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화된 기술·제품과 전문성으로 장수기업 도전장
정부 상속·증여세등 세제개편, 기업 영속에 큰 역할

흔히 장수기업을 말할 때 100년 기업을 예로 든다. 100년 영속 기업은 모든 기업의 꿈이다.

하지만 현실은 창업한 지 채 10년도 채우지 못하고 사라지는 기업이 부지기수다. 글로벌 경쟁시대에 기업이 오래 살아남는다는 것은 그만큼 어려운 일이다.

1000여개 크고 작은 기업이 공존하는 산업도시 울산에도 100년 기업은 아직 탄생하지 못했다.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삼양사가 올해 창립 84주년을 맞아 100년 기업에 가장 가까운 위치를 점하고 있으며, 뒤를 이어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SK, 덕양에너젠 등 10여개 기업이 40~50여년의 역사를 기록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산업화의 역사가 다른 나라에 비해 비교적 짧고 가업승계에 대한 인식 미비, 급격한 경영환경 변화 등 기업이 영속성을 유지하기가 상대적으로 매우 힘든 현실이다.

이 때문에 많은 전문가는 기업의 목적은 발전에 앞서 생존이라고 잘라 말한다. 우선 기업이 생존해야 지속적인 발전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울산 100년 기업 미래 밝다

그러면 장수기업의 비결은 무엇일까?

지금까지 살펴본 국내외 장수기업을 살펴보면 내실경영 외에 무언가 특별한 점이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한우물을 파서 전문화로 승부를 냈거나 독특한 기술이나 차별화된 제품 등으로 경기변동에 큰 영향을 받지 않았거나, 가업승계를 통해 후계자가 자연스럽게 기업을 물려받음으로써 기업 유지에 별다른 어려운 점을 겪지 않은 점 등이다.

이런 의미에서 울산에서 수십년 이상 영속해 온 기업은 모든 기업의 꿈인 '100년 장수기업'으로 나가기 위한 기반을 어느 정도 쌓았다고 볼 수 있다.

회사가 설립된 지 55년이 된 SK는 지난 9월1일 최태원 회장 취임 10돌을 맞아 올해를 글로벌기업 원년으로 선포하고, 100년을 채워나가겠다는 비전을 발표했다.

최 회장 취임 당시 재계 서열 5위로 34조원 수준이었던 SK그룹의 자산은 올해 현재 72조원으로 배 이상 늘었다. 재계 순위도 3위로 올랐다.

특히 SK의 주력산업으로 울산에 공장을 둔 SK에너지는 국내 정유사들과 함께 지난달 총 51억 달러의 석유 수출액을 기록했다. 올해 석유 수출액 역시 선박, 자동차, 반도체 등 수출 효자 품목을 따돌리고 1위로 올라섰다. 기름 한 방울 나오지 않는 한국에서 석유 수출을 통해 국가 경제에 이바지하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처럼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SK가 에너지기업으로 앞으로 100년 기업의 꿈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는데에 별다른 이견이 없다.

올해 창립 44주년을 맞은 (주)덕양에너젠(울산시 남구 여천동)은 우리나라 산업가스의 발전사와 맥락을 같이한다.

1961년 산소를 팔던 구멍가게에서 40여년이 지난 지금 연매출 900억원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덕양에너젠은 미래 친환경에너지 연료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며 100년 장수기업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덕양에너젠의 창업주인 이덕우(74) 회장은 올해 3월 자신의 둘째아들인 이치윤(48) 대표이사를 회사 공동대표로 임명하고 승계작업도 마무리했다. 40여년 가스산업 외길을 걸어온 덕양에너젠은 이제 창업주에 이어 2세 후계자가 경영을 물려 받아 100년 기업을 꿈꾸고 있다.

이 외에도 세계 조선산업의 1등 주자 현대중공업, 글로벌 자동차 기업 현대자동차, 정밀화학업체 송원산업, 알루미늄 주조 전문회사 한주금속, 에너지 전문기업 성진지오텍 등 많은 기업들이 세계 최고의 기술력과 미래 성장 동력을 기반으로 장수기업의 꿈을 착실히 키워가고 있다.

◇상속·법인세 완화 등 제도적 지원 절실

최근 정부도 기업 영속성에 대한 중요성을 깨닫고 제도적 뒷받침에 열심이다.

정부는 지난 1일 상속·증여세율을 현행 10~50%에서 2010년까지 6~33%로 완화하고, 법인세 과세기준 또한 1억원에서 2억원으로 상향조정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2008년 세제개편안'을 내놓았다.

각 기업들은 이번 세제 개편안을 크게 반기는 분위기다.

중소기업중앙회는 "가업 승계는 부의 대물림이 아니라 책임의 대물림"이라며 "중소업계는 이번 세제개편을 계기로 더욱 기업 경영과 기술개발에 매진할 수 있어 국가 경쟁력 강화에도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와 함께 장수기업을 체계적으로 분석, 100년 장수기업으로 지속성장할 수 있는 한국형 장수기업 모델도 개발되고 있다.

지난달 26일 지식경제부는 창업한 지 60년 이상된 우리 기업의 장수 비결을 분석, 100년 장수기업으로 지속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한국형 경영모델 개발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식경제부는 우선 국내 기업중 창업한지 60년 이상된 기업 40개를 추린 뒤 이들 기업의 장수요인을 분석, 가업 승계 문제로 폐업이나 종업을 고민하고 있는 기업들에게 경영 모델을 제시할 방침이다.

지경부 관계자는 "장수기업들은 세계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경제 혁신 주체로 거듭나고 있고, 오랜 기간 고용을 유지해 주는 경제 안전판 역할을 해주고 있다"며 "우리 기업도 일본, 독일처럼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질 수 있도록 경영모델을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권병석기자 ·사진=임규동기자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으로 이뤄졌습니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