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외모지상주의'라는 말을 많이 듣게 된다. 옛날 중국 당나라 시대에도 관리를 뽑을 때 '身言書判'이란 선발 기준이 있었다고 하니 외모에서 풍기는 이미지를 중요시 했던 풍토는 새로운 일이 아니다. 고인이 된 재벌그룹 회장도 직원을 선발할 때 관상가를 옆에 두고 면접을 보았다는 일화도 있다.

요즘도 여전히 외모가 풍기는 이미지를 중요하게 여겨서 좋은 옷에 화장으로 꾸미는 정도를 넘어 성형 수술까지 유행이 돼 버렸다. 그러나 성형의술이 아무리 발달해도 타고난 외모를 바꾸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사람의 이미지는 보이는 외모만이 아니라, 살아가면서 올바른 언행으로 쌓여진 '속사람'이 더 중요할 것이다. '남을 배려하는 마음'은 이러한 내면의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마음이다. 남을 배려한다는 것은 관심과 존중의 표현이요, 도덕성을 갖춘 겸손이며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사람에게서 풍기는 이미지야 말로 멋지게 가꾼 외모와는 비할 수 없는 '멋'이 나타기 마련이다.

남을 배려한다는 것은 돈이 많아야 하는 것이 아니고 지식이나 권세가 있어야 함도 아니다. 상대방의 위치에서 보고 생각하고 행동하면 되는 것이다.

최근에 각 기업과 관공서마다 경쟁력을 높이고 분위기 쇄신을 위하여 '핵심 가치(core value)'를 정해 전 직원이 공유하는 것이 유행인데 '배려'란 단어는 대부분 포함돼 있음을 볼 수 있다. 함께사는 사람들끼리 경쟁이 심화돼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해지는 요즘에 더 필요한 것임에 공감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선의의 배려가 수혜자의 입장에 따라 오해를 불러 일으키는 경우도 있다. 오래 전 장애를 가진 학생을 취업시키고 얼마 후 직장에서 겪는 애로가 있지 않을까 하여 찾아가 만나 보았다. 추측한 것과는 반대로 직장 동료나 상사들의 지나친 배려로 애로를 느낀다고 했다. 회사에서 야외활동, 회식 등에 불편할 것이니 대부분의 업무 외 행사에서 열외(불참)할 수 있도록 해 준다든지 휴식시간을 좀 더 쉴 수 있게 해주는 배려로 본인은 도리어 '편견'이란 느낌이 든다고 했다.

물론 친절한 배려를 해준 회사 관계자에게 배려가 의도와 다르게 생각될 수 있음을 설명하고 감사의 마음도 전하며 해결한 적이 있었다. 도움은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이 더 어렵다는 말처럼 남에게 올바른 배려를 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배려의 단계를 넘어 남을 존중한다는 것은 더 더욱 쉽지 않다. 혼자 살면 남에게 피해를 주지는 않겠지만 도움이 될 수도 없다. 어울려 살면서 남에게 도움을 주면 '남을 이롭게 하고 나에게도 유익이 되는 시너지'를 낼 수 있다.

개인주의가 만연되고 도덕성, 질서의식이 약해져 가는 이 시대에 '남을 배려하는 것'이야말로 최대의 덕목이라 할 것이다. '장애인을 배려한다는 것'은 시혜적 차원의 특별한 혜택이 아니라 똑같다는 전제하에 당사자의 의견을 듣고 존중해 주는 것이다.

휠체어를 타고 경사면을 올라가는 장애인을 돕고자 할 때는 놀라지 않도록 다가가서 의견을 묻고 밀어주는 것, 시각 장애인의 보행을 돕고자 할 때는 붙잡고 이끌어 주는 것이 아니라 나의 팔을 잡도록 한 후 길에 대한 상황을 설명해 주는 작은 생각들이 상대방 입장에서 행하는 올바른 배려가 된다.

9월은 정부가 법으로 정한 '장애인고용촉진강조기간'으로 장애인 고용의식 고취를 위한 여러가지 행사가 진행되니 좀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될 것이다. 특히 올해부터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시행되고 장애인 근로자가 있는 사업장에서는 '장애인인식개선과정'을 운영하도록 돼 있다.

장애인 고용촉진사업이 나름대로 활성화 돼 가고 있어 우리 사회에 많은 장애인이 성실하게 근무하고 있는데, 직장 내에서도 이들의 입장에서 올바르게 배려하는 문화가 확대되고 정착돼야 진정한 복지국가로 한 걸음 더 나아가게 될 것이다.

권성택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 부산센터 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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