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치 재건축·재개발 흉물로
"재산침해" 관리안 마련 힘들어
도시 디자인에도 직·간접 차질
환경오염·청소년 탈선장 전락

울산지역 도심 곳곳에 짓다만 재건축·재개발 현장이 갈수록 황폐화 돼고 있어 도심 흉물로 전락하고 있다.

부도 등으로 장기간 방치된 고층 건물까지 합쳐 그야말로 도시미관 상태가 우려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정부가 재건축, 재개발에 대한 사업 활성화에 칼을 빼들고 나섰지만 건축개발 현장에서의 냉기는 여전하다.

시가지 한 가운데 위치한 코아빌딩을 비롯해 울주군 삼남면 등 시 외곽지역에 10년째 방치되고 있는 수천 가구의 임대아파트, 주택가와 인접한 대형 스포츠 타운, 전쟁터를 방불케하는 철거현장 등 그야말로 도시 전체가 짓다가만 재건축현장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대부분 언제 공사가 다시 시작될지 불투명하다.

도심 재건의 한 축을 담당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이들 재건축 현장이 골칫덩어리로 전락하고 있는 셈이다.

◇도심 슬럼화 주범 전락

울산시 중구 약사동 한 대규모 신축아파트 건설현장. 504가구가 들어설 예정으로 최근 철거 작업을 마무리 했지만 부동산 경기 불황으로 수개월여 동안 착공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철거만 된 채 사업이 중단된 이 공사 현장 일대에 시커먼 폐콘크리트와 폐아스콘, 썩은 하수관 등 건설폐기물 수십곘이 버려지는 등 먼지와 악취로 환경오염을 유발시키고 있다.

주민 김철중(57·가명)씨는 "아무리 사유재산이라고 하지만 행정기관은 도대체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면서 "재건축으로 도시 리모델링을 한다는 기대는 사라진지 오래됐고 남은건 환경오염 뿐"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 곳에서 3~4㎞ 남짓 떨어진 울산고등학교 일대의 또 다른 중단된 재건축 공사현장도 사정은 비슷하다. 100여가구씩 2곳으로 나눠 개발되고 있는 이 공사장은 지난해 3월 사업승인이 났는데도 불구하고 시공사 선정이 미뤄지면서 장기간 방치되고 있다.

바로 옆에도 철거작업이 채 마무리되기 전 중단된 사업장이 흉물로 자리잡고 있다. 외부인의 출입을 막기 위한 펜스가 둘러쳐져 있지만 일부 구간에는 사업장 안으로 비교적 쉽게 드나들 수 있는 곳도 곳곳에 눈에 띄었다.

다행히 이들 사업장이 추석을 전후로 사업재개에 대한 밑그림을 그릴 가능성이 제기돼 기대를 모으고 있다. 남구 달동 번영로 일대 신축아파트 사업장도 마찬가지. 이동하는 주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악취까지 풍기면서 폐허로 변모되고 있다.

장기간 방치되는 건물도 문제다. 울주군 삼남면 교동리의 장백임대아파트는 올해로 9년째 방치되고 있다. 1500여 가구가 들어서게 되는 대규모 아파트 현장으로 골조공사 중 부도가 난 뒤 지금껏 그 상태로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다. 법정다툼이 마무리단계에 이른 것으로 전해지고 있어 공사재개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중구 우정동 코아빌딩도 15년째 방치되고 있다. 이 코아빌딩을 철거한 뒤 55층 규모의 주상복합건물이 들어서는 계획도 계속해 미뤄지고 있다. 결국 철거 뒤 방치되거나, 철거작업도 채 끝나지도 않은 사업장, 장기 방치 건물 등이 도시 전체 디자인 행정에도 직·간접적 차질을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도심 재건을 위한 행정관리 강화

이같은 방치건물과 공사가 중단된 재건축 현장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온갖 건축폐기물 등이 불법 투기돼 환경을 오염시키는가 하면 일부는 청소년들의 비행장소로 전락하는 등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지난 2003년부터 공사가 잠정 중단된 남구 삼산동 K스포츠타운과 11년째 방치되고 있는 반구동 C스포츠타운 등이 대표적 사례. 문제는 이같은 건물이 사유재산이라는 이유로 관할 구청이 제대로된 관리방안을 마련하기 쉽지 않다는데 있다.

실제로 5년째 공사가 중단되고 있는 중구 옥교동 한 오피스텔은 관리의 손길이 제대로 미치지 못하면서 이 건물 지하에 빗물을 모아 두는 장치인 직경 1m 크기의 집수정 시설의 안전장비가 미흡해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형 공사장이라지만 공사가 중단된 건축물 관리에 예산비용이 비교적 많이 들기 때문에 건물 안으로 주민들의 출입을 제한하는 펜스 등의 기본적인 시설설치 등에만 행정력이 미칠 뿐이다.

이 때문에 이들 장기간 방치되고 있는 사업장에 대한 안전시설 강화가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시민 김은정(36·울주군 범서읍·가명)씨는 "지하와 같이 움푹 패인 상태의 건물에 쓰레기들이 마구 버려지는 등 보기에도 좋지 않고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안전도 우려될 뿐 아니라 비어있는 건물에 화재나 안전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과연 누가 책임을 질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도시 이미지를 한단계 업그레이드 시킨다는 관점에서 행정기관이 안전이나 사업재개 여부 등에 대한 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울산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중단된 건축공사장의 사업주체가 없어진 마당에 장기간 이런 사태가 지속될 경우에는 심각한 사회문제로 남을 수 있어 걱정"이라며 "환경, 안전사고 등에 쉽게 노출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집중적으로 관리해 나갈 지원체계가 시급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글=이형중기자 사진=김동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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