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778억 발주 올해 644억으로 급감
외지업체가 전체 공사액 중 88.3% 독차지

울산지역 건설산업이 고사위기에 처했다. 일감이 없어 건설사마다 일손을 놓고 있고, 입찰은 구경조차 하기 힘들다. 민간공사의 외지업체 잠식률도 갈수록 심화되면서 지역업체들이 설 땅이 없다. 건설자재값 폭등에 이어 조만간 최저가낙찰제까지 확대되면 경영난으로 문닫는 업체가 속출할 전망이다. 고사위기에 처한 지역 건설산업의 현주소와 대책을 2회에 걸쳐 진단한다.

울산시 남구 신정동에 본사를 둔 H건설은 올들어 몇 번 공공공사 입찰을 응했지만 한 건도 수주하지 못했다. 수주는 고사하고 최근 2주일동안 입찰정보를 구경조차 못했다. 발주량이 지난해에 비해 절반으로 감소한데다 적은 물량에 수십개 업체가 몰리다보니 수주가 하늘에 별따기 만큼 어려워진 것이다.

H사처럼 올 상반기 공공물량을 단 1건도 수주하지 못한 지역업체는 줄잡아 100개가 넘는다. 울산지역 전체 건설업체 수(218개)의 약 절반에 가까운 수치다. 그나마 입찰을 받은 업체도 대부분 5억원 이하 소규모 공사다.

대한건설협회 울산시회가 집계한 '공공공사 발주추이'를 보면 울산의 공공공사 발주물량은 3년째 급감하고 있다. 2006년 2분기 1778억원이던 발주물량이 지난해 1138억원으로 줄어들더니 올해는 644억원(전년비 43%↓)으로 줄었다.

해가 갈수록 물량이 늘어야 하는데 2년만에 오히려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한 것이다. 원인은 정부와 지자체의 SOC 관련 예산감축과 교육시설 등 많은 공공공사가 BTL사업(민간투자사업)으로 전환됐기 때문이다. 이 같은 사정은 전문건설업체들도 마찬가지다.

H건설 K사장은 "공공공사 물량이 올해 만큼 적은 것은 처음"이라며 "직원을 일부 줄였지만 남아 있는 직원들도 할 일이 없어 사장 눈치만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울산지역 민간공사의 외지업체 잠식률은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2006년 기준 울산의 민간공사액은 총 4조1869억원. 이 가운데 88.3%인 3조6974억원을 외지업체들이 독식했고, 지역업체 수주액은 전체의 11.7%인 4895억원에 불과했다.

지역업체와 외지업체의 수주비율은 2004년 27.1%대 72.9%에서 2005년 16.3%대 83.7%로 간격이 벌어지더니 2006년에는 11.7%대 88.3%까지 확대된 것이다.

박상원 건설협회 울산시회장은 "공공공사 물량은 급감하고 민간공사는 대부분 외지업체들이 가져가면서 지역 건설업체들이 설 땅이 없다"며 "건설자재값 폭등에다 조만간 최저가낙찰제까지 확대·시행되면 도산업체가 속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추성태기자 choo@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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