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말을 전하다

결혼이민자 박정화·김경화씨 한국어 공부로 시작된 나눔
한국인-외국인 의사소통 도우며 오해·갈등 해소에 앞장

해마다 많은 외국인들이 새로운 삶을 꿈꾸며 울산을 찾는다. 그들은 단란한 가정을 꾸리기도 하고 돈을 벌어 멀리 고향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지기도 한다. 이들은 우리와 생김새, 언어, 문화 등 모든 것이 다르지만 110만 울산 시민들과 이방인인 아닌 이웃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처음에는 모든 것이 낯설기만 했던 이들은 울산의 많은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그들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옆으로 눈을 돌려 또 다른 외국인을 위한 봉사활동으로 아름다운 날을 보내고 있다. 울산의 1만4000여명의 외국인과 함께 하는 행복도시 만들기, 그 주인공인 자원봉사자들을 소개한다.

"통역 봉사활동을 통해 외국인과 한국인의 거리를 좁혀나갑니다."

박정화(팜티마이·25·베트남), 김경화(찐찡린·32·중국)씨는 한국으로 시집온 지 각각 4년, 6년된 결혼 이민자들이다. 많은 사람들은 이들을 결혼 이민자로만 본다. 하지만 박씨와 김씨는 2개 국어를 구사하는 인재다. 이를 알아봐 준 곳은 울산시건강가정지원센터 내 결혼이민자가족지원센터이다.

이 곳에서 1년여 전부터 한국어 공부를 하고 있는 두 사람은 남들보다 뛰어난 언어구사력으로 통역 봉사활동을 시작하게 됐다.

김씨는 "처음에 상담교육을 받아보라고 했을 때는 상담이 뭔지도 몰랐다"며 "한국어를 공부한다는 생각으로 틈틈히 상담 교육을 받은 것이 통역 봉사활동의 시작이 됐다"고 말했다.

이들은 센터에서 진행하는 결혼 이민자를 위한 상담이 원활하게 진행되도록 돕는다. 뿐만 아니라 처음 한국에 왔을 때 같은 일로 고민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따뜻한 조언도 아끼지 않는다.

김씨는 "상담 중에 상담 선생님의 말과 결혼 이민자의 말을 제대로 전하기 위해 노력하고 동시에 조언도 많이 하는 편"이라며 "특히 제일 중요한 것은 한국말을 빨리 배우는 것이라고 알려준다. 의사소통이 돼야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고 오해가 생길 여지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씨 역시 상담하러 온 결혼 이민자 대부분이 한국말을 잘 모르기 때문에 오해가 생겨 싸우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같은 나라 사람끼리 결혼해도 갈등의 씨앗은 늘 존재한다. 그런데 언어도 통하지 않고 문화적 차이까지 있다면 초반에 크고 작은 일로 오해가 생기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이에 김씨는 중국과 한국의 문화 차이를 설명해 준다. 예를 들어 중국 남자들은 일을 하면서도 집안일을 도와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많이 달라지긴 했지만 전통적인 면에서 한국과는 차이를 보인다.

그는 "자신의 문화만 생각하고 남자도 집안일을 꼭 해야 한다고 고집을 부리면 안 된다"며 "힘들더라도 적응하려고 노력하면 좋은 날이 온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한국으로 시집온 뒤 처음 4년은 거의 집 안에만 있었다고 한다. 결혼 이민자, 다문화가정 아이에 사람들의 시선에 대한 걱정으로 스스로 자신감이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인지 두 사람은 각 사회복지시설이나 주민자치센터에 마련된 한국어교실 등 결혼 이민자 여성을 위한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할 것을 권했다.

박씨는 "각종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친구도 사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스트레스도 풀 수 있다"며 "실력이 쌓이면 같은 나라 사람들을 위해 통역 등 봉사활동을 하는 것도 재밌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한 번 통역을 할 때마다 실비를 받지만 액수가 많지는 않다. 돈을 벌겠다는 것이 아니라 고향 친구를 돕겠다는 뜻이 전부다.

이들은 울산시건강가정지원센터 내 결혼이민자가족지원센터에서 상담 통역봉사활동뿐만 아니라 각각 다른 곳에서 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다. 김씨는 한국에 와서 알게 된 결혼 이민자 여성이 임신하자 3개월부터 아기를 낳을 때까지 함께 병원을 다니며 통역을 해 줬다. 박씨도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한국으로 온 근로자를 위한 통역을 하고 있다.

이처럼 통역 봉사활동은 두 사람을 변화시키고 한국에서 살아가는 재미를 선물했다.

김씨는 "한 번은 아이와 울산대공원에 갔는데 장애인과 함께 산책에 나선 봉사자들을 보고 감동받았다"며 "앞으로 통역 봉사뿐만 아니라 한국어를 더 열심히 공부해서 결혼 이민자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쳐주는 등 다양한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홍은행기자 redbank@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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