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년 PTA 연 60만t 시작 단일공장으로 세계 3위 성장
세계적 공급과잉 등 영향 2005년 이후 최대 위기 상황
독자경영체제 구축 우수 인력 바탕으로 흑자전환 확신

삼성그룹 고 이병철 선대회장이 창업한 기업이자 창업 이후 한국석유화학공업의 발전과 국가기간산업의 역사와 함께 한 삼성석유화학 울산공장(공장장 안병진 상무)은 국내 섬유산업 발전의 기폭제였다.

특히 울산공장은 PTA(고순도 테레프탈산) 한 제품만으로 세계적인 기술경쟁력을 확보해온 주력사업장으로 국내 화섬산업의 경쟁력을 한단계 올려놓았다.

창업이래 1, 2차 오일쇼크와 PTA의 세계적 공급 과잉 등 크고 작은 어려움도 많았지만 국내 화학부문의 인재 산실로 불리는 우수한 인력과 위기 때마다 빛을 발하는 창조적 도전정신 등으로 지속적인 발전을 이어왔다.

◆국내 화섬산업 발전의 뿌리

울산시 남구 부곡동 삼성석유화학 울산공장은 70년대 초 정부의 중화학공업 육성정책이 활발히 추진되던 무렵에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가 제2차 삼성경영5개년 계획(73~77년)을 통해 그룹의 업종 개편을 구체화하면서 그 일환으로 석유화학 분야인 PTA사업을 추진하면서 설립됐다.

73년 정부로부터 사업인가를 받아 이듬해인 74년 7월 공식출범한 삼성석유는 삼성과 미국의 아모코, 일본의 미쓰이석유의 합작사로 공식 출범하게 된다.

하지만 설립 준비시기인 73년에 발생했던 1차 오일쇼크가 장기화되면서 차관도입 지연 등으로 공장 건립이 늦어지는 우여곡절 끝에 77년 울산공장을 착공, 79년 시운전에 들어갔다.

시운전 기간 중 배관이 아연에 오염되면서 준공시기를 한차례 넘기는 진통 끝에 80년 4월 창업주와 이건희 삼성그룹 전 회장, 당시 정재석 상공부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국내 최초의 연간 10만곘 규모 PTA 생산공장 준공식을 가졌다. 수입대체 및 국제경쟁력 제고 등 국내 화섬산업 발전의 전기를 마련한 것이다.

79년 시작된 2차 오일쇼크 여파로 울산공장은 82년까지 800억~900억원대의 적자를 면치 못했다. 83년 들어 국내 섬유산업이 수출주종산업으로 급격히 성장하면서 삼성석유의 수지도 개선돼 흑자기조를 이어갔고 국내 독점 PTA 생산업체인 삼성석유는 본격적인 증설에 들어가게 된다. 1공장 증설과 2공장 건설로 87년 울산공장은 연산 60만곘의 PTA 생산체제를 구축, 단일 공장으로 세계 3위 규모로 성장한다.

90년대 중반까지 호황을 구가했던 PTA 업계는 96~97년 사이 국내 업체의 대규모 신증설과 동남아 국가의 본격 공장 가동으로 무한경쟁시대에 들어가게 된다.

울산공장도 95년 3공장 건설과 함께 연산 100만곘 생산규모를 갖추게 되고 이후 삼성석유는 2000년 삼성종합화학(현 삼성토탈화학) PTA 서산공장을 인수하면서 연산 140만곘, 2004년 증설을 통해 연산 180만곘의 국내 최대 PTA 생산규모를 갖추게 된다.

삼성석유는 그러나 중국내 잇따른 신증설 등으로 세계적 공급과잉 현상이 빚어지는 등 시장의 불균형 심화로 2005년부터 창업 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게된다.

◆미래 친환경, 에너지 사업장으로 변신

삼성석유화학이 어려움을 겪게 된 것은 사업다각화 등 경쟁력 확보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삼성석유는 설립 초기부터 수차례에 걸쳐 사업다각화를 시도해 왔지만 동반자이자 경쟁사이기도 한 합작사들이 번번이 발목을 잡았다.

창업 이후 34년이나 지속된 외국 합작사와의 불편한 동거가 오히려 사업다각화 등 경쟁력 확보에 걸림돌이 된 것이다. 최근 2~3년 사이 창사 이래 최대 위기로 이어지는 원인이기도 했다.

결국 삼성은 사업다각화를 위해 삼성종합화학을 설립하게 됐고, 또 PTA의 원료인 초산사업 추진 과정에서 삼성BP화학이 설립됐다.

삼성석유는 지난해 10월 영국의 BP사가 보유하고 있던 지분 47.4%를 사들이면서 독자경영체제를 구축, 제2의 창업을 선언했다. 고품질 태양광 발전소재를 중심으로 하는 에너지부문과 기존 PTA사업을 기반으로 독자 기술 확보 및 사업다각화를 통한 글로벌 석유화학사로 성장하기 위한 석유화학부문, 그리고 바이오원료를 기반으로 미래 친환경 소재 산업 리더로 글로벌 친환경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친환경부문 등 2015년 매출 5조원, 이익 5000억원 달성이라는 비전을 발표했다.

삼성석유는 비전 달성을 자신하고 있다. 올해 고유가의 험난한 경영환경 속에서도 흑자실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무엇보다 PTA 업체 세계 최고의 기술경쟁력으로 갖춘 원가경쟁력에다 우수한 인력이 있기 때문이다.

삼성석유는 91년 국내 화학업계 최초로 사내기술대학을 설립하는 등 삼성은 물론 국내 화학부문의 인력은행 역할을 해왔다. 6시그마와 지식경영, 고객만족경영의 3대 혁신을 성공적으로 수행, 임직원의 역량을 높이고 창의적 사고 능력 배양으로 생산력을 극대화하고 있다.

이는 삼성석유가 쉽지 않은 역사 속에서도 세계 최고의 PTA 설비운영 능력을 보유, 세계 최고의 기술경쟁력을 가능케 한 원동력이다.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던 BP에 역수출한 것은 단적인 사례다.

또 초산을 많이 써 부식성이 강한 산업의 특성을 고려해 내식성이 강한 티타늄을 소재로 한 시설설비 개선에 핵심역할을 하는 등 화학장치설비 첨단화에도 큰 기여를 했다.

울산공장은 이같은 기술력과 혁신활동을 토대로 명문 종가 향토기업으로서의 역량을 높여 회사가 초일류 글로벌 화학·에너지 기업으로 도약하는 핵심사업장의 역할을 다한다는 계획이다.

신형욱기자 shin@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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