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부터 5년간 120억 투입 횡단도로 등 시설 구축
캠페인 통해 호응도 높이고 무료대여소 운영 계획도

국내에서 자전거 선진도시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경남 진주시는 울산시와 환경적인 특성이 많이 닮았다. 태화강처럼 도심을 가로지르는 남강이 있고 남강을 사랑하는 시민들의 정서가 울산시민들이 태화강을 사랑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진주시가 자전거도시를 표방하고 기반시설 확충에 나선건 지난 2003년 행정자치부(현재 행정안전부)로 자전거 범도시로 선정되면서 부터다. 이때부터 자전거 관련 편의시설을 확충하고 시민들을 대상으로 공감대 형성에 나섰다. 5년여동안 기반시설 투자에 120억 가량이 투자됐으며 각종 행사와 캠페인으로 호응도는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자전거도로망은 주로 남강을 중심으로 구축돼 있다. 현재까지 구축된 자전거전용도로는 22㎞, 보행자와 자전거가 함께 다닐 수 있는 자전거겸용도로가 46㎞가 마련돼 있다. 남강 변을 따라 자전거를 타고가면 도심 어느 곳이든 걸어서 5~10분이면 도착할 수 있다. 아직까지는 레저수단으로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탓에 저녁무렵이면 남강변이 늘 붐빈다. 하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교통수단으로 이용하는 비율이 늘고 있다. 각종 캠페인을 비롯해 자전거관련 행사가 늘어나면서 인식도 점차 바뀌어 가고 있는 것이다.

진주시가 자전거도시로 거듭나게 된데는 남강이라는 훌륭한 조건 외에도 정영석 진주시장의 강력한 추진력도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진주시청 기획예산과 내에 자전거도시계를 별도로 만들어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것을 비롯해 공공기관, 기업체, 유관기관에 '자전거 이용 홍보' 서한문을 발송해 시민적인 분위기 형성에 나서고 있다. 공무원들이 자전거 타기를 솔선하는 차원에서 지난 5월과 7월 2차례에 걸쳐 3일씩 잇따라 양복을 입고 자전거 타고 출·퇴근하는 행사를 가졌다. 다소 불평 불만도 터져 나오기는 했으나 자전거를 타는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진주시는 또 9월부터는 매월 2일, 11일, 22일 등 3일을 '자전거타는 날'로 정해 이날 만큼은 아예 시청내 차량출입을 통제하기로 했다. 장애인이나 긴급차량을 제외하고는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든지 아니면 대중교통을 이용하라는 것이다.

진주시가 지난 5년간 투입한 120억원. 어떻게 보면 매우 큰 금액은 아니지만, 진주시가 이처럼 자전거 선진도시가 된데는 이같이 시민들의 공감대를 이끌어내기 위한 프로그램을 마련, 추진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진주시는 매년 '남강과 함께하는 자전거투어'를 마련해 시민들이 자전거전용도로를 따라 건강을 다지고 자전거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하게 하는 계기를 마련하고 있다. 자전거축제나 다름없는 '자전거대행진'도 올해 2회째를 맞고 있다. 여기다 남강변에 자전거 쉼터 3곳을 마련하는 것을 비롯해 상·하반기로 나눠 자전거주부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타는 법을 배워야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한 것이다.

윤홍배 진주시 자전거도시 담당은 "자전거 이용이 활성화될려면 우선 기반시설이 갖춰져야 하고 그 다음으로는 시민들이 환경과 건강에 대한 대안으로 자전거를 타는데 동참하는 인식전환이 꼭 필요하다"면서 "이 두가지는 자전거의 두 바퀴나 다름없는 축이다"고 강조했다.

시민들이 자전거를 타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하는 진주시의 배려도 남다르다.

자전거를 타고가다 교차로를 만날 경우 인도를 이용해야 하는 불편을 없애기 위해 교차로마다 진한 갈색의 횡단보도를 설치했다. 운전자들에게는 자전거를 조심하라는 신호로, 자전거를 타는 시민들은 안전하게 교차로를 건널 수 있는 공간인 셈이다. 올해 56곳을 비롯해 시내 곳곳에 136곳을 마련했다.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늘려간다는 방침이다. 보도턱 낮추기도 매년 차근차근 진행하고 있다.

시내에 자전거를 세워둘 수 있는 거치대도 4000대 분량 마련돼 있다. 쉽게 타고 아무데서도 세워둘 수 있는 편의를 위한 배려다.

자전거 이용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자전거이용 생활지도'도 발간했다. 매년 1만부 가량 만들어 주민들과 관광객들에 배부하고 있다. 여기엔 진주시의 상징과 브랜드를 비롯해 자전거로 떠나기전 준비사항, 자전거 탈때 주의사항, 자전거 관련 법규, 자전거 유래, 자전거전용도로, 자전거 수리점 등이 상세하게 수록돼 있다. 생활지도 하나면 자전거를 타고 진주시내 어느 곳을 다녀도 불편하지 않을 정도다.

도심에 방치돼 있는 방치 자전거는 진주시 차원에서 수거해 버릴 것은 버리고 수리가 가능한 것은 수리과정을 거쳐 저소득층이나 외국인근로자들이 탈 수 있도록 기증하고 있다.

하반기부터는 무료대여소도 운영한다. 21개 동주민센터마다 5~10대씩 자전거를 비치해 신분증만 제시하면 사용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엄청난 예산을 들이지 않으면서도 시민들의 인식을 전환하고 차근차근 편의시설을 갖춰나가는 진주시의 일관성 있는 자전거 정책 추진과 진주시장의 의지, 시민들의 동참이 어우러져 진주시가 지전거도시로 매년 달라진 모습을 선보이고 있는 것이다.

윤 담당은 "울산도 태화강 둔치를 이용해 자전거 전용도로를 만들 경우 이용률이 매우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만 안전을 위해 산책로와는 별도의 자전거도로 개설이 꼭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글=최석복기자 csb7365@ 사진=김동수기자 dskim@ksilbo.co.kr

◆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으로 이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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