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다가오면서 각 기관에서 잇따라 내년 경제전망치를 내놓고 있다. 산업연구원에 이어 영국의 스탠더드 차터드 은행, 한국은행 등이 이미 한국의 내년 경제전망을 내놓았고 각 연구소와 증권회사 등도 곧 이어 전망치를 내놓을 것이다. 이제까지 나온 내용을 보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5.7% 안팎으로 올해 보다 다소 낮아지고 무역수지 흑자도 줄어드는 등 경제상황이 전반적으로 올해보다 위축되는 것으로 돼있다. 불투명한 세계 경제의 흐름 등에 비추어 당연한 예측이다. 게다가 내년에 새 정부가 들어서면 경제정책의 기조나 운용 방향도 많이 바뀔 가능성이 높다.

 새 정부가 들어선다고 해서 경제정책의 기조가 확 바뀌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다. 경제정책은 특히 안정감과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250만명을 넘어선 신용불량자, 더욱 벌어진 소득 격차, 여전히 불안한 부동산시장, 치유되지 못한 대기업과 금융기관 부실, 자유무역 협정 추진 필요성 증대 등은 우리경제의 압박요인이다. 급성장하는 중국 경제도 대외 변수라기 보다는 대내적 요인과 똑같은 비중으로 다뤄야할 만큼 우리 경제에 직접적이고도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새로운 요인으로 떠올랐다. 이런 요소들을 두루 감안, 성장과 분배를 조화시켜야 한다. 그러면서도 성장은 당연히 지속돼야 할 것이다. 하지만 곪아 터지기 직전인 환부를 계속 덮어가며 성장에만 주력할 수 없다는데 고민이 있다.

 요약하면 내년 경제정책은 매우 인기 없이 운용돼야 한다. 하긴 이미 균형재정을 전제로 내년 예산이 편성됐으니 올해까지처럼 내수진작을 위해 재정 지출을 마냥 늘릴 수 있는 여건도 못된다. 공적자금 상환 부담, 가구당 평균 3천만원이 넘는 개인 빚 부담 등은 결국 모두 국민이 짊어져야 할 몫이다. 250만명을 넘어선 신용불량자들을 포함, 전 국민이 힘을 모아 이 빚을 무리 없이 갚아 내도록 하는데 정책의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새 정부는 국민에게 솔직하게 국가 경제와 가계의 잠재적 위험을 고백하고 다시 맨 발로 시작한다는 각오로 경제정책을 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