로 6시그마 활동을 도입, 혁신사업장으로 사내 벤치마킹 대상이 됐다.

물론 이같은 품질혁신의 뒷면에는 '명소명실'(名所(장소)名室(작업장)) 활동으로 대변되는 한마음 한가족 문화가 저변에 깔려있다.

울산공장은 현재 기존 회사부지 중 여유공간인 6만여㎡의 부지 활용방안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 환경, 바이오 등 미래의 신성장사업 유치에 주안점을 두면서 기존 사업의 잠재능력 극대화 등도 염두에 두고 있다.

신형욱기자 shin@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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